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44) ‘한미FTA 강력 지지’ 김대중, 미 대사에게 “양국에 큰 이득될 것” 강조
청와대-백악관 X파일(144) ‘한미FTA 강력 지지’ 김대중, 미 대사에게 “양국에 큰 이득될 것” 강조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5.29 07:22
  • 수정 2023.05.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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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7일자 미 비밀문서로 본 김대중의 시국관 (상)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종종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찾아가 다양한 주제로 고견을 청취했다. 사진은 DJ가 2008년 9월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이임 인사차 찾아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맞는 모습. 연합뉴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종종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찾아가 다양한 주제로 고견을 청취했다. 사진은 DJ가 2008년 9월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이임 인사차 찾아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맞는 모습. 연합뉴스

주한 미국대사들은 한국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종종 예방하거나, 대사관으로 초청해 그들의 시국관을 청취하곤 했다. 대사들은 전임 대통령의 발언들을 낱낱이 기록해 본국 국무부에 전송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한 지 4년 후인 2007년 1월 16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대사의 사저로 초대해 부부동반으로 오찬 회동을 가졌다.

건강이 다소 나아진 김 대통령은 “정치 간섭을 피하고 있다”는 말을 전제로 다양한 사안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김대중은 한미 FTA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견해가 상충하는 민감한 영역은 극복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만일 야당이라면 FTA에 반대했을 것이라며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의 전망에 대한 대사의 평가를 김대중이 묻자, 대사는 상반기 내 합의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피력했다.

대사는 “가장 최근 FTA 협상 일정의 분위기는 좋았으며, 양 측에서 어려운 쟁점에 맞서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은 미국과의 FTA는 한국에 중요하기에 협상이 성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사는 “한미 양국 대통령 모두 한미 FTA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양국 대통령의 의지가 협상에서 행동으로 발현되고 부처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 FTA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시위자들이 있지만, 그래도 양국 정부와 야당이 한미 FTA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김대중)

대사는 한미 FTA가 국회로 가서 승인을 받게 되면 이러한 폭넓은 지지가 반영될 거라고 말했다.

“FTA 최종안이 국회에 가기 전에 자동차나 의약품, 그리고 농업 부문에 어려운 쟁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게 과제입니다. 시위가 있기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대다수는 한미 FTA를 지지한다고 나타났고, 우리는 이 협정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버시바우)

김대중은 이에 동의하면서 “글로벌 시대에 번영하기 위해선 한미 FTA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 대부분은 농업과 반덤핑 분야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반덤핑 문제는 최근에 가장 어려운 문제로 판명 났다”며 “이 분야에 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의회의 의견이 워낙 강성이라 매우 어려운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사는 한국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낮아서 FTA를 타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청와대와 집권당 열린우리당의 긴장 상태가 한미 FTA에 파급효과를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대중은 이에 “한국과 미국이 합의에 이르게 되면 당연히 집권당, 그리고 야당 모두가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번진 한미FTA 반대 시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의 만남에서 한미FTA가 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번진 한미FTA 반대 시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의 만남에서 한미FTA가 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만일 집권당이 지금 야당이라면, 그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를 지지하지 않지만, 군소정당입니다.” 

김대중은 “나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FTA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이미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는 이들의 회동 3개월 후인 2007년 4월 타결됐다.)

김대중은 올 중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연합하거나 합당할 것으로 생각했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을 이길 공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은 오찬 석상에서 ‘국내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많은 사람이 나를 찾아오고, 언론에서 내 역할을 과장하기 때문에 정치에서 떨어져 있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신년 인사를 했을 경우가 바로 그렇지요.”

김대중은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하고 있다며, 외교관과 마찬가지로 정치가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최근 몇 개월 한국 진보 정치권과 관련된 매우 혼란스런 상황에 대해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평가를 요청했다. 균열을 보이는 집권당 열린우리당에서 등장할 2개 혹은 3개 정당 가능성이 있다고 대사는 지적하면서, 진보 정당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물었다.

김대중은 “올해 상반기에 신당이 등장할 공산이 크지만, 결국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합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를 예견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결국에는 연합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김대중은 말했다. 연합이 가능하지만, 합당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1950년대 중반 한국 정치의 시작은 대부분 두 개의 거대 정당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자유당 세력과 민주당 세력. 이들 정당이 사실상 각각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되었지요. 그 결과 한국민은 두 개의 정당에 익숙하며, 그런 상황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사는 만일 진보 진영이 함께 하게 되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물었다.

김대중은 “현재 한나라당이 앞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1년이 남아 있다”고 응답했다.

“대선 판도는 올해 중순 전까지는 분명해지지 않을 것이다. 만일 정치 제도가 또다시 두 개의 거대 정당의 양상으로 간다면 새 진보정당이 이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대중)

[X파일 취재팀= 최정미,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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