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번 공격 책임 전적으로 IS에…우크라이나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강조
영국 일간 "공범 중 일부 공연장 내부자 가능성…사전 무기 은닉 조력했을 수도"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의 연관성을 제기했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를 반박하면서 테러 배후 책임 등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로 난사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번 테러에 대해 사건 직후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테러범들과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3일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을 체포함 뒤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했다"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면서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IS 소행임을 선을 그으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에 대한 차단에 나섰다. 현지 통신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푸틴을 향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받아쳤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이 이번 테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두고도 기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왓슨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을 포함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러시아 당국도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지만, 안토노프 대사는 대테러 전쟁에 있어 미국과 러시아의 접촉은 붕괴됐으며 이는 러시아의 잘못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경고에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명백한 협박"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최근 대선 승리의 빛이 가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되짚었다.
일각에선 미국이 생산한 정보에 대한 회의론,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미국의 경고가 나왔다는 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테러가 푸틴 대통령에게 위험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번 테러는 범인들이 공연장 입구의 금속 탐지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총기와 폭발물을 행사장 내 몰래 숨겨두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알려져 공범 중 일부는 내부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 당국에 검거된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과 공범 7명 등 총 11명 중 일부는 타지키스탄인이고, 공범들은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청소나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사전에 행사장내 무기를 숨겨두도록 도왔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한국=민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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