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영성 공동체에서 나와 길을 잃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월드 프리즘] “영성 공동체에서 나와 길을 잃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 유진 기자
  • 승인 2023.12.24 06:32
  • 수정 2023.12.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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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피레네에서 길을 헤매는 중이었다는 말은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한 영국 소년
실종 상태였다가 6년 만에 발견된 영국 소년 알렉스 배티 [사진 =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경찰 제공]
실종 상태였다가 6년 만에 발견된 영국 소년 알렉스 배티 [사진 =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경찰 제공]

최근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실종된 10대 영국 소년이 6년 만에 프랑스에서 발견돼 이목을 끈 바가 있다.

길을 헤매는 것처럼 보이던 이 소년은 그를 발견한 한 배달기사에게 그동안 ‘영성 공동체’에서 살았다고 밝혔었고, 프랑스 경찰의 도움으로 영국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소년이 그 ‘영성 공동체’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났지만, 경찰의 추적으로부터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고, 23일(현지 시각) BBC 등 영국 매체들이 전했다.

지난 14일 외신들은, 영국 수사당국이 지난 2017년 스페인에서 실종된 알렉스 배티(당시 11세)를 전날 오전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에서 찾았다고 보도했었다.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주의 올덤에 살던 알렉스는 그의 엄마인 멜라니 배티, 할아버지 데이비드 배티와 함께 스페인 말라가로 여행을 떠난 뒤 행방이 묘연했다.

미제로 남을 뻔한 실종 사건은 툴루즈의 한 배달기사의 기지로 실마리가 풀렸다.

프랑스 지역신문 <라 데페쉬>에 따르면, 배달기사 파비앵 아시디니는 14일 비 내리는 이른 아침 툴루즈 인근 프랑스 피레네산맥 기슭의 도로에서 길을 걷는 앨릭스를 발견하고 행색이 미심쩍어 말을 걸자 알렉스가 엄마를 떠나 영국의 가족을 만나려고 4일 넘게 산길을 걸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시디니는 아르바이트로 배달 일을 하는 프랑스 대학생이다.

앨릭스는 평범한 삶과 거리가 먼 ‘영적 공동체’에서 살았다면서 그동안 엄마가 자신을 가둔 적도, 엄마를 미워한 적도 없지만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들은 아시디니는 알렉스를 인근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런데 영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알렉스가 경찰로부터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탈출 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알렉스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4일간의 탈출 과정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종된 지 6년 만에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다.

알렉스는 “14~15세” 무렵부터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자연인 생활 방식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이 생기면서부터 프랑스 피레네산맥에서의 자연인 스타일의 ‘영성 공동체’를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알렉스는 현재 영국 올덤에서 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탈출 결심과 탈출 과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는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결국 그들이 경찰에 체포될 거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렉스와 어머니 멜라니 배티, 할아버지 데이비트 배티 [사진 = BBC]
알렉스와 어머니 멜라니 배티, 할아버지 데이비트 배티 [사진 = BBC]

“나는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배달기사에게 발견될 당시 자신의 여정을 이틀간의 하이킹으로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킬랑의 한 마을에 들어가 길을 물은 뒤 툴루즈로 향했다.

알렉스를 처음 발견한 파비앵 아시디니는 알렉스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4일 동안 낮에는 자고 밤에만 걸었다고 말했다.

당시 툴루즈로 향하던 알렉스의 수중에는 현금 100유로뿐이었고 휴대전화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야생에서 발견한 먹거리들로 연명했다고, 아시디니가 대신 전했다.

아시디니는 카르카손 바로 외곽에 있는 레벨로 알렉스를 데려가 현지 경찰에 인계했고, 프랑스 경찰은 그의 신원을 확인한 후 툴루즈로 이송한 다음 영국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알렉스의 할머니인 수잔 카루아나는 2018년 BBC에 알렉스의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그를 모로코의 영적 공동체로 데리고 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그들이 대안적인 생활방식을 찾고 있었으며 알렉스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알렉스의 어머니 멜라니 배티와 할아버지 데이비드 배티는 2017년 9월 30일 일주일 간 휴가를 떠나기로 하고 알렉스를 데리고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를 떠나 스페인의 마르베야로 떠났었다.

알렉스는 그해 10월 8일 말라가 항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는데, 그날은 그들이 원래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이었다.

알렉스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가족과의 재회에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해 계속 프랑스어를 배우고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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