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역대급 실적은 새 회계제도 착시효과' 지적에 우왕좌왕...부실한 기준에 혼란 가중
보험업계, '역대급 실적은 새 회계제도 착시효과' 지적에 우왕좌왕...부실한 기준에 혼란 가중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3.05.22 17:57
  • 수정 2023.05.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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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 기준 없이 자율성 기댄 결과는 ‘역대급’ 실적…금감원 “착시효과”
감독당국, 실적 관련 홍보자료 배포 지양 권고…기준안 방향잡기 안간힘
단기상품에 주력하는 특성 상 수익률이 높은 장기상품의 비중이 낮은 디지털보험사들의 성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픽사베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이 적용된 보험업계의 첫 어닝시즌이 종료됐지만 제도적 통일성의 부재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 적용된 보험업계의 첫 어닝시즌이 종료됐지만 제도적 통일성의 부재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사별 사정을 고려하기 위해 부여한 회계적 자율성이 오히려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지자 감독당국은 뒤늦은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고 나섰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발표된 보험사들의 실적에 회계제도 변경과 관련된 착시효과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각사에 실적과 관련한 홍보자료를 배포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관된 기준이 부족하다보니 보험사들이 대외적인 자료가 잘 나오도록 계리적 가정이나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을 저마다 유리하게 판단했다”라며 “금감원이 실적 관련 홍보자료를 배포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는 올해 1월부터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IFRS9은 금융자산, IFRS17은 부채에 관한 회계기준으로,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미래 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장부에 인식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감독당국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보험부채)이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손해율이나 해지율 등이 저마다 다른 만큼 각사별 사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회계작성 시 자율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저마다 유리한 방식을 적용하면서 이번 분기실적은 미래 순익을 차입해 온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중 특히 문제시 되는 것은 실손의료보험과 무·저해지상품의 CSM이다. CSM은 최선추정부채(BEL), 위험조정(RA)과 함께 보험부채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로, 작년까지 최장 7년에 걸쳐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던 보험계약을 올해부터는 전 기간에 걸쳐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보험사의 새 수익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이 적용된 보험업계의 첫 어닝시즌이 종료됐지만 제도적 통일성의 부재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이 적용된 보험업계의 첫 어닝시즌이 종료됐지만 제도적 통일성의 부재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일반적으로 환급금이 포함된 보험계약은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환급률이 높아져 장기계약이 유지될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편이다. 가령 생보사들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의 경우 약 7~10년 이후부터 환급률이 100%를 넘어서게 된다. 이 때문에 7~10년을 기준으로 해지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드러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아 회사가 미래수익을 추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가정법에 반영될 오차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실손상품은 기본적으로 손해율이 높아 계리적 가정의 오차 범위가 크고,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낮은 무·저해지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고려할 편익(해지환급금)이 크지 않아 해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는 보험사들이 미래 해지율을 추정할 때 고려해야 할 가정의 범위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올 1분기 보험사들의 실적은 대체로 역대급 실적이 줄을 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생·손보사 합산 순익은 약 5조2300억원(잠정)이다. 이 가운데 IFRS9에 따른 효과(약 6200억원)와 상각기간 확대에 따른 효과(약 1조5900억원)를 제외하면 순익은 약 3조2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조700억원) 대비 오히려 낮다.

이는 수익지표인 CSM 산출 등에 있어 적용하는 가정법에 각사의 자율성을 인정한데서 비롯된다. 중앙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보니 저마다 유리한 방식으로 가정법을 적용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낸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가 미래 손익을 차입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단기적 순익은 커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순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장기 순익을 당겨온 순익과 비슷한 수준으로 끊어내기 위해서는 평년 대비 크게 개선된 신계약 CSM을 오랜 기간에 걸쳐 확보해야 해 회사로선 쉽지 않은 선택지다.

이에 금감원은 조만간 실손, 무·저해지상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지만 재무담당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복잡한 회계기준변경안을 도입하면서 적응해가는 와중에 다시 새 기준이 들어서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성 존중이라는 기준이 나온 뒤 다시 중앙에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기준이 잡힐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개적으로 금감원의 조치에 찬성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 자율성 보다는 회계적 정합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5일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면서 “CSM에 대한 업계 논란이 각사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자율성보다 회계적 정합성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규제당국에서 구체적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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