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對 이스라엘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美 시위 대학생들의 요구는 현실적인가
[월드 투데이] 對 이스라엘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美 시위 대학생들의 요구는 현실적인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5.06 06:06
  • 수정 2024.05.06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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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월 29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의 시위대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야영지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4월 29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의 시위대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농성장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美 대학가 시위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는 미국 대학들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돕는 기업들과 재정적으로 결별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파는 기업 등과 거래를 끊거나 이들 기업과의 투자, 연구 협력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유대계 자본이 대학에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이 문제와 관련, 5일(현지 시각) 미국 ‘NBC 뉴스’는 미국 대학들의 대외 투자와 연계되어있는 기부금 및 대학들의 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과연 시위대의 요구대로 對 이스라엘 투자 회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돌아보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번주 초 교내의 ‘해밀턴 홀(Hamilton Hall)’을 점거하고, 학교측이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투자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공개하라, 투자를 철회하라,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시위대의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對 이스라엘 투자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야 하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고등교육 금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많은 경우 대규모 대학 기부금들은 애매모호한 규정을 전제로 하는 수천 개의 개별 기금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기부금들은 투자 방법에 대한 자체 규정이 있고, 투자 내용을 공개해야 할 의무도 거의 없으며, 투자 관리자들의 일상 업무 내역은 대학 관리들조차 범접하기 어렵다. 대학 관리자들은 자기 대학인데도 기부금이 투자되는 포트폴리오의 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 기부금을, 대학측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돼지저금통 정도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코네티컷 주에 있는 사립대학인 ‘브리지포트대학(University of Bridgeport)’의 최고 재무책임자인 빌 게레로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 기부금은 일반적으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개의 소규모 기금들로 구성된다고,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 외곽에 있는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30년 넘게 최고 투자책임자로 일했던 스콧 말패스는 설명했다.

약 9,000명의 학생이 다니는 ‘노터데임대학’은 가톨릭 계열의 사립대학이다. 2020년 은퇴한 말패스는, 자신이 근무할 동안 학교 기부금 풀(수천 개의 개별 기금 모음)은 1988년 4억5천만 달러 남짓에서 2019 회계연도 말에는 138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들려주었다.

“대규모 기부금은 지난 20~30년 동안 투자 여건이 개선되어왔습니다.”

말패스는 투자 투명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더 개선될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산이 거의 4,200만 달러에 달하고 학생 수가 2,000명 미만인 ‘브리지포트대학’은 수백 건에 달하는 개별 기부금 계약을 맺고 있다고, 게레로는 말했다. 기부자들은 기부금 투자 방식을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부금은 환경 친화적인 투자에만 배정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합의된 투자 규칙 중 다수는 기밀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약이 강합니다.”

학생 시위대는 바로 이러한 불투명성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컬럼비아 학생 연합(Columbia 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은 지난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학생 조직 뿐만 아니라 교수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컬럼비아 대학측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불투명하게 유지해 왔다.”

학생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대학측은 이스라엘에 투자하지 말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대신 “학생들이 컬럼비아대학의 직접 투자 자산 목록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넓히고, 해당 자산 목록에 대한 업데이트 빈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미 전역의 대학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반전시위가 미 전역의 대학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직접 투자는 대학측 포트폴리오의 전체 범위를 반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많은 경우 양파 껍질과 비슷하다. 까도 까도 뭔가가 계속 나온다는 말이다.

특정 이스라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일부 구성 펀드(component funds)라 할지라도 뮤추얼펀드 및 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여전히 이스라엘과 간접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더욱이, 대학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투자를 위해 어떤 자산 관리 회사를 고용하는지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나이트 재단(The Knight Foundation)’은 작년에 가장 큰 기부금을 보유한 50개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투자에 대한 세부정보를 공유하도록 요청한 바가 있다. 그 결과 오직 18곳만이 대답에 응했고, 나머지 8군데는 제한된 데이터를 자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을 상대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역사적으로 재정 문제에 대해 투명하지 않았다.”

‘나이트 재단’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서 말패스는, 대학측은 투자를 자세히 공개해서 얻을 이익이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많은 대학들은 투자 정보를 너무 많이 공개할 경우 투자 전략이 노출되거나, 고객 목록의 비공개를 선호하는 자산 관리자에게 일을 맡길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 법에 따라 대학 기부금과 같은 비영리 자금은 매년 ‘국세청 양식 990(Internal Revenue Service’s Form 990)’에 의거해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이 양식은 기부금이 투자한 다양한 자산(예: 주식 대 채권)을 간략히 설명하도록 요구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투자가 집중되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세부정보는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또, 많은 대학 기부금 담당자는 학생, 교수진, 졸업생 및 기부자가 특정 연도 동안 포트폴리오에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자체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서는 선택 사항이므로 공개할 추가 정보의 양을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대학 관리자에게 달려 있다.

그런가 하면 1억 달러를 초과하는 자산을 보유한 기관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13F 신고서’를 통해 3개월마다 보유 자산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린들은 포괄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대학의 기부금은 지난해 6월 기준 136억 달러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13F 신고서’ 상의 보고액은 6,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 회사의 지분도 포함되었다.

그러니까 이 대학 투자 포트폴리오의 0.5%만이 ‘13F 신고서’에 포함되었고, 나머지 99.5%는 학교의 ‘Form 990’에 훨씬 더 뭉뚱그려서 설명되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컬럼비아대학 대변인 로버트 혼스비는 ‘NBC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제출된 것 이상으로 직접 보유 자산을 공개하지 않으며, 투자 관리자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과거에는 기부금의 복잡성으로 인해 대학이 투자를 회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3년 전 몇몇 대형 대학들은 학생들의 기후변화 시위에 따른 영향으로 화석연료 기업들과 관계를 끊은 바가 있다. 컬럼비아대학 기부금 투자 정책 안내서에는 이제 화석연료, 석탄, 민간 교도소 운영자 및 담배 회사가 제한된 산업으로 나열되어 있다.

‘노터데임대학교’ 재직 기간 동안 시추업체와 석유 탐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일부 제한했던 바가 있는 말패스는 보유 주식 매각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 투자를 회수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증권 같은 투자는 하루 만이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 대학들이 對 이스라엘 투자를 광범위하게 철회한다고 해도 가자지구 전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의 투자 철회가 대학 기부금 회수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소규모 인문대학인 ‘데이비슨 칼리지(Davidson College)’의 대학 위기 계획 책임자인 크리스 마르시카노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 기업의 주식을 싼 가격에 파는 것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투자자들에게 되레 반가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타격을 주고 싶으면 주식 불매운동보다 상품 불매운동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투자 회수 운동이 부자 기부자들의 대탈주로 이어지면서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시카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주 연설에서 미국의 친팔레스타인 캠퍼스 시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로 미국 캠퍼스 시위대의 활동이 이스라엘 총리와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철회 요구는 실제적으로 재정적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확실히 시위를 지속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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