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속 지쳐가는 의료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33시간째 응급수술"
전공의 공백 속 지쳐가는 의료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33시간째 응급수술"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4.02.26 06:19
  • 수정 2024.02.2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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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수술 [연합뉴스]
응급환자 수술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무더기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이 채우고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 전임의들마저 이탈할 기류를 보이고 의대 졸업생들마저 인턴 임용을 포기해 의료대란이 더욱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

26일 의료계,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절반까지 줄이고,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처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수술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이날 수술일정을 45∼50%로 줄였고, 서울아산병원도 수술 축소 폭을 40∼50%로 확대 조정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도 진료과별 상황에 따라 수술과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공백 속에서도 전임의를 최대한 활용하며 진료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해왔지만, 일부 병원에서 전임의들마저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병원 운영에 비상에 걸릴 전망이다.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기존 교수진이 기본적인 문진부터 수술 후 환자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으면서 업무 효율성은 크게 떨어지고 격무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쉬지 않고 수술이 이뤄지고 있지만, 평소 수술 3건을 할 수 있는 시간에 1건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장마다 "다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33시간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응급수술 6건을 마쳤습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소속 김영욱(45)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료진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버티기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전날 오전 7시에 출근해 이날 오후 4시까지 33시간 동안 흉부외과 2건, 일반외과 2건, 이비인후과 1건, 정형외과 1건 등 모두 6건의 응급수술에 참여했다.

마취과 의사인 그는 수술 시작부터 종료까지 환자의 체온·호흡·맥박·혈압 등 측정값인 '바이탈 사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특히 응급·중증 환자 수술의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기에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면 몇시간이든 계속 수술실을 지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김 교수는 "이날 이비인후과 환자 수술의 경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 30분간 이어졌다"며 "의료진 모두 식사도 못 하고 수술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빅5 병원' 등에서 수술이 줄며 우리 병원으로 환자가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응급 환자가 몰리면서 평소보다 수술 난도가 훨씬 올라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진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서울=연합뉴스)
응급진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서울=연합뉴스)

인천시 서구에 있는 유일한 대학병원인 이곳 병원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공의 50명 중 41명(82%)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의사이자 대학교수로서 환자와 학생, 전공의가 있어야 직업에 의미가 있는데, 늘 자부심 갖고 즐겁게 나섰던 출근길이 점점 멀게만 느껴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 교수는 "그래도 '이 환자도 결국 살렸다'며 감사하다고 말해주는 흉부외과 교수님과 식사를 못 한 의료진에게 사비로 밥을 사는 이비인후과 교수님, 쪽잠 시간 확보해준 일반외과 교수님과 간호사님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결국 정부가 내세운 2천명이라는 숫자와 의료계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좁힐 필요가 있다"며 "교육 여건을 비롯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kkang@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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