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외국인들의 국내 카드사용은 크게 줄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가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신용·체크·직불) 금액은 171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2016년(143억달러)보다도 19.7% 늘어난 규모다. 이를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30.5원)로 계산하면 한화로 19조3400억원에 이른다.
연간 해외 카드 사용금액은 2013년 11.8%, 2014년 15.7% 각각 늘어난 뒤 2015년, 2016년에는 각각 8.7%, 7.8%로 성장세가 꺾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19.7%를 기록, 두 자리 수 증가율로 돌아왔다. 지난해 증가율은 2010년(35.2%)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다. 2010년 당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용액이 전년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뒤 회복했던 시기다.
지난해 해외 카드 사용액이 급증한 까닭은 출국자 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내국인출국자 수는 2650만명으로 전년대비 18.4% 증가했다.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5월과 10월 황금연휴가 만들어지면서 이 시기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해외여행객이 늘자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장수와 장당 사용금액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사용 카드 수는 5491만2000장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장당 사용금액도 312달러로 2016년보다 2.3% 늘었다.
지난해 중 원·달러 환율이 지속 하락한 것도 내국인이 해외 카드사용을 늘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등 외화 가치가 하락했는데, 이 때문에 해외에서 내국인의 구매력이 증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환율 하락이 본격화됐던 4분기(10~12월) 사이 내국인 출국자수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19.6→22.0→19.8% 늘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7~9월) 사이 출국자수 증가율(15.8%)을 웃도는 수준이다. 해외 카드사용실적도 이에 따라 늘었다. 4분기 실적상승률(전년동기대비·20.6%)이 3분기(15.9%)보다 높았다.
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카드로 쓴 실적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비거주자의 국내 카드사용금액은 85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107억달러) 대비 무려 20.4%가 줄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점이 카드 사용액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입국자 수는 1330만명으로 전년대비 22.7% 급감했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417만명으로 전년대비 48.3% 줄었다. 앞서 외국인 카드 사용액이 감소했던 시기는 사스 사태가 있었던 2003년,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이었다.
/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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