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미국송환 위험 놓인 어산지의 상소문 “대중들을 위한 감시꾼으로서의 언론의 중대한 역할에 악영향”
[WIKI 프리즘] 미국송환 위험 놓인 어산지의 상소문 “대중들을 위한 감시꾼으로서의 언론의 중대한 역할에 악영향”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7.18 05:55
  • 수정 2023.07.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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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언론인 줄리안 어산지가 자신을 기소한 미국으로의 송환에 맞서 싸운지 거의 5년이 돼가고 있다. 그는 미국의 전쟁범죄를 폭로한 것으로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으면 최고 175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자신이 지키겠다고 맹세한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대신 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방첩법 하에 어산지를 기소한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제임스 볼 기자는 미 법무부와 FBI가 자신을 포함 최소 4명의 기자들에게 어산지의 기소에 협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매체 롤링스톤에 기사를 썼다.

기사를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가 어산지 기소를 더욱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볼은 미 정부로부터 압박 받은 다른 세 명의 기자들 모두 자신처럼 어산지의 기소를 도울 의사가 없음을 말했다고 했다.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망명생활에서 교도소 독방 수감까지 오랜 고립생활을 하고 있는 어산지는 최악의 심신 상태로 영국 당국의 송환 명령에 맞서 상소를 했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최후까지 법적으로 맞서기로 했고, 그가 영국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하면 유럽 인권재판소에 사건을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재판소가 송환 불허 명령을 내리더라도 영국 법원이 이 판결을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산지의 가족들과 지지자들은 송환이 코앞에 닥쳤다고 말하고 있다.

어산지의 상소문은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는, 고문, 전쟁범죄, 민간인에 대한 잔혹 행위 등 전례없는 대규모의 미국 정부의 범죄를 폭로한 책임을 졌다. 어산지의 상소문은 “국제적인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정부의 범죄에 대한 조사와 고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공의 책임을 보장하는 데 헌신한 어산지의 업적은 수많은 목숨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인권유린을 막았으며,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정권을 몰락시켰다. 정부의 범죄를 폭로하는 인권 수호자들이 이로 인해 정치적 보복과 기소를 당하게 된다. 어산지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2010년 미군 정보분석가 첼시 매닝은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전쟁범죄 증거가 담긴 자료들을 전달한다. 여기에는 이라크 전쟁일지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40만 건의 현장 보고서로, 보고되지 않은 15,000명의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미군이 구금된 사람들을 악명 높은 이라크 고문 조직에게 넘긴 뒤 자행된 조직적인 강간, 고문, 살인에 대한 증거들도 담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일지도 매닝이 건넨 자료에 있었는데, 연합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가 9만 건이 보고됐고 이는 미군이 보고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또한 779건의 기밀 보고서 ‘관타나모 파일’에는 150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 년 간 구금됐고, 800명의 남성과 소년 들이 고문 및 학대를 당했다는 증거가 들어 있다. 

위와 같은 행위들은 제네바 협약과 유엔의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매닝이 위키리크스에 건넨 자료들 중 가장 세상을 경악시킨 것 중 하나는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영상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 기자 두 명을 포함 11명의 비무장 민간인들을 고의로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것이다. 이는 제네바 협약을 포함한 국제협약 및 미군의 야전교범을 위반한 것이다.

언론인이 정부의 기밀을 폭로한 것으로 방첩법 하에 기소된 것은 어산지 사건이 최초다. 지난 해인 2022년 12월, 세계적인 주류 신문사 뉴욕타임즈. 가디언, 르몽드, 엘파이스, 슈피겔은 미 정부에 기밀 문서들을 게재한 것으로 어산지를 기소한 것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이 공개서한에는 언론 보도는 범죄가 아니라며, “이 기소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며,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와 언론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위협이 된다”라고 써있었다.

2021년 1월 4일 영국 1심 판사 바네사 바레이서는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미국의 열악하고 억압적인 교도소 환경이 정신 건강이 극도로 나쁜 어산지를 자살로 몰고 갈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에서 패한 미국 정부는 이에 항소했고, 영국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미국이 어산지가 송환되면 인도주의적인 처사를 보장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뒤늦은 조건부 보장안에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어산지는 고등법원에 바레이서 판사가 송환을 불허한 근거들에 대해 고려할 것을 청원했다.

2023년 6월 8일 조나단 스위프트 판사는 어산지의 항고를 기각했는데, 150페이지에 달하는 어산지의 항고장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없이 피상적인 내용의 단 3페이지로 기각 사유를 밝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방첩법은, 승인받지 않고 국가방위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받으며 공개한 것을 공모한 것에 대해 고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산지는 컴퓨터 해킹을 공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는데, 기밀정보를 빼내는 것을 매닝과 도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닝은 해킹은 혼자서 한 일이며, 어산지에게 전달한 것도 자의에 의해 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영국 간의 범죄인 인도 조약의 4번째 조항에는 “정치범죄에 의한 송환 요청은 승인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상소문을 통해 어산지에게 혐의가 씌워진 간첩행위는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미국의 소송문이 미 정부의 보안을 훼손한 방법으로 미 정부의 기밀을 입수하고 공개한 혐의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범죄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위프트 판사는 영국의 2003년 송환법이 구속력 있는 미-영 조약보다 위에 있으며, 이 법에 따르면 정치범죄가 송환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문에 썼다.

미-영 범죄인 인도 조약의 제4조는 송환 요청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일 경우 송환을 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출된 국가보안 정보에 초점을 맞춘 기소의 법적으로 유례없고 선별적인 특성은 기소 및 송환 요청의 정치적 성격을 말한다고 어산지의 상소문은 말하고 있다. 

또한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이 기소는 정당하고 일반적인 사법 추구에서 벗어난 문제들이 동기가 된 것이다. 정부의 범죄 증거를 공개하는 언론인들을 합심해서 몰락시키고 막으며, 미래에 그러한 국제범죄들을 조사하고 고발하고 막는 과정을 저지하기 위한 의도에 의한 것이다”라고 썼다.

어산지의 상소문에서 변호인들은 어산지가 미국의 대규모 폭력과 전쟁범죄를 폭로한 것으로 기소됐다는 것을 지적하며, “어산지가 만약 러시아 같은 국가의 정부의 전쟁범죄나 인권유린을 폭로했다면, 그러한 폭로로 인한 기소가 조약을 위반한 정치범죄이자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됐을 것이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썼다.

또한 “그런 자료의 유출자들이 선별적으로 기소돼 왔지만, 정부 기밀을 입수하고 공개한 행위로 기소된 적은 없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어산지의 송환 재판에서 증언을 한 메릴랜드대학교의 저널리즘 교수 마크 펠트스타인은 “수정헌법 제1조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고, 언론이 외면이 아닌 폭로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들이 특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콜럼비아대학교의 법학교수 자밀 재퍼는 기소가 거의 전체적으로 저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필요해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증언했다. 바로 정보원들을 찾고, 이들과 은밀하게 소통하며, 이들에게 정보를 요청하고, 이들의 신분을 숨기면서 기밀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다.

어산지 기소가 저널리스트들이 대중들을 위한 감시꾼으로서의 자신들의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어산지의 상소문은 1996년 굿윈 대 영국의 사건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언론의 자유는 은밀한 정부의 활동과 결정이 민주적이고 사법적인 조사를 벗어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 기밀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언론인을 기소하는 것은 공익과 관련한 문제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이러한 일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언론은 대중들을 위한 감시꾼으로서의 중대한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며,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능력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유럽 인권재판소는 생명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문과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처우를 금한다는 것을 조항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어산지의 상소문은 어산지가 송환된다면 이를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9월 야후 뉴스는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생활을 할 때,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CIA가 그를 암살할 음모를 꾸민 것을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 트럼프 본인이 CIA가 어산지를 암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어산지가 영국 내 대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도 이 정부 기관들이 이 정도였다면, 미국으로 송환되면 비슷한 불법적인 조치 또는 보복의 진짜 위험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소문은 말하고 있다.

현재 어산지 측은 기약없이 상소가 받아들여질지 여부에 대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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