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권력 이양에는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도 선거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브라질 대통령
[월드 프리즘] 권력 이양에는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도 선거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브라질 대통령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03 05:42
  • 수정 2022.11.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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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가(가운데)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당선돼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3선에 성공했다. [사진 = 연합뉴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가(가운데)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룰라 당선인은 2003∼2010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데 이어 이번에 또 당선돼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3선에 성공했다. [사진 =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패배와 관련해 권력 이양에는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도 대선 패배는 명백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후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에게 패배한 뒤 며칠간의 침묵을 깨고 브라질리아 대통령 궁에서 행한 짧은 연설을 통해 “헌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의 이 같은 워딩은 권력 이양에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비치기는 하지만 그는 패배를 명백히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에 이어 연단에 오른 치로 노게이라 리마 필로 대통령 비서실장은 새로운 정부에 협력할 것이며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권력 인계 작업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법률에 따른 권력 이양 절차에 착수하도록 나에게 전권을 맡겼습니다.”

노게이라 비서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신에 그는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반대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나는 항상 반민주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정적들의 비난과는 달리 헌법의 원칙을 위반한 적은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룰라 다 시우바의 승리를 축하해주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 다 시우바는 50.9%, 보우소나루는 49.1%를 득표했다.

룰라 다 시우바는 6000만 표 이상을 득표함으로써 브라질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다. 최종 집계 결과 룰라 다 시우바는 2006년 대선에서 그가 얻은 표보다 거의 200만 표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력이 굳건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보우소나루

보우소나루는 대선 패배가 확정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가 권력 이양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낳기도 했었다. 특히 그가 대선 전 근거 없이 부정 선거 가능성을 거론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더욱 깊었었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이 같은 짧은 언급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그가 대선 결과를 명백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애매모호한 상태를 유지하기로 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가 왜 패배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그는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자신이 허약하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 전문 매체 <아메리카스 쿼터리(Americas Quarterly)>의 편집국장 브라이언 윈터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헌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부 시위에서 폭력을 반대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비교적 정상적인 권력 이양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윌슨 연구소(Wilson Institute)’ 브라질 센터의 수석 고문인 브루나 산토스는 보우소나루가 정치적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룰라 다 시우바의 강력한 반대 세력이며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힘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총선에서 보우소나루의 자유당은 하원에서는 의석수가 76석에서 99석으로 늘었고, 상원에서는 7석이 14석으로 두 배가 늘었다. 반면에 룰라 다 시우바의 노동당도 상하 양원에서 의석수가 늘기는 했지만 차기 국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의회를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국회의원들과 일부 보우소나루 측근들은 이미 룰라 다 시우바의 승리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로드리고 파체코 브라질 의회 상원의장은 룰라 다 시우바의 승리에 공개적으로 축하를 보냈고, 보우소나루의 측근인 아르투르 리라 브라질 대의원 의장도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는 상파울루 파울리스타대로 : 브라질 독립기념일인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출처 : 파이낸스투데이(http://www.fntoday.co.kr)
보우소나루 지지 시위가 열리고 있는 상파울루 파울리스타대로 : 브라질 독립기념일인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출처 : 파이낸스투데이(http://www.fntoday.co.kr)

“거리로 나가자”

인스타그램상에서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일부 단체들은 보우소나루의 연설에서 용기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그가 연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시위를 “선거 과정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며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CNN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선 불복 시위 현장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시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보우소나루를 찬양하는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룰라 다 시우바를 축하하지 않았다! 그는 헌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열차게 거리로 나가자!”

한 사용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편 대선 불복 시위대는 지난 일요일부터 브라질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브라질 고속도로 경찰은 화요일 오전 시위대가 전국 267 지점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고속도로 경찰 당국은 이 시위 대응과 관련에 비난을 받고 있는데, 경찰관들이 시위대에게 시위를 방해하거나 봉쇄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브라질 고속도로 경찰국장인 마르코 안토니오 드 바로스는 화요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하는 문제는 단순한 작전이 아니라며 경찰의 행동을 두둔하고 나섰다.

“아이들까지 대동한 5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노인들까지 시위대에 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극도로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고속도록 경찰 총감독관 웬델 마토스는 경찰은 시위를 지지하거나 도로 봉쇄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며 규정 위반은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 두 경찰관들이 상부의 명령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행위가 법에 저촉된다면 조사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보우소나루의 연설이 있고 난 뒤 브라질 연방 대법원은 “도로 봉쇄와 관련해 공화국 대통령의 발언은 통행권 보장과 대선 결과 인정 및 권력 이양 절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룰라 다 시우바 당선자는 지난 일요일 저녁 보우소나루가 대선 패배를 곧바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에 실망감을 표출하기는 했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대해서는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룰라 다 시우바가 소속된 노동당 대표 글레이지 호프만은 화요일 시위가 궁극적인 권력 이양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노동당은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브라질 정부 기관들을 믿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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