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나섰던 김수광, 박수훈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하지만 순직 소방관 예우를 강조해 온 당국이 지난 20년 동안 유족들의 추모식 예산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당국은 매해 장비와 인력 확보 등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화마 속에 스러진 소방관과 그 유족을 살피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소방청과 국가 보훈부 대전지방보훈청 등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들을 회원으로 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매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어 왔다.
특히 2023년은 추모식이 열린 지 20번째를 맞는 의미 있는 해였다. 추모식에는 유족과 소방과 동료를 비롯해 남화영 소방청장과 강만희 대전지방보훈청장, 황원채 국립대전현충원장 등 약 200명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추모식은 소방청이 주최하고 주관은 추모기념회가 맡았다. 대전보훈청은 행사를 후원했다. 추모식 예산은 총 5000만 원으로 대전보훈청이 국고보조금에서 4000만 원(80%)을 지원했고 기념회는 후원금과 유족 회비로 나머지 1000만 원(20%)을 충당했다.
그러나 소방청에서 예산 지원은 없었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추모식이 처음 열린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예산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한 순직 소방관 유족은 "소방청은 그간 (추모식을 위해) 물 한 잔도 떠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보훈청이 2016년부터 추모식 개최를 위해 매년 지원해 온 국고보조금 4000만 원도 올해는 30% 삭감된 2천880만 원으로 줄었다. 대전보훈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추세라 대부분의 보훈 행사 보조금이 20% 정도 축소됐고 어떤 곳은 못 받는 곳도 있다"며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은 의미 있는 행사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이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이 뒤늦게나마 올해 예산에 순직 소방공무원 관련 사업 예산을 처음 반영한 것은 달라진 부분이긴 하다. 사업 예산은 총 1억 원으로 소방청장 위문품 명목에 5000만 원, 나머지 5000만 원은 올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조성되는 '소방영웅길' 사업 등에 사용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순직 공무원 관련 예산은 (그동안)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1억 원 예산을 세우게 됐다"며 "예산에 신규 항목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훈청이 추모식을 위해 기념회에 지원한 민간 보조금도 소방청이 보훈청에 적극 요청해 이뤄졌던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21번째 순직 소방관 추모식은 오는 11월에 있을 예정이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화재 진압·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공무원은 40명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숨진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를 포함하면 총 42명이다.
[위키리크스한국=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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