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외신 기자들을 노리는 일본 극우극단주의자들...4만명 조직원 닛폰카이기 등 암약
[월드 프리즘] 외신 기자들을 노리는 일본 극우극단주의자들...4만명 조직원 닛폰카이기 등 암약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12.22 05:39
  • 수정 2022.12.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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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에서 반한 시위를 벌이는 일본 극우단체. [사진=연합뉴스]
도쿄 도심에서 반한 시위를 벌이는 일본 극우단체. [사진=연합뉴스]

최근 누군가 일본 외신기자클럽(The Foreign Correspondents’ Club of Japan, FCCJ)에 전화를 걸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영어 및 일어로 위협하는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아시아타임즈가 보도했다.

전화한 이는 FCCJ를 폭파시키겠다고 하고, 두 기자들을 해치겠다며, 일본에 반대 입장을 보인 외신기자들을 비난했다. 

협박을 받은 두 기자 중 한 명은 제이크 아델스타인으로, 전 요미우리 신문의 기자였던 그는 책 ‘도쿄 바이스(Tokyo Vice)’의 저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아시아타임즈 등의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 암흑가 범죄를 그린 ‘도쿄 바이스’는 최근 미국과 합작 드라마로 제작돼 OTT HBO 맥스에 공개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전화를 건 이는 이들의 기사가 쓰레기이며,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FCCJ가 반일본 기관이기 때문에 리셉션 데스크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FCCJ의 신고를 받은 일본 경찰은 곧바로 전화를 한 사람을 추적하고 체포했다. 범인은 극우 민족주의자인 여성이었다.

FCCJ가 일본 극우주의자들에게 협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아시아타임즈는 전했다.

오랜 FCCJ 멤버 메리 코벳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2005년 러시아 영화 ‘썬(The Sun)’에 대해 다루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전화들이 있었다.

영화는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45년 9월 27일 맥아더와 히로히토 천황이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데, 당시 일본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위협 공포로 영화관들이 이 영화를 상영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8년에서 89년까지 FCCJ 회장을 맡았던 앤드류 호바트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한다. 아시아 타임즈는 당시에 대해 쓴 그의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다음과 같다. 

“내가 1988-89년 대표로 있었을 때, 우익들로부터 위협을 받았지만, 이들의 말이 교묘해 이를 협박으로 보기에 모호해 경찰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 측 다 협박인 것을 분명이 알고 있었다.  

우리 멤버 중 한 명인 밥 와이먼트는 히로히토 천황이 사망했을 때 이에 대한 글을 썼는데, 2차 세계대전 때 그의 혐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었고, 일본 우익들은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한 일본 일간지가 나에게 논평을 요청했고, 나는 자연히 독자들에게 관심이 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외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말을 했다. 이후 자칭 일본의 명예 수호자들로부터 교묘한 메시지들을 받았다.

최소 한 명의 우익이 호바트에게 짐 싸서 떠나라고 말했으며, 이건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떠나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했다”

호바트는 살만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Satanic Verses)’ 일본어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시 교수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1989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슬람에 대한 신성모독이라며 루슈디에 대해 암살 지령을 내린 이후 벌어진 일인데, 호바트는 당시 칼을 휘두르는 암살 시도자를 도쿄 경찰들이 제압하고 끌고 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외신기자클럽의 감시를 더 높이겠다며, 순찰을 강화했지만, 민주사회에서 뉴스기관 앞에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서 있는 것은 보기 불편한 것이었다고 호바트는 말했다.

결국 이가라시 교수는 1991년 자신의 대학 사무실에서 살해됐다. 이란의 지령에 따른 또 다른 암살 시도였던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고 한다.

극단주의자들의 타겟은 외신기자클럽 뿐만이 아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야쿠자의 활동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가 이들에게 공격받은 적이 있다. 1994년 야쿠자 토조회의 우두머리 44세의 타시로 히로지가 마이니치 도쿄 본사로 들어가 총을 3발 발사했다. 타시로는 토조회를 한물갔다고 말한 마이니치 주간 잡지 기사에 화가 나 있었다.

1987년에는 아사히 신문 고베지사에서 일하던 기자가 극우극단주의자의 총을 맞고 죽었다. 범인은 기자가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의 차별을 다룬 기사를 쓴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 사고로 또 다른 신문사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범인이 속한 단체는 후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편지를 보냈다.

일본에는 수천 명의 극우극단주의자들이 있고, 많은 이들이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극단주의자들은 검은 버스와 확성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가장 자주 타겟으로 삼는 것이 주일 러시아 대사관이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러시아의 영토인 쿠릴 열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일삼고 있다.

1990년에는 한 광적인 극우주의자가 나가사키 시장 모토시마 히토시에게 총을 쐈다. 고 히로히토 천왕이 전쟁을 지지한 것을 시장이 비난했다는 이유에서이다. 다행히 모토시마 시장은 목숨을 건졌다.

가장 큰 극우단체는 닛폰카이기로 약 4만 명의 조직원으로 있으며, 유명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일본 헌법 제9조의 개정을 통한 자위권을 넘어선 일본의 군사력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고 아시아타임즈는 전했다.

처음 언급된 지난 12월 10일에서 11일 사이 6통의 다른 전화가 온 것이 FCCJ 공격의 최근 사례이다.

경찰은 프론트 데스크의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전화번호 기록으로 용의자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심문 과정에서 용의자는 실제로 외신기자클럽을 폭발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FCCJ는 성명을 통해 “1945년에 설립된 이 단체가 외신 특파원과 그 밖의 저널리스트들에게 일본과 해외 뉴스원에의 폭넓은 접근을 제공하고, 언론의 자유 및 정보 교환의 자유를 수호하며, 해외와 일본 저널리스트들 사이의 전문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우정과 화합, 상호 안녕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러와 위협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델스타인은 최근의 위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거나,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이 없다. 나는 일본을 사랑한다. 많은 일본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고 예의바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아동 빈곤, 성 불평등, 장애인과 여성, 외국인, 특히 한국계 일본인들에 대한 차별, 막강한 조직 범죄, 핵발전소 위험, 충격적인 사법 시스템의 부당함, 만연해 있는 노동 착취, 과로사, 정치적 부패, 이러한 문제들을 간과하는 것은 더 좋은 일본을 만들지 못한다. 사람들이 이러한 일들을 당하면, 일본에 대한 애정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아시아타임즈는, 격분해서 외신기자클럽에 협박 전화를 한 이 여성이 "이 클럽이 연합국 총사령부의 맥아더가 만든 것이라 싫다"는 잘못된 사실까지 말했다고 했다.

일본의 패전 후 맥아더의 연합국 총사령부는 오히려 외신 특파원들의 거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여의치 않았음과 동시에 이를 꺼려 기자들 스스로가 거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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