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줌인] 보스턴 외곽의 한 도시를 갈라놓고 있는 경찰관 사망 사건
[월드 줌인] 보스턴 외곽의 한 도시를 갈라놓고 있는 경찰관 사망 사건
  • 유진 기자
  • 승인 2023.12.13 05:11
  • 수정 2023.12.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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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노포크 카운티 고등법원 밖에 모인 카렌 리드의 지지자들 [사진 = CNN 캡처]
지난 9월 노포크 카운티 고등법원 밖에 모인 카렌 리드의 지지자들 [사진 = CNN 캡처]

거의 2년 전, 미국 보스턴시 외곽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벌어진 경찰관 사망 사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심각하게 갈라지고 있다고, 12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2022년 1월 29일 새벽, 보스턴 교외 캔톤 지역의 한 주택 밖 눈보라 속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그는 셔츠 두 벌, 청바지, 양말 차림에 검정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그의 시신 근처 쌓인 눈 위에는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망자는 보스턴 경찰관인 존 오키프였다.

오키프와 그의 여자친구인 카렌 리드는 그날 밤 일찍부터 술집들을 돌며 술을 마셨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자정 직후 그들은 리드의 검은색 렉서스 SUV에 올라 캔톤의 페어뷰로드(Fairview Road)에 있는 오키프의 동료 경찰관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서는 뒤풀이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약 6시간 후, 동료 경찰관 집 앞마당에서 눈에 뒤덮인 오키프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6시간 동안 일어난 일은 보스턴에서 남서쪽으로 약 15마일 떨어진 인구 24,000명의 도시인 캔톤의 여론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캔톤을 포함해 인근 보스턴 교외 지역의 주민들은 오키프의 사망을 놓고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하며 몇 달 동안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키프는 동료의 집 안에서 폭행을 당하고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뒤 얼어 죽은 것인가, 아니면 그의 여자친구가 모는 차에 받혀 치명상을 입은 뒤 사망한 것인가?

현지 검찰은 오키프의 여자친구인 리드가 음주운전 상태에서 차로 남자친구를 친 뒤 뺑소니를 친 혐의가 명백하다면 그녀를 2급 살일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리드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3월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오키프 사망 2주년과 첫 재판을 앞두고 주민들 사이 유대감이 유별나기로 유명한 캔톤 지역은 이 사건에 대한 논쟁으로 분열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시의회 건물에 난입해 답변을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는 사건 당일 페어뷰로드 주택에서 열린 뒤풀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지역 블로그를 통해 그 운명적인 밤의 사건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단순한 지역 살인 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이 사건을 전국적 센세이션으로 만들고 있다.

논란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핵심 의문이 있다. 바로 과연 오키프가 그날 밤 페어뷰로드에 있는 집에 들어갔느냐 하는 의문이다. 검찰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리드의 변호인은 그렇다고 말한다.

“주민들의 의견은 정확히 양분되어 있습니다.”

캔톤에 오랫동안 살다가 최근 인근 마을로 이사한 조나단 코모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리드가 범인이라는 측과 그날 그 집 안에서 싸움이 있었다는 측이 분명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반면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안 보입니다.”

살아있었다면 지난주 금요일 48세가 되었을 존 오키프 [사진 = CNN 캡처]
살아있었다면 지난주 금요일 48세가 되었을 존 오키프 [사진 = CNN 캡처]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나? : 카렌 리드의 주장

리드(43세)는 보석금을 내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 문서와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와 오키프는 그날 밤 캔톤 지역의 술집 두 곳을 들렀다고 한다. 그들은 페이뷰로드에 있는 오키프 동료의 집으로 향하기 전에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와 보드카 소다를 마셨다.

그날 밤 운전대를 잡은 리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키프를 동료의 집에 내려주고 자신은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한다. 이후 그녀는 오키프에게 밤새도록 전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벽 4시 30분경 리드는 오키프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고, 법원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리드는 그날 밤 함께 술을 마셨던 제니퍼 맥케이브를 포함한 두 명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리드를 포함한 세 명의 여성은 차에 올라 쌓인 눈에 반사된 불빛으로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웠던(white-out) 캔톤 거리에서 오키프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세 명의 여성이 페어뷰로드에 근접했을 때 리드는 오키프가 마당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맥케이브는 리드가 놀라 차에서 뛰어 내려가 그에게 CPR을 실시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당국에 말했다.

여성들은 911에 전화했다. 날이 너무 어두워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신고자를 찾기 위해 경찰 순찰차에 부착된 스포트라이트를 밝혀야 했다고 말했다고, 법원 문서는 밝혔다.

검시관은 오키프가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두개골이 골절되며 뇌출혈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오키프는 또한 눈이 검게 부어올랐고, 오른팔에도 여러 차례 찰과상이 있었으며, 코와 입 주위에는 피가 흘렀다. 부검 결과 최종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리드의 변호인단은 그녀가 진범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 신세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진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리드는 지난 9월 법원 심리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새벽부터 오키프를 찾아 나섰고, 그의 피로 뒤범벅이 되면서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나뿐이었습니다.”

리드의 변호사 중 한 명인 알란 잭슨은 오키프가 그날 밤 페어뷰로드의 동료 집에 들어가 안에 있는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였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아마 육체적 충돌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 오키프는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을 당한 겁니다.”라고 주장했다. 

“사건은 은폐된 겁니다. 그는 그 집 안에서 살해된 뒤 밖으로 끌려나간 게 분명합니다.”

오키프의 동료이자 문제의 집주인인 브라이언 알버트는 이 사건과 관련한 CN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리드의 기소 문서에서 알버트 부부는 그날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지만, 그 안에 오키프 커플이 끼어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키프 커플과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당일 자신들의 집을 찾은 사람들 틈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 검찰의 주장

검찰의 주장은 당일 페어뷰로드의 문제의 집 밖에서 일어난 일에 집중되어 있다. 검찰은 오키프 커플이 다툼을 벌이다가 렉서스 차량에서 내렸다고 주장한다.

검찰의 증거에 따르면 술에 취한 리드가 렉서스 차를 급히 돌리던 중 오키프를 쳤고, 그로 인해 그는 추운 날씨에 길 위에 쓰러져 있다가 사망했다.

조사관들은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날 밤 리드는 최소 9잔의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오키프를 찾는 과정에서 차량에 함께 탄 세 번째 여성은 리드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고 수사관들에게 말했다.

캔톤 경찰은 오키프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깨진 칵테일 잔 조각과 눈 속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 경찰은 나중에 현장에서, 파손된 리드의 차량 오른쪽 미등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미등 조각을 발견했다고 법원 문서에 나와 있다.

이와 관련 노퍽 카운티 지방 검사인 마이클 모리세이는 지난 8월 성명을 통해 오키프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해보면 그가 페어뷰로드 주택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조롱이나 풍문은 증거가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존 오키프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증인이 11명이나 됩니다. 아무도 집 안에서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집 안에서는 싸움도 없었습니다.”

법정 심문에 참석한 카렌 리드 [사진 = CNN 캡처]
법정 심문에 참석한 카렌 리드 [사진 = CNN 캡처]

사건이 은폐되었다는 주장에 반발하는 수사관들

지방 검사인 모리세이는 사건의 증인들에 대한 협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법집행기관들이 공모해서 리드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증인들은 용의자가 아닙니다. 관련 경찰서, 구급대원, 소방대원, 검시관 및 검찰이 공모하고 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일 뿐이고, 범죄 혐의를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시도입니다.”

모리세이 검사는 지난 8월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캔톤 경찰서장 헬레나 래퍼티도 CNN에 보낸 성명에서 수사관들이 “존 오키프의 비극적인 죽음을 은폐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타운 이사회 회의에서 그녀는 캔톤에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알려진 것만큼 만연되어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캔톤 주민들이 경찰을 분신한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라고 믿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밝히면서도 불신의 원인에 대한 CNN의 추가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민들을 갈라놓고 있는 후폭풍

경찰과 검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던킨도넛의 본사가 있는 이 중산층 교외 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캔톤에서 자란 조나단 코모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항상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통적 가족 관계를 유지하던 캔톤은 이 사건을 놓고 극심하게 갈라져 있다. 

페어뷰로드의 집 주인 알버트의 형은 지역구 의원인 유지이다.

코모는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뒤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수군거리기는 하지만, 자신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상인들조차 불이익을 당할까 봐 어느 쪽 편도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터틀보이(Turtleboy)라는 별칭으로 활동하는 매사추세츠 출신 블로거 아이단 커니는 법집행 기관과 지역 정치인들이 이 살인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며 논란에 불을 당겼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지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CNN 계열사인 WBZ는 지난 10월 커니가 리드 사건의 증인과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증인 협박 및 음모 혐의로 기소된 뒤 무죄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카렌 리드는 무죄’라는 스웨트셔츠를 입은 커니는 경찰에서 풀려난 뒤 법원 밖에 모인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존 오키프의 진짜 살인자를 밝혀내는 임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근 몰든에서도 리드의 지지자들이 그녀의 변호사 비용을 모금하기 위한 핼러윈데이 모금 행사를 주최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카렌 리드는 무죄’라는 티셔츠와 FBI 모자를 착용하거나 노란색 범죄 현장 테이프로 몸을 감쌌다.

보스턴 인근 찰스타운에 사는 작가이자 형사소송 변호사인 피터 엘리칸은 지난 몇 달 동안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장을 목도했다고, CNN에 말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가 기름을 끼얹었다.

“마치 지평선에 줄지어 맞서있는 적군들처럼 보입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대개는 금방 진실이 밝혀지는 다른 많은 살인 사건들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는 주장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이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캔톤 주민이자 은퇴한 DEA(마약단속반) 요원인 신 맥도우는 이 사건을 둘러싼 깊은 분열에 그렇게 놀라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캔톤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기 때문에 이 지역의 문화와 정치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오랫동안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에는 기본적으로 불신을 조장하는 많은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문들 중에는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키프는 죽지 않았다면 지난주 금요일 48세의 생일을 맞았을 것이다.

지난주 화요일 밤 캔톤 마을 회의에서 주민 제니퍼 오도넬은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캔톤이 자랑할만한 인물 하나를 잃은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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