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까다로운 난관으로 평가됐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발표가 13일 오후(한국시간)에 나왔다. 반면 EU에 비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승인 조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 합병 '난기류'가 감지됨에 따라 합병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미주노선 이용객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70%가량을 차지해 만약 양사가 그대로 통합하면 미주노선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합병으로 독점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는 미 법무부가 이 같은 독과점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실제 지난달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미 법무부 요청으로 미국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당시 불허 판결을 내렸던 월리엄 영(William Young) 판사는 “제트블루가 스피릿을 집어삼키도록 둔다면, 항공 산업에서 독특한 혁신을 제공하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몇 안 되는 주요 경쟁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 내 '반 경쟁제한' 기조를 대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걱정이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한다.
150여개 미국내 노선이 겹쳤던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과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은 단 5개 노선(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이다. 그러므로 합병시 미국 5대 항공사가 탄생하는 제트블루-스피릿항공 합병과 달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미국 내에서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제트블루-스피릿항공 합병과 달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영향을 받는 미국 소비자는 1%가량이다.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합병 심사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미주노선 5개 노선에 대해서 미 법무부 당국이 칼을 빼 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대한항공은 해당 5개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에 양도하는 제안으로 협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요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물류 사업부의 국내 매각을 추진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노선을 양도함으로써 국부 유출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미 법무부도 최종적으로는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대 경영학부 황용식 교수는 "미 법무부와 협상에서 대한항공이 내보일 카드는 모두 세팅을 마친 상태"라며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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