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중 첨예한 갈등... ‘줄 타기’ 눈치보는 세계 각국들
[월드 프리즘] 미-중 첨예한 갈등... ‘줄 타기’ 눈치보는 세계 각국들
  • 유 진 기자
  • 승인 2022.08.20 06:54
  • 수정 2022.08.20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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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제전쟁 [출처 FEN]
미-중 경제전쟁 [출처 FEN]

미-중간 첨예한 갈등이 세계의 정치경제 지형을 흔들고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중요한 대화를 철수하고 3일간 대만을 향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장난 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런던대학교 시티 운영 및 공급망 관리 교수 만 모한 사디교수는 “펠로시의 방문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바이든 정부는 홍콩은 물론이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나 인권 문제에 맞서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회 양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두 강대국 사이의 무역은 어떻게 이뤄져왔나

미국은 1941년의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에 대항해 중화민국을 지지했다. 1949년 중국 내전에서 마오쩌둥의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하면서 중국 지도부가 타이완으로 도망쳤을 때, 미국은 계속해서 망명정권을 중국의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에 가입하는 것을 막았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소련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이 발생했고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정부로 인정하고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였다.

단지 대만은 타이완을 비공식적인 것으로 격하시키는 한편, 타이완이 동화되어야만 하는 분리된 지방이라는 본토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미·중 무역이 시작되었고 1940년대 이후 미국의 무역 금수 조치(특정국가과 직·간접적인 모든 부문의 경제교류를 중단하는 조치)가 종료됐다. 80년대 이후 마오쩌둥의 후계자인 덩샤오핑(xia小平)이 이끄는 중국의 경제는 크게 성장했고 이로인해 미국은 낮은 소비자 가격과 막강한 주식 시장을 누리게됐다.

서양의 제조 회사들은 중국 회사들에 아웃소싱하거나 사업을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값싼 생산비용으로 큰 이익을 얻었고 공장을 소유하거나 노동 문제를 다룰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엄청난 서양의 제조 기술을 얻었다.

중국의 중산층이 부유해지면서, 애플과 GM과 같은 미국 기업들의 주요 타깃 소비자 시장은 중국이 되었다. 중국 당국은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이들의 성과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술이 이전되고 중국의 제조 노하우가 더욱 향상됐다.

중국과 미국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GDP 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GDP는 4조4,000억 달러에서 20조9,000억 달러로 5배 가까이 성장했고, 중국은 3,100억 달러에서 14조7,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중앙정보국(CIA)이 구매력을 감안해 중국을 가장 큰 경제국가로 꼽고 있지만 중국은 현재 제 2의 경제대국이다. 미국은 여전히 1인당 국민소득에서 중국에 앞서 있다.

미국은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대통령직을 얻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한 미국 제조업들이 중국 때문에 매출이 급락했고, 이같은 상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구매력 평가 기준 1990-2021년 미-중 GDP [AP]

구매력 평가 기준 1990-2021년 중국 및 미국 GDP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로 부상하면서 미국과의 경쟁은 다른 분야로 확대돼왔다.

비록 미국의 5,500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350개 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두 나라 모두 핵보유국이다.

중국은 360여 척의 전투함을, 미국은 297개의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의 경우는 미국이 11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3척에 불과하다. 또한 양국은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내고 최초의 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우주에서까지 경쟁하

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반면,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후 어떤 중국 지도자보다도 국내외적으로 훨씬 더 솔직했다. 미국은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제재하는 등 점차 적대감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2020년 중국의 각종 반도체 제조기술을 제한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그는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강제 노동을 문제 삼아 신장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그는 신장 인권 문제와 대만에 대한 위협에 대해 오랫동안 끓어오르는 불만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마오쩌둥 시대의 무역 금수 조치 이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중국 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의 제제는 많은 서방 국가와 전세계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중국은 서구 기업들이 계속 물건을 수입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더욱 멀어진 두 나라, 그리고 양극성 회복을 위한 과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양국 간 거리를 더욱 멀어졌다.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이 공급망을 교란하고 제품 부족을 초래하자 바이든 정부는 경쟁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이에 미국 회사들은 공급망을 적절히 재구성하였고 애플은 동남아시아권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이패드 생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또한 애플 제조사 폭스콘과 페가트론은 인건비 절감과 미국과 멕시코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보다는 북미용 아이폰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 대한 제제로 인해 멕시코 경제가 탄력을 받고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의 '친선 공유'를 외치며 국가를 친구 또는 적으로 나누는 등 두 글로벌 블록이 갈수록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6월에 열린 G7 회의에서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5년 동안 6,000억 달러의 투자를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것은 구애를 받고 있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제안이다.

며칠 전,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포함된 연례 브릭스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회의에는 알제리,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자간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란과 아르헨티나는 이 공동체에 가입신청했다.

만 모한 사디 런던대 교수는 “우리는 이미 중요한 부품과 상품 등 여러 차원에서 미-중 양극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칩 분야에서는 미국이 일본, 대만, 한국 등과 차세대 기술과 제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칩4' 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 기술을 자체개발하기 위해 2020년에서 2025년까지 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전지 제조에 필수적인 코발트도 큰 이슈다. 중국은 코발트 세계 매장량의 70%인 콩고민주공화국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광구 내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벌이는 등 콩고 정치를 좌지우지해왔다. 2020년까지 중국 기업들은 콩고 민주 공화국의 코발트 생산 광산 19개 중 15개를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했다.

미국의 제제 이후 중국이 코발트 공급을 보류하자 미국은 대안을 모색했다. 미국회사인 GM은 코발트가 지금의 배터리보다 70% 적게 필요한 울티움 배터리 셀을 개발하고,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는 이 금속이 전혀 필요 없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사디 교수는 “미·중 관계가 1972년 다리 건설에서 2022년 벽 건설로 옮겨가면서 각국은 점점 더 편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기업은 이에 맞춰 공급망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며 “두 블록(중국과 미국)과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병렬 운영을 실행하면서 분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미국 회사들은 여전히 중국이나 그 지역 내의 다른 나라들에서 제조를 해야 할 것이고, 중국 회사들도 이와 반대로 해야 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 등지의 농지와 농업 기반 기업들을 빠르게 매수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공급망으로 인해 서구 소비자들을 위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중국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혜택이 있을 것이다. 공급망들은 미래의 위기에 더 탄력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운송량 감소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사디 교수는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관한 유엔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코발트 및 나노칩의 예는 미-중 경쟁관계가 어떻게 혁신을 촉진하고 있는지 보여주며 중요한 것은, 무역 연계가 변화하더라도 국가들이 서로 의존함에 따라 세계 무역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균형을 찾는 데는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1년 국무장관 시절 "진화하는 미·중 관계에 대한 지침서가 없다"고 말했고, 오늘날에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경영학 크리스토퍼 탕교수는 “어쨌든, 이 새로운 환경에서 번창하는 기업은 분할된 공급망을 가진 분단된 세계를 계획하는 기업”일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대만 분쟁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10년 혹은 그 이상 동안 모멘텀을 얻고 있는 추세를 강화시킬 것”이라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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