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낙태 금지 주에서 임신한 여성이 국토를 횡단해 낙태 허가 주로 날아간 사연
[월드 투데이] 낙태 금지 주에서 임신한 여성이 국토를 횡단해 낙태 허가 주로 날아간 사연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7.16 06:48
  • 수정 2023.07.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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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 판결 파기 결정 이후 낙태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로 대 웨이드' 판결 파기 결정 이후 낙태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낙태 금지 주에서 임신을 한 45세의 미국 여성이 대륙을 가로질러 낙태가 허가된 주까지 날아간 사연을 소개했다.

빅토리아(45)는 생리가 멈추고 두 번의 임신 테스트 키트 검사를 거쳐 임신을 확인한 뒤 곧바로 낙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낙태 결정을 향한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가 두려워 자신의 성씨를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여성이었지만, 도저히 아이를 낳을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가 사는 루이지애나 주는 모든 낙태 행위가 근본적으로 금지된 주 중 하나이다.

“45세라는 늦은 나이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낙태가 가능한 곳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고, 병원 예약을 하는 일까지, 아마도 제가 겪어야 했던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낙태 약물을 복용하고 집에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하러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올해 초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CNN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빅토리아의 머나먼 낙태 여정과 그 과정에서의 고난은 비슷한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이 미국의 여러 주의 다양한 낙태 절차를 검색하며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지난해 11월 연구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뒤부터 낙태 가능 시설까지의 평균 이동 시간이 30분 미만에서 1시간 30분 이상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 여성들의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낙태 시설까지의 평균 이동 시간이 7시간이나 더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공료까지 포함해서 약물에 의한 낙태를 받기 위한 비상금 1,000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다른 여성들의 경우를 통해 낙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가요?”

왜 오리건 주인가?

빅토리아는 일단 어떤 주가 낙태하기에 가장 편리한 주인지를 알아낸 다음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낙태 여정을 위해 그녀가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는 직장의 휴가 기간과 이동에 필요한 옵션 및 병원 예약 등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는 ‘어보션파인더(abortionfinder.org)’라는 웹사이트가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이 매일 바뀔 정도로 너무 유동적이어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루이지애나 주에 인접한 주들은 거의 모두 낙태를 금지하는 유사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빅토리아가 차를 운전해 가까운 주로 이동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운 플로리다 주도 생각해 보았지만, 병원 예약이 너무 길게 잡혀서 포기하고 말았다.

“오리건 주가 생식(生殖) 건강에 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왜 진작에 오리건 주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검사를 통해 임신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순간 ‘그래, 오리건 행 비행기를 예약하자.”

그녀는 오리건 주에 사는 대학 친구에게 연락해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그녀 집에 잠시 머물 수 있는지 타진한 다음, 병원 예약을 하고, 그 주에 비행기 예약까지 마쳤다.

CNN에 제공된 문서에 따르면, 병원 측은 낙태 처방을 위한 원격진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반드시 오리건 주에 있어야 한다는 지침을 보낸 것으로 되어있다.

병원 측은 빅토리아가 낙태가 불법인 루이지애나에서 왔기 때문에 그녀가 주를 넘어왔다는 적법한 증빙 서류를 가지고 있는지 한 시간 동안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예약을 잡아주었다.

빅토리아는 직장 업무의 경우에는 긴 이동 시간 때문에 하루는 휴가를 내고, 이틀 동안은 원격으로 일할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느닷없이 휴가를 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준 여성 사장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울면서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일주일 내내 참고 있다가 털어놓았는데, 사장님이 흔쾌히 배려를 해준 겁니다.”

낙태 찬반론자들이 미국 대법원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낙태 찬반론자들이 미국 대법원 앞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낙태에 대한 견해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빅토리아의 낙태 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은 어머니에게 털어놓는 일이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낙태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빅토리아의 가정은 가톨릭을 믿는 가정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는 성당에는 나가지는 않았지만 가톨릭 신앙을 믿고 있다. 빅토리아의 엄마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딸의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딸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에게는 이 일이 너무 중요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나는 딸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빅토리아는 자신을 지지해 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피임을 위해 나팔관 시술을 하려했지만, 남편의 반대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의 친구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오리건 주의 환대

빅토리아는 지난 3월 어느 수요일 일찍 나서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타며 8시간 만에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녀는 대학 친구와 재회해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두 사람은 빅토리아의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빅토리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신의 성씨만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그녀의 친구 에밀리는 “필사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원치 않는 임신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합니다.”라고 말했다.

“10대와 20대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임신의 공포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약 25년 동안 빅토리아와 친구로 지낸 에밀리는 “그녀가 나를 믿어줘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빅토리아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나는 그녀가 일을 잘 처리하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병원과 원격진료 예약 후 빅토리아는 야간에 복용할 약물 패키지를 받았다.

빅토리아는 약물 낙태에 포함된 두 가지 약물을 복용했다. 그녀는 친구 집에서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먹었고, 다음날 귀한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미소프로스톨(misoprosto)을 복용했다. 그녀는 이 약물들이 불법으로 되어있는 고향 루이지애나에서는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진통제 알리브(Aleve)를 복용하고, 점보 패드를 추가로 착용할 정도로 귀환 비행기에서 피를 많이 흘렸지만,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심리적 혼란에 비하면 육체적 고통은 견딜 만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기를 지웠다는 사실을 놓고 심리적으로 혼란스럽거나 참회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빅토리아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의 대부분은 45세에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적으로 여성의 40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40대는 여성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진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폐경기를 향해 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면서도 아직 폐경기 전후 증후군 진단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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