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줌인] 2023년을 힘들게 보낸 중국 경제, 새해는 보다 험난할지도
[차이나 줌인] 2023년을 힘들게 보낸 중국 경제, 새해는 보다 험난할지도
  • 유진 기자
  • 승인 2023.12.31 06:47
  • 수정 2023.12.31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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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사진 = 연합뉴스]

애초 2023년에 중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어 글로벌 성장의 확실한 엔진 역할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 경제는 IMF(국제통화기금) 등이 세계 생산 부문의 “걸림돌(drag)”이라 부를 정도로 정체되었다.

CNN방송은 29일(현지 시각) 2023년 중국 경제를 돌아보고 2024년을 예측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세계 2위인 중국 경제가 부동산 위기, 소비 위축,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식 목표인 약 5% 성장은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유지하던 평균 6% 이상의 년간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며, 2024년은 점점 불길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중국은 까딱하다가는 2024년부터 수십 년간의 침체기에 접어들지도 모른다.

중도우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데릭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2024년 중국 경제의 과제는 4.5%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GDP 성장이 아니라 그때부터 예상되는 유일한 진행 방향이 하방(下方)이라는 데에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대규모 시장 개혁 없이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신흥 경제국이 빈곤을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다가 고소득 국가에 도달하기 전에 함정에 빠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1978년 중국이 세계에 다시 개방된 이후부터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권 중 하나였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0.5%씩 성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그래도 2021년까지 10년간 평균 6.7%를 유지했다.

“2020년대 후반에는 성장이 둔화할 것입니다.”

시저스 연구원은 중국의 인구 감소와 함께 골치 아픈 부동산 섹터의 변화를 언급하며 이렇게 예측했다.

IMF는 나아가 중국 경제의 장기 전망에 대해 더욱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1월 IMF는 중국의 성장률이 2023년 5.4%에 도달했다가 생산성 저하와 인구 노령화 등의 역풍을 만나 2028년에는 3.5%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 그룹(Country Garden) [사진 = 연합뉴스]
‘비구이위안 그룹(Country Garden) [사진 = 연합뉴스]

중국 경기 침체의 요인들은?

오늘날 중국 경제에 닥친 수많은 난관들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시저스 연구원은 후진타오 전임 정권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이라는 처방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2012년부터 집권한 시진핑 정부 또한 신용 확대에 제재를 가하지 않아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시장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의 중국 시장조사 이사인 로건 라이트도 “중국의 경제 둔화는 지난 10년 동안의 전례 없는 신용 및 투자 확대가 끝난 뒤 찾아온 구조적인 현상입니다.”라며 이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전년도와 같은 수준의 신용 성장(신용 확대)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 방향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이 과거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베이징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면서 철저한 봉쇄와 민간 기업에 압박을 강화한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경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되고 가장 활기 넘쳐야 할 민간 부분이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올해 경기 둔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요 부진으로 인해 2023년 내내 소비자물가가 약세를 보이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가속화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 위기 또한 심화되고 있다. 주택 판매 급락은 ‘비구이위안 그룹(Country Garden)’과 같은 건실한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동산 섹터의 위기는 대규모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부문으로 확산되어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초래하고 전국적으로 시위를 촉발시켰다.

지방정부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지출과 토지 매매 수익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는 빚을 갚을 수 없어 시민들에 대한 기본 서비스를 줄이거나 노인을 위한 의료 혜택을 줄여야 했다.

또, 정부가 자료 공개를 중단할 정도로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감시 강화를 불편하게 여긴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짐을 싸고 있다. 올 3분기에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하이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만이 5년 사업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문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근로자가 전화 통화를 하며 건설공사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한 근로자가 전화 통화를 하며 건설공사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은 일본이 될 것인가?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성장 정체와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저스 연구원은 적어도 당장은 그런 정도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2020년대 후반부는 잃어버린 10년처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적어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 경제 최대의 걸림돌은 인구 감소일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1100만명으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도 불과 2년 전 1.30명에서 지난해 1.09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의 출생률이 전통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구성 변화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력 감소와 의료비 및 사회적 비용 지출 증가는 재정 적자 확대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이 줄어들면 저축 또한 줄면서 이자율이 높아지고 투자가 감소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하나의 예로, 주택 수요가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2040년대에는 인구 감소로 총 성장이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시저스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 없이는 중국의 반등은 없습니다. 2030년대는 2020년대보다 더 나쁠 것입니다.”

시진핑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번 달, 한자리에 모여 내년 경제 목표와 정책을 논의한 중국 지도부는 재정 및 통화 확대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당국자들은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 언론은 정부가 내년 경제 목표를 다시 5% 정도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독립적인 기관들의 전망과 비교해 보면 분수에 넘치는 목표로 보인다. 공식 목표는 중국이 연례 입법회의를 개최하는 내년 3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들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정책 입안자들은 약간의 부양책과 기분 전환을 통해 경제가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중국 경제 책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또한 중국 관리들이 목표치를 높여 잡는 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가 본질적으로 구조적이며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관리들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 둔화의 대부분은 수요 측면의 부양책이나 기타 신뢰 강화 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경기 싸이클적 문제라기보다는 생산성과 소득 증가의 구조적 침체를 반영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베이징이 신용 확대와 같은 오래된 각본에 의지한다면 2024년에도 여전히 성장을 촉진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치료제가 아닌 경제적 진통제”일 뿐이라고, 시저스 연구원은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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