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및 회계변경 효과…중·소형-대형사 격차 더 확대될 수도
내년 보험산업은 신규수요 축소 및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전반적인 둔화가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신규 보험가입이 감소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등 성장에 제약 요인이 상존해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IFRS9과 IFRS17 등 새 회계제도 시행에 따라 생보사들과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고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 적용과 함께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연합회관에서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전망했다.
◇ 2023 보험산업 동향
먼저 올해 보험산업의 경우 새 국제회계기준(IFRS9·IFRS17) 시행으로 장기보장성보험 판매가 늘면서 생·손보사 모두 작년 대비 성장성이 개선됐다. 상반기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52조626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손보사 원수보험료는 58조709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1.2% 늘었다.
저축성보험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생·손보사 각각 4.3%, 3.3% 늘었고 퇴직연금 또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고금리 연금상품 판매 효과 및 금리상승에 따른 재가입 효과로 33.5%, 100.3%씩 늘었다. 반면 생보사의 변액보험은 불안한 금융시장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약 20% 감소했다.
건전성 또한 생·손보사 모두 소폭 개선이 이어졌다. 6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224.3%로 직전 분기 대비 4.9%p 상승했고,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킥스비율은 196.2%로 3.6%p 상승했다. 같은 시점 손보사들의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비율은 222.7%로 직전 분기 대비 4.4% 상승했고,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은 210%로 직전 분기 대비 3.8%p 개선됐다.
다만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 증가분은 생보사보다 손보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용자본은 보험사의 자기자본에 손실흡수성을 가감해 산출되는 자본으로 실제 보험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나타내고, 요구자본은 보험사에 발생할 수 있는 총 위험을 금액으로 환산한 값이다. 요구자본이 낮고 가용자본이 높을수록 킥스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생보사의 경우 직전 분기 대비 6월 말 기준 요구자본은 1.8배 증가한 반면 가용자본은 1.7배 증가했고, 손보사는 요구자본이 1.9배 증가하는 동안 가용자본은 2.1배 증가했다.
◇ 2024 보험산업 전망
한편 내년 보험산업은 저출산·고령화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라 성장에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손보사들은 원수보험료 확보를 위한 주 창구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의 비대면 채널 비중이 늘고 성장세가 약화된데다 보험료 추가 인하 압력이 늘면서 둔화가 예상된다.
생보사들은 타 금융권과의 금리격차를 줄이고 IFRS17 이후 판매 유인이 줄어든 저축성보험 위축과 고금리 환경에서 타 업권과의 경쟁 심화, 변액보험 부진으로 정체가 예상된다.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외적 환경에 따라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기준(IFRS9)이다. 기존 자본계정으로 반영되던 자산평가손을 손익까지 반영하면서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영업부문에서의 손익변동성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 보험사의 자본확충 수요를 늘릴 수도 있다. 고금리 환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자본조달 시 조달금리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손보사 또한 운전자보험 수요 확대 및 일반보험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와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신규 보험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중소형 손보사들은 보험부채 회계기준(IFRS17) 적용에 따른 부담도 예상된다.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판매경쟁 과열로 인한 마케팅 및 인프라 구축 비용 증가가 손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손보사의 보험 포트폴리오는 장기보험 비중이 높아 수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유리한 만큼 생보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심화되며 영업력 등에서 우위를 보이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차이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관측이다.
또한 금감원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하반기부터 전격 반영되고 추가 가이드라인 적용을 예고한 상황에서 제도 상 과도기를 거친 보험업권에 내년부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연구원 한상용 연구위원은 “IFRS17 도입 첫 해로 제도 시행 과도기 상황에서 보험사 실적지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지만 내년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보다 세밀한 조정과 기준 적용이 이뤄지면서 보험사 간 내재가치 및 실적 비교가 보다 정확히 파악되고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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