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인상 부담에 고심…여당은 총선 역풍 우려
이달부터 킬로와트시(kWh) 당 최소 10원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늘어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 폭에 따라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인상될 때 연간 5500억원의 수익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kWh당 1원 올리는 경우 연간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메우게 된다.
한전이 이달 1일부터 kWh당 10원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연말까지 5조5000억원의 4분의 1인 1조3000억원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 한전은 중장기 재무계획에서 올해 적자를 6조4000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는데 이달부터 kWh당 10원 인상안이 가동되면 적자규모는 약 4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올해 적자 규모가 감소해도 한전채 발행 기준인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현재 20조9200억원에서 15조원 가량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전채 한도는 현행 한전법에 따라 90조원이 된다.
지난달 15일 기준 한전채 잔액이 8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 한전채 추가 발행을 위해 한전법 재개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추가 한전법 개정을 피하려면 kWh당 최소 13원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올 한 해 인상 요인(kWh당 51.6원)의 4분의 1 수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의 증가세도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더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발전용 천연가스 열량 단가는 10월 기가칼로리(G㎈)당 9만4590원으로 지난달(8만9349원)보다 5.9% 올랐다. 이 가격은 에너지 원가에 반영된다.
국제연료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22일 기준 유가는 23.5%, 액화천연가스(LNG)는 36.7%, 석탄은 22.7%가 올랐다.
한전은 "최근 국제연료가가 급등해 다시 역마진 확대가 예상된다"며 "설비투자, 운영비 등 기타 원가를 고려하면 실질적 역마진 해소를 위해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22원 정도는 더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공공요금, 물가 상승 추세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전기요금 인상 이후 벌어질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않다. 전기요금을 올려 서민 부담을 가중시켰을 경우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순방에서 돌아오는 이달 중순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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