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어산지를 위기로 내몬 스웨덴사건 관련 문서들...스웨덴, 영국이 상당 부분 삭제
[WIKI 프리즘] 어산지를 위기로 내몬 스웨덴사건 관련 문서들...스웨덴, 영국이 상당 부분 삭제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2.09 05:46
  • 수정 2023.02.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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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법원 앞에서 석방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줄리안 어산지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영국의 법원 앞에서 석방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줄리안 어산지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사건에 대한 문서의 상당 부분을 스웨덴 검찰과 영국 검찰이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 검찰은 2010년 8월 성범죄 혐의로 어산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가 2019년 11월 수사를 철회했다. 

이탈리아 매체 일파토퀴오티디아노(Il Fatto Quotidiano)에 따르면 파괴된 자료들은 스웨덴 검찰과 영국 검찰 사이의 교신 내용으로, 당시 영국이 스웨덴에 사건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를 쓴 마우리치는 오랜 기간 어산지 사건에 대해 탐사보도를 해 온 기자이다.

스웨덴 검찰과 영국 검찰 사이의 교신 내용은 스웨덴 성범죄 수사에 있어 진실을 알고 재구성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마우리치는 강조했다. 

스웨덴의 수사는 결국 철회됐고, 어산지에 대한 기소는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거의 10년 넘게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전쟁범죄 폭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잃었고, 여성 인권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 받았다.

마우리치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스웨덴 검찰이 사건을 아주 이례적으로 다룬 결과, 아무런 재판도 없었으며, 어산지의 건강만 나빠지고, 어산지가 망명 생활을 하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포위하고 감시하는 데 영국 정부가 막대한 국민 혈세를 쓴 셈이다. 

또한 유엔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The UN 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은 스웨덴과 영국이 2010년부터 어산지를 임의대로 구금했다고 판단했는데, 유엔 그룹으로부터 이런 판결을 받은 것은 스웨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2019년 9월, 어산지 사건을 조사하던 유엔 고문에 관한 특별조사관 닐스 멜저는 정당한 법 절차의 위반 50가지를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사전 증거조작도 포함돼 있다.

어산지는 현재 런던의 악명 높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미국 송환에 대해 상소하고 영국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전쟁범죄 증거가 있는 정부 기밀 문서를 폭로한 것으로 어산지를 기소했는데, 미국으로 송환되면 어산지는 최고 17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국경없는기자회까지 전 세계 여러 인권 및 언론 기관들이 이에 대해 미국 정부를 비난하며 어산지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스웨덴과 영국의 검찰 당국이 방대한 양의 문서들을 파괴한 사실은 마우리치 팀의 정보공개법 소송 덕분에 드러났다. 그런데 이제 이 문서들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누구의 지시로 파괴된 것인지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어산지 사건을 조사해 온 마우리치의 탐사보도 팀과 이들을 대표하는 변호사들은 2015년부터 정보공개법 하에 사건 관련 자료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스웨덴, 영국, 미국, 어산지의 조국인 호주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여 왔다고 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스웨덴 사건의 핵심적 의문점 중 하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검사장 에바 핀이 용의자의 행위에서 범죄로 드러나는 것이 없다며 어산지 성범죄 사건을 철회했는데, 이후 2010년에 수사 재개를 한 검사 마리안 니가 왜 6년 동안 런던에서 어산지를 심문하려 하지 않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2015년에 마우리치 팀이 정보공개법 하에 스웨덴 검찰로부터 입수한 자료들로, 어산지를 스웨덴에 송환해서 심문하지 않고 런던에서 심문하는 즉, 사건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영국 검찰청, 특히 특수범죄부의 검사 폴 클로스가 스웨덴 검찰에 이러한 방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마우리치의 주장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스웨덴 당국이 영국에서 어산지를 심문하지 않게 하면서, 어산지를 2010년부터 영국에 묶어놓아 법적 마비 상태를 만들도록 했다.

스웨덴으로 송환되지 않으려고 맞서기 위한 모든 선택을 다 써버린 어산지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추구하게 됐고, 외교적 난항으로 법적 마비 상태는 더 악화됐다. 어산지는 수렁에 빠졌고, 수 년 간 성폭행 혐의자로 수사 대상이 됐지만, 기소도 없고 무혐의도 아닌 법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에 있어야 했다.

2012년 마리안 니 검사가 사건을 철회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왜 영국 검찰이 니 검사에게 겁내지 말라고 서신에 썼을까하는 의문을 마우리치는 제기했다. 

2013년에는 심지어, 스웨덴으로의 송환을 밀고 나가라는 영국의 조언에 대해 스웨덴 검사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우리치에 따르면, 2013년 10월 니 검사는 송환을 철회하는 것을 생각했고, “이것은 우리 뿐 아니라 당신들에게도 중대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영국 검찰에 서신을 썼다.

스웨덴의 송환 노력 중단이 왜 영국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마우리치는 말했다. 니 검사는 “이것으로 당신의 주말을 망치지 않았기를 바란다”라고 썼는데, 마우리치는 “왜 스웨덴 검사가 스웨덴에서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송환을 철회하는 것이 영국 검찰의 주말을 망치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마우리치 팀은 탐사 활동을 하던 중 영국 검찰이 클로스 검사의 이메일 계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삭제된 데이터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하며, 2017년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마우리치 팀은 영국 검찰에 이에 대한 해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검찰 측은 자료들을 파괴하면서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마우리치 팀의 최근 런던에서의 정보공개법 관련 소송에서, 영국 검찰청 송환부서의 담당 존 쉬한이 “스웨덴 검찰이 영국 검찰과의 통신 자료 상당 부분을 이전에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웨덴과 영국 모두 양측의 통신 문서의 전체가 몇 페이지인지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있지만, 영국 당국이 제공한 추정치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7,200에서 9,600 페이지의 서신이 양국 사이에 교환됐다.

그런데 마우리치 팀은 지난 8년 동안의 정보공개 투쟁에서 영국 검찰로부터 551페이지, 스웨덴 검찰로부터 1,373페이지의 문서들을 입수했는데, 스웨덴에서 입수한 문서 중 310페이지만이 영국 검찰과의 통신 내용이었다. 결국 양국의 서신 내용 중 마우리치가 입수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정보공개법 하에 마우리치 팀에 공개된 문서들 속에서 적어도 양측이 교환한 이메일 한 통에서 니 감사가 문서 파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증거로 나왔다고 한다.

2012년 스웨덴 방송 TV4가 당혹스러울 수 있는 이메일 한 통을 입수했을 때, 니 검사는 영국에 보낸 이메일에 “TV4에 서신을 주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가 알았다면, 우리가 이 문제를 더 좋은 방법으로 다룰 수 있었을 것이다. 읽은 즉시 삭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썼다.

또한 니 검사의 동료가 니 검사와 자신만 볼 수 있도록 특별 폴더에 모든 ‘A 관련’ 이메일들을 넣어놨다고 쓴 글도 있었다고 한다.

2017년 3월에는 니 검사가 FBI로부터 받은 이메일 최소 한 통을 삭제했다. 위키리크스가 CIA의 무단 감시 프로그램 ‘볼트7’을 폭로한 것에 대해 CIA가 분노한 시기였다. 후에 이 일로 CIA는 어산지를 암살할 계획까지 세웠다. 미국 정부의 어산지 암살 모의 사실은 야후 뉴스의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스웨덴 상소법원은 후에 마우리치 팀에게 삭제된 이메일이 FBI의 한 간부로부터 온 것이며, 2017년 3월 말에 처음 어느 검사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 이메일의 내용은 정보 요청에 관한 것이었는데, 답장은 검찰청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관해 말했고, 그래서 삭제됐다고 한다. 

마우리치 팀은 수 년 동안 스웨덴과 미국 당국 사이에 오간 통신 내용을 요청해 왔지만, 스웨덴 검찰은 그러한 통신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검찰이 문서들을 파괴했다는 것이 밝혀진 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마우리치 팀은 영국 검찰에 계속 해명을 요구했고, 스웨덴 검찰 측으로부터 이 문서들을 입수하기 위해 분투했다. 문서들이 양측의 교신 내용이기 때문에 한 쪽이 문서를 파괴했어도, 다른 한 쪽은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 당국이 추정한 양측이 교신한 양이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만 7,200에서 9,600페이지이므로, 아직 이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문서의 양이 방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9년 5월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고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되고 성범죄 사건 수사를 세 번째로 재개했던 스웨덴 검사 에바-마리 페르손은 영국이 추정한 양만큼 통신 문서가 많지 않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모순이라고 마우리치는 주장했다.

마우리치 팀은 스웨덴 상소법원과 스웨덴 의회 옴부즈맨에, 영국 당국이 말한 내용과 이를 스웨덴이 부인하고 있는 모순에 대해 조사 요청을 했다. 또한 정말 미국과의 소통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스웨덴 법원과 의회 옴부즈맨 둘 다 이들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우리치와 이들의 스웨덴 변호사들은 강력한 증거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 있었던 마우리치 팀의 정보공개 소송에서 영국 검찰청은 스웨덴 당국이 자료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많은 특수한 사건에 대한 공적 기록을 왜 파괴했는지 말해달라는 마우리치 팀의 요청에, 스웨덴의 페르손 검사는 “내가 아는 한 스웨덴 검찰이 당신들에게 요청한 모든 문서들을 줬다. 스웨덴에는 문서 분류와 관련한 법이 있다. 어산지와 관련한 사건은 2017년에 분류됐다”며 모호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스웨덴과 영국이 어산지 사건과 관련된 핵심 문서들을 파괴했다는 사실은 누가, 언제,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질문을 낳고 있다. 그 문서들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가 어산지의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마우리치는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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