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학자금 대출 탕감’ 판결에서 ‘베이비시터’ 비유를 든 이유
[월드 프리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학자금 대출 탕감’ 판결에서 ‘베이비시터’ 비유를 든 이유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7.02 06:54
  • 수정 2023.07.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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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시민들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라는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4300억달러 상당의 '학자금 대출 탕감안'에 제동을 걸면서 미 경제에도 소비 위축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시민들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라는 구호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4300억달러 상당의 '학자금 대출 탕감안'에 제동을 걸면서 미 경제에도 소비 위축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4000억 달러가 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안’의 적법성을 따지는 심리에서 ‘중요문제 원칙(the major questions doctrine)’을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고비용 행정 조치를 진행해 삼권분립을 어겼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구성된 미국 대법관들의 성향(보수 6 대 진보 3)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이번 판결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CNN방송은 1일(현지 시각) 보수 성향의 판사 중 한 사람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판결 보충 설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의 배경과 그 근거가 된 ‘중요문제 원칙(the major questions doctrine)’을 돌아보는 보도를 내보냈다.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대법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안(student debt forgiveness plan)’을 무력화한 금요일 판결을 지지했다. 이와 함께 그녀는 베이비시터와 식품점 주인의 비유를 들며 보수 성향 판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법원의 법 적용 정서를 옹호했다.

이른바 ‘중요문제 원칙(the major questions doctrine)’은, 행정부 기관은 의회가 명시적으로 권한을 부여한 경우에만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중요성을 지닌 과감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학자금 대출 사건에서 배럿 대법관을 포함해, 6:3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의 법관들은 문제의 ‘학자금 대출법(student loan law)’이 교육부장관에게 이 대출을 광범위하게 탕감해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배럿 대법관은 의회가 행정부 기관에 위임한 권한의 한계를 해석하는 데에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에서 비유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중요문제 원칙’의 공리(功利)에 대해 자세히 써나갔다.

배럿 대법관이 예화로 든 식품점 가설은 일반적으로 200개의 사과를 보유하고 있는 상점 주인이 점원에게 “과수원에 가서 사과를 더 사와라”고 지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식으로 사과를 더 사오라는 지시는 언뜻 들으면 ‘사과를 얼마든지 사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합리적인 점원이라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기술했다.

“예를 들어, 식품점에 늘 200개 정도의 사과가 재고로 있다면 실제로 이 점원에게는 1,000개를 살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만일 식품점 주인이 그러한 비정상적인 구매를 원했다면 그는 훨씬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말했을 겁니다.”

배럿 대법관은 이렇게 이어갔다.

“주인의 지시에 포함된 문맥을 무시하고 최대한으로 사과를 구매한 점원이라면 그 가게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두 번째 비유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을 맡길 때 부모가 하는 말과 관련이 있다. 해당 부모가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을 맡기면서 주말에 놀이공원에 데려가라고 신용카드를 건네주며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부모의 말에 고무된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이틀을 보내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녀는 이렇게 써내려갔다.

이 경우 베이비시터가 부모의 신용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잘못 해석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이나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 사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배럿 대법관은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베이비시터의 결정은 부모의 지시와 일치한 걸까요? 일단 부모의 지시에는 어떤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부모의 지시를 합리적으로 이해한 행위(reasonable understanding)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배럿 대법관은 일련의 상황적 문맥에 비추어 베이비시터의 여정은 “(부모의 주문이) 여려 날에 걸쳐 시외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재미있게 해주라는 것이 아니라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나 영화관에 가라는 정도의 말이었을 것이므로, 부모의 지시를 넘어선 행위로 해석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만일 “부모가 놀이공원 입장권을 식탁 위에 놓고 가거나, 아이들의 주말여행을 위해 2,000달러 정도는 써도 좋다”는 말을 했다면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간 것은 부모가 승인해준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배럿 대법관은 말했다.

“만약 부모가 그렇게 거창한 여정을 분명히 승인한 표시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그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라’는 일반적인 지시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그녀는 기술했다.

“‘중요문제 원칙’은 이와 비슷한 상식적 의사소통 정서에서 출발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럿 대법관은 이렇게 주장했다.

“부모가 베이비시터에게 일반적인 아이 돌봄 수준 이상의 거창한 여정을 허락하려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의사표시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의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정부 기관에 위임하려 할 때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편, 대법원이 ‘중요문제 원칙’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을 무력화하자 교육 정책을 넘어서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많은 법 적용으로 행정부의 일방적 권한이 제약을 받는 일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법관들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대법관은 다른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과 함께한 소수의견의 주석(註釋)을 통해 다른 심리에서 배럿 대법관이 “사려 깊게” 동의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 법안이 합헌이라는 근거로 배럿 대법관이 동의했던 비슷한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케이건 대법관은 배럿 대법관이 ‘중요문제 원칙’을 적용했던 다른 기준을 언급했다. 즉, 문제가 된 행정 기관의 조치가 정상적이고 상례적인 권한인지, 아니면 행정부에게 위임된 권한이 일부 “보조 조항에 감춰져 있는지”를 특별히 지목한 것이다.

“(학자금 대출 탕감)을 행정 기관이 포괄적으로 결정 또는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은 코로나 팬데믹 2차 긴급 지원법인 ‘영웅법(HEROES Act)에 비추어보면 적법합니다.”

케이건 대법관은 학자금 대출 탕감 법안을 가리키며 이렇게 기술했다.

“그리고 배럿 대법관도 동의했듯이 ‘이것은 행정 기관이 일반적 권한을 완전히 벗어나 운용되는 사례’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배럿 대법관 자신의 법리에 근거에 제 주장을 펼치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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