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항생제 더 이상 안듣는다"...CDC, 우크라이나에 퍼지는 '항생제 내성 감염'의 심각성 지적
[우크라 줌인] "항생제 더 이상 안듣는다"...CDC, 우크라이나에 퍼지는 '항생제 내성 감염'의 심각성 지적
  • 유 진 기자
  • 승인 2023.12.10 06:02
  • 수정 2023.12.10 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선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의무대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선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의무대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항생제 내성 감염병이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새로 나온 CDC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전쟁 와중에 우크라이나의 병원과 의료 시설에서 항생제 내성 감염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CDC(질병통제 예방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및 기생충이 치료 약물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항생제(항균제) 내성의 확산은 우크라이나에서 “긴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항생제 내성 세균은 전 세계적으로 HIV나 말라리아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공중 보건의 핵심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CDC, 우크라이나 공중보건 센터, WHO(세계보건기구) 소속 연구원들은 이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WHO는 항생제 내성 현상을 “세계 공중보건 및 삶의 질 개선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 때문에 2019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치료 약물에 내성을 획득한 병원체 탄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의료 분야와 농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항균 약물(항생제)의 오남용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전쟁 전부터 나타나고 있던 높은 항생제 내성률, 전쟁으로 인한 외상성 상처 환자의 증가, 전쟁 관련 의료 시설 부족 등의 요인이 합쳐져 내성이 강한 유기체의 검출이 증가하고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과거 이라크와 같은 다른 분쟁 환경에서 발생한 항생제 내성 감염증 증가와 민관군 및 기타 인구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는 우크라이나의 항생제 내성 확산은, 전쟁 중일지라도,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공중보건 센터(UPHC) 연구원들은 2022년 11월과 12월에 지방 병원 3곳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그 결과 연구원들은 조사에 참여한 환자 353명 중 50명(14%)이 내성 질병과 관련된 감염을 앓고 있음과 함께 “높은 항생제 내성율”을 확인하였다. 감염증 환자 중 30명, 즉 60%가 광범위 항생제인 카바페넴(carbapenem)에 내성을 지닌 유기체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지난 8월 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병원에서부상병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8월 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병원에서부상병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항생제 내성 비율이 2016~2017년 유럽 연합 전역에서 30만 명 이상의 환자와 10만 명 이상의 장기 요양 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때보다 훨씬 높게 나온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인 비슷한 감염 환자의 비율은 6.2%에 불과했었다.

지난 8월 CDC가 발표한 별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부상당한 군인 1명에게서 약물 내성 세균이 6종이 발견되었다. 50대 중반의 이 남성은 차량 화재로 인해 외상과 화상을 입었다. 그는 처음에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 인근 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후 키이우의 병원을 거쳐 독일의 미군 병원으로 이송되어 감시 배양(surveillance cultures)을 수집해 항생제 내성 세균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번에 나온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8월 우크라이나 공중보건센터와 해당 지역 연구자들은 3곳의 지역 공중보건 시설들과 테르노필, 크멜니츠키, 빈니차 지역의 병원을 대상으로 감염 방지 및 통제, 그리고 항생제 내성 연구 능력(실험실 수준)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들에서 감염병 감시와 손 위생과 같은 예방 조치 부문에서 “부적절함”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실험실 평가에서는 특정 장비가 “부족”하고 생물 안전 관행이 “최적화되지 않은” 것은 물론 항생제 내성 검사 물품이 “일관되지 않게 유지”되는 등 여러 문제가 확인되었다.

“항생제 내성균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인들의 생명을 구하고 국제적 확산을 방지하려면 항생제 내성 예방, 감지 및 대응을 위한 긴급 역량 구축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공중보건 센터 등의 예방 기구들은 테르노필, 크멜니츠키, 빈니차 지역을 시작으로 실험실에서 항생제 내성 감지, 항생제 처방, 감염 예방 및 통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WHO 우크라이나 사무소는 전국 10개 실험실에 항생제 내성 감시 장비와 소모품을 기부했고, 이미 장비를 갖춘 추가 11개 실험실에도 소모품을 전달했다.

연구진은 “우크라이나에서 항생제 내성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공중보건 센터는 국제 파트너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 맞는 예방 조치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감염병 예방 및 통제를 개선하고 항생제 사용 및 항생제 내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국가 행동 계획과 상황별 정책 및 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yoojin@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