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미국 5명의 대통령 연루된 ‘펜타곤 문서’ 폭로한 엘즈버그의 별세와 줄리안 어산지
[WIKI 프리즘] 미국 5명의 대통령 연루된 ‘펜타곤 문서’ 폭로한 엘즈버그의 별세와 줄리안 어산지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6.20 05:41
  • 수정 2023.06.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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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문서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 [AFP=연합뉴스]
펜타곤 문서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베트남전의 진실에 대해 폭로한 내부고발자 대니얼 엘즈버그가 캘리포니아 주 켄싱턴 자택에서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군정보분석가였던 엘즈버그는 1971년 베트남전 비밀이 담긴 ‘펜타곤 문서’ 유출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낙인 찍혔었고, 당시 유출된 문서가 뉴욕타임즈에 게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갔다.

엘즈버그 사망 후 그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대니얼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애국자이며, 반전 운동가,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버지, 많은 이들의 소중한 친구이고,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우리 모두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전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엘즈버그는 정부의 과도함과 군사 개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1960년대 그는 백악관 핵전략 고문이었고, 국방부에 베트남전에 대한 평가를 제공했다. 이 때 정부에 대한 반발심과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낀 엘즈버그는, 대중들이 알게 된다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5대에 걸친 미국 대통령들의 대국민 기만을 폭로한 7천 건의 펜타곤 문서는 이러한 동기로 유출된 것이다.

베트남전에 대해 정부가 대중에게 말해 온 것과 문서의 내용은 모순된 것이었고, 엘즈버그의 폭로는 전쟁을 끝내는 데 기여했으며, 결국 닉슨 대통령의 몰락의 전초가 됐다.

가디언의 전 편집국장 애런 러스브리저는 BBC에, 엘즈버스의 내부고발로 베트남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엘즈버그 사건은 전례로 남겨져 이후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언론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펜타곤 문서 보도를 놓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제1조 하에 닉슨 행정부와 뉴욕타임즈는 충돌했고, 결국 미 연방대법원은 언론의 자유의 손을 들어줬다.

내부고발자인 엘즈버그는 1971년 LA 연방법원에 무단탈취, 간첩,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배심원이 판결을 내리기도 전에, 판사가 사건을 기각했다. 불법도청을 포함해 정부가 심각한 위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판사는 사건 다루는 중에 닉슨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FBI 국장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폭로했다. 엘즈버그의 정신과의사 사무실을 정부가 무단 수색한 것도 밝혀졌다.

러스브리저는 엘즈버그를 ‘내부고발자의 할아버지’라며, 엘즈버그가 최근의 줄리안 어산지와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공익고발자들에게 강한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러스브리저는 BBC에, 펜타곤 문서 사건이 국가이익을 누가 정의하는 건지, 정부인지 엘즈버그 같은 양심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엘즈버그는 펜타곤 문서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정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을 평생을 바쳐 계속 이어나갔다.

2022년 12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의 비밀 백업이었다고 밝혔었다.

줄리안 어산지가 설립한 폭로 전문 매체 위키리크스는 2010년 내부고발자인 미 군정보분석가 첼시 매닝으로부터 건네받은 70만 건 이상의 기밀 문서와 영상, 외교 전문들을 공개했는데, 인터뷰에서 엘즈버그는 어산지가 만일의 경우 이 정보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의지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췌장암 선고와 함께 3개월에서 6개월 밖에 생존할 수 없다고 들은 엘즈버그가 펜타곤 문서와 공익고발에 대해 떠올리며 최근 몇 달을 보냈다고 BBC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2023년 3월 엘즈버그가 쓴 이메일은 “내가 1969년 펜타곤 문서들을 복사했을 때, 나에게는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유가 있었다. 가망은 없지만 베트남 전쟁의 끝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면, 이는 내가 받아들일 운명이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6월 4일 엘즈버그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스스로가 내부고발로 정부가 더 정직해진 적이 없다는 관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엘즈버그는 대답했다.

“아주 최악의 재앙에 직면해 있고, 크름반도, 대만, 바흐무트 문제로 세계가 일촉즉발에 있는 때에, 문명과 80억 또는 90억 사람들의 생존의 관점에서 모든 것이 위태로울 때, 작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작은 기회라도 가치있지 않을까? 내 대답은 ‘물론이다’이다. 이것은 심지어 의무라고 말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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