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수염이 가장 긴 여성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에린 허니컷
[월드 프리즘] 세계에서 수염이 가장 긴 여성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에린 허니컷
  • 유진 기자
  • 승인 2023.09.03 06:45
  • 수정 2023.09.0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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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cm 길이의 수염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에린 허니컷 [사진 =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
약 30cm 길이의 수염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에린 허니컷 [사진 =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

에린 허니컷(38)은 다낭성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ian syndrome) 환자이다. 이 병의 증상 중 하나는 과도한 모발 성장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허니컷은 하루에 세 번씩 하던 면도를 멈춘 뒤 생존 인물 중 세계에서 턱수염이 가장 긴 여성에 올랐다.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따르면 미시간더 에린 허니컷(Michigander Erin Honeycutt)의 수염은 약 30cm로 이전 기록보유자인 비비안 휠러(75)의 25.5cm를 넘어섰다.

‘기네스 세계기록’ 측은 허니컷의 수염이 “완전히 자연스럽다. 그녀는 어떤 호르몬이나 보충제도 복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허니컷의 갈기 같은 수염은 그녀가 앓고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ian syndrome) 때문이다. 이 질환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불임, 생리불순, 체중 증가, 과도한 모발 성장 등의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허니컷은 13세 때부터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녀는 얼굴의 수염을 제거하기 위해 면도, 왁싱, 다양한 제모 제품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도 남 앞에 나서기를 망설였다고 털어놓았다.

“아마 하루에 적어도 세 번씩은 면도를 했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허니컷은 성인이 되어서도 얼굴의 털을 제거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또 다른 건강 문제가 닥쳐 시력 일부와 다리를 잃은 후, 그녀는 턱수염을 면도하는 일에 진절머리를 내게 되었다.

지난 2018년 허니컷은 발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그녀의 다리에 괴사성 근막염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는 신체의 연조직(soft tissue)을 괴사시키는 희귀한 박테리아 감염병이다.

그 결과 허니컷의 다리에 패혈증과 괴저가 생겨, 다리의 아래쪽 절반을 절단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일생일대의 수술에도 굴하지 않고 담당 의사에게 “어떻게든지 건강을 되찾아”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쳤다.

하지만 허니컷의 건강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혈압이 너무 높아지면서 안구 뇌졸중(eye stroke)과 함께 눈 뒤쪽에 출혈이 생겼다. 이 출혈은 딱지가 지면서 흉터를 형성했고, 이로 인해 그녀의 시력은 심각하게 저하되었다.

“그 때문에 내 중심부 시력이 모두 상실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주변부 시력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정도 건강 문제가 생기면 삶의 의욕을 잃을 만도 하련마는 허니컷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3%는 더 빨리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사의 조언을 따랐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다리와 눈의 장애를 가지고도 의욕을 잃지 않은 데에는 크루즈 여행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에린 허니컷은 과거에는 수치스럽다고 여긴 수염 때문에 기네스북에 오르게 되어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다. [사진 =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
에린 허니컷은 과거에는 수치스럽다고 여긴 수염 때문에 기네스북에 오르게 되어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다. [사진 =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

한편, 허니컷은 눈에 찾아온 뇌졸중으로 시력이 저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면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면도가 하기 싫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그동안 면도를 하면서도 어쩌면 자신이 “남자처럼 썩 괜찮은 수염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왔고, 2020년 마침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해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되면서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수염 기르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앞에 나설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자의 경우에도 수염을 길게 기르는 데에는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함께 따른다. 허니컷은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자신의 “이중턱”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거추장스러운 경우도 많다”고 시인했다.

허니컷은 자신의 범상치 않은 외모로 인해 사람들이 쳐다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할 권리가 있고, 사람은 누구도 외모로 판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에린의 어머니도 수염을 기르기로 한 딸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딸이 어렸을 때부터 면도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외모를 가꾸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딸의 수염에 익숙해졌고, 딸도 매우 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십대 시절의 수치심에서부터 기네스 세계기록 보유자가 되기까지 허니컷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녀는 이 여정이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다.

“내가 세계 기록에 등재될 만큼의 목표를 달성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일 뿐인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니 정말 기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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