[월드 프리즘] "바닥 모를 추락"...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초유의 위기' 속에서 떠나는 보리스 존슨
[월드 프리즘] "바닥 모를 추락"...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초유의 위기' 속에서 떠나는 보리스 존슨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10 05:51
  • 수정 2022.07.10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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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보리즈 존슨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영국 런던 의사당 밖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보리즈 존슨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영국 런던 의사당 밖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결국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영국을 위기에 빠뜨리면서 물러나게 되었다고, 9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수십 명의 영국 보수당 출신 관리들이 윤리 스캔들에 휘말리며 정부를 떠난 뒤 목요일 보리스 존슨 총리도 결국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함께 영국 경제에 불어닥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및 수백만의 저소득층을 위협하는 생활비 위기, 그리고 유럽연합(EU)과의 무역 전쟁 위기 등으로 인해 의회 밖에서의 존슨 총리의 인기도 심각하게 손상을 받고 있다.

영국 주식시장은 총리가 사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힘입어 상승했으며 파운드화의 가치도 1.20달러에 거래되며 0.75% 상승하면서 이번 주 초 기록했던 2년 만의 최저점에서 어느 정도 탈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 영국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실적이 저조하고 경기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파운드화는 여전히 심각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 중개업체(broker) XTB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왈리드 쿠드마니는 대 고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이후 누가 보수당과 영국을 이끌든지 존슨 행정부의 잔해 위해서라면 일련의 범상치 않은 경제와 금융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G7 그룹에서 최고 인플레이션 비율을 보이고 있는 영국

세계 주요 경제권은 예외 없이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위기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타격을 더 심하게 받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인플레이션 비율은 40년 이래 최고치인 9.1% 상승하며 G7 선도 경제권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련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해는 11%를 상회할 전망이다.

그리고 존슨 총리 행정부 업적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브렉시트(Brexit)의 후과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기업의 운영비 상승이 야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금년 들어 촉발된 파운드화 하락으로 인해 수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또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 상승도 수십년 이래 최악의 생활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저소득 가계를 ‘난방비 아니면 식비(heating and eating)’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있다. ‘난방비 아니면 식비’라는 용어는 저소득층이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며 외치는 구호이다.

존슨 총리 행정부는 에너지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는 수백만 명을 돕기 위해 가구당 400파운드(502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증가하는 압력에 굴복해 석유 및 가스 회사의 횡재 이익(windfall profits)에 대해 지난달 50억 파운드(63억 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잉글랜드 은행(Bank of England)에 따르면 치솟는 에너지 및 식량 가격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은 1964년 집계가 개시된 이래 두 번째로 크게 하락하는 중인데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영국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는 최고 가격 상한선이 가을에 개정되는데 그 결과 이번 겨울에 가계의 연평균 에너지 비용은 약 50% 증가한 3,000파운드(3,600달러)로 오를 수 있다. 규제 당국은 이미 지난 4월에 에너지 비용 청구 한도를 무려 54%나 인상한 바가 있다.

영국의 가계는 특히 생활 수준의 지속적인 저하에 노출되어 있다. 오늘날 영국의 평균임금(typical wages)은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결코 높지 않다고, 지난 월요일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솔루션 파운데이션(Resolution Foundation)’이 밝혔다.

“영국의 최근 생활 수준에 대한 저조한 ​​기록(특히 지난 20년 동안 빈곤 가구 소득 증가율의 철저한 붕괴)은 향후 10년 안에 되돌려져야 합니다.”

‘레솔루션 파운데이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코렛트는 이렇게 말했다.

통근자들이 지난 6월 21일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에 모여 있다. 영국 철도노조는 이날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통근자들이 지난 6월 21일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에 모여 있다. 영국 철도노조는 이날 3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아직도 바닥 안보인다"... 최저 성장을 향해 가고 있는 중

강력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임금 적체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임금 수준이 회복될 전망은 밝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한때 회복이 가능할 듯 보였던 굳건한 전망은 정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불황이 임박했다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 지난 2월에 동력을 상실하더니 3월이 되자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에는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서비스, 제조, 건설의 3대 경제 주요 부문이 후퇴하며 GDP가 0.3% 추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영국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나쁜 뉴스들이 앞에 놓여있다. ‘잉글랜드 은행’이 이번 주 초 발표한 경제 안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실질적으로 악화하고 있다(deteriorated materially)”고 한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영국 경제가 2023년 GDP 성장률 제로를 나타내며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7 국가들의 내년 예측 성장률 중 최악의 수치에 해당한다.

영국의 저성장은, 정부가 기업과 가계가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한 조치의 결과로 정부의 부채가 GDP의 90% 이상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감시 기구인 예산 책임국(OBR)은 금요일 인구 고령화와 영국의 공공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경로에 있으며 장기적으로 GDP의 2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차기 총리가 대규모 감세나 재정 지출 공약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OBR은 “이 모든 상황이 향후 몇 년 동안 영국 경제와 공공 재정을 운용함에 있어 현 정부와 미래 정부에 도전이 될 전망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의 효과도 먹히고 있지 않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이룩하지 못한 “브렉시트를 달성”하면서 집권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의 단절은 존슨과 다른 브렉시트 옹호론자들이 약속했던 무역 진흥의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무역 분야에서 상당 부분 뒤처지고 있다고, OBR은 지난 3월 결론 지었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존슨이 EU 지도자들과 체결한지 2년도 안 된 관세 없는 무역 협정으로 인해 세관 서류 작업이 크게 증가하여 최대 수출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거꾸로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맺은 거래는 실질적인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OBR은 “다른 카운티와의 추가 무역이 유럽연합과의 무역 감소를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체결된 협정 중 어느 것도 우리 예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니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난주에 발표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2022년 1분기 GDP의 8.3%로 치솟았다. 이는 영국이 수출보다 수입이 많다는 사실을 상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해외 투자에 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파운드화는 자신이 서명한 브렉시트 조약의 일부를 파기하겠다는 존슨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올해 타격을 입고 있다. 존슨 총리의 이같은 태도 때문에 유럽연합 지도자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영국에 가장 큰 피해를 줄 무역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보복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상되는 존슨 총리 후계자의 초기 인정 구성으로 미루어보아 잠재적 결과의 균형은 유럽연합과의 긴장 관계가 완화되는 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독일 투자은행안 베렌버그(Berenberg)의 칼룸 픽커링은 이렇게 예견했다.

“열렬히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강성 후보들조차 존슨보다 포퓰리즘적 성향이 덜합니다. 이것은 영국-EU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될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훨씬 더 조용히 진행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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