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두려워 하는 이유...CNN도 주목한 한국의 교권 추락
[월드 프리즘]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두려워 하는 이유...CNN도 주목한 한국의 교권 추락
  • 유진 기자
  • 승인 2023.10.30 05:36
  • 수정 2023.10.3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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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만 명의 교사들은 28일 교권 보호를 위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할 것과 악성 민원과 업무 과다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을 순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CNN방송은 29일(현지 시각)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교권 침해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강현주 씨는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면 심장부터 뛰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시야가 흐려지곤 한다.

“학생들은 서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의자와 책상을 던집니다.”

그녀는 학생들 사이의 싸움에 개입하려다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강현주 선생님은 2년의 재직 기간 동안 학생들을 훈육하느라 고군분투한 뒤 학부모들 반발에 부딪힌 일이 적지 않았다. 그녀는 그때마다 학교장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그냥 “한 일주일 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강현주 선생님의 이 같은 스트레스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녀는 달리는 버스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높은 건물 같은 데서 뛰어내린다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요. 그러면 적어도 나에게 평화는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녀는 현재 병가 중이지만, 이런 경험은 그녀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한국에서는 수만 명의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 보호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한 시위에는 20만 명이 모여 정부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집단행동의 촉매제

한국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지난 7월 20대 초반의 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부터 시작되었다.

그 교사는 서울 한 초등학교의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의 압력이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교사 외에도 지난 7월 이후 여러 명의 교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사망한 교사들의 유족과 동료들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공립학교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그중 11명은 올 상반기 동안에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그들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경희대학교 교육학과 성열관 교수는 교사들의 시위가 이뤄지는 속도와 규모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없게 된 핵심 이유 중 하나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된 ‘아동 학대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지적한다.

교사들은, 자기 자녀에게 정서적 고통을 안겨줬다는 이유를 들어 교사들을 고소하는 일부 학부모들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는 사회에 나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르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을 훈육했다가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사들의 이전 시위를 조직하는 데 앞장 선 초등학교 교사 안지혜 선생님은 이렇게 주장했다.

안지혜 선생님은 어떤 때는 학부모들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자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2년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의정보 호원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들 [사진 = 연합뉴스]
2년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의정보 호원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들 [사진 = 연합뉴스]

법 개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까?

한국의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처음에는 교사들에게 대규모 파업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입장은 신속히 바뀌었고, 일련의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월 21일 빠른 속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률 개정안 중 하나는 교사가 행한 학생의 징계가 합법적인 교육 활동으로 간주될 경우 해당 교사가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지 않도록 일부 보호 조항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불만 및 소송의 책임을 교장이 지도록 하고 있다.

성열관 교수는 “지금까지는 교장이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풍토가 팽배해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법은 또한 휴대폰 번호 등 교사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우려 사항이나 불만 사항이 있는 경우 학부모가 교사에게 직접 연락하는 대신 학교에 연락하도록 하고 있다.

안지혜 선생님은 과거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어떤 부모들은 학교 주차장까지 찾아와 차에 걸린 제 휴대폰 번호를 적어 간 뒤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주차 등의 문제 때문에 흔히 자동차 앞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이번 법 개정이 “의미가 있다”고 환영하면서도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상위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법률에 따라 의심만으로 교사를 신고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녀는 적어도 한동안은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 한번의 교사들의 시위가 10월 28일 국회 앞에서 열렸다. 안지혜 선생님은 교사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나 정상적 교육을 방해하는 학생을 퇴출시키는 등 교실에서 강경 수단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열관 교수는 법 개정안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믿으면서도 법률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안전망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법률 문제, 아니면 문화적 문제?

비평가들은 학업적 성취가 인간의 성패를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 문화를 근거로 학부모들이 교사와 교육 시스템에 그렇게 많은 압력을 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학생들이 정규 수업 시간 이후에 학원에 다니는 것은 추가 수업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고비용의 필수 과정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수능 당일에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행기 이륙이 일시 정지되고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도 조정된다.

“이제 한국의 부모들은 보통 한 명의 자녀를 갖고 그 아이에게 모든 정력을 쏟아붓는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성열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높은 점수와 수시에서의 높은 성취도를 원하는 부모들의 압력이나 집착은 교사들에게 해로운 환경입니다.”

그는 교사가 예전처럼 존경받는 직업이 아닌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교사와 학부모의 전통적 관계가 사라진 지는 10~20년도 더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정책에서 부모는 소비자 주권을 지닌 소비자로 간주되고, 학교와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로 간주된다”며 “학부모는 학교에 많은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교육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국가에서는 교사의 만족도가 낮다. ‘한국교원노조연합회’가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교사 중 26.5%가 업무상 심리적 문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약 87%는 지난 1년 사이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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