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항공사 마일리지 사태, 10년의 안일함에서 출발...현명한 처리가 필요하다
[WIKI 수첩] 항공사 마일리지 사태, 10년의 안일함에서 출발...현명한 처리가 필요하다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2.17 14:40
  • 수정 2018.12.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사진=대한항공 제공]

최근 항공 마일리지 소멸 기한이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일리지는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한 기업의 판매 촉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다. 고객은 이용 실적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데 누적된 점수는 화폐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항공사에서 시작된 마일리지 제도는 현재는 신용 카드사, 통신 회사 등에서도 고객 유치 일환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와 통신사의 포인트 제도에 대한 논란은 여러 번 이슈가 됐던 것과 달리 마일리지 제도를 처음 도입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문제는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이는 항공사들이 2008년부터 10년으로 제한했던 마일리지의 사용기한 만료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현재 축적된 마일리지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사용기한이 무려 10년으로 다른 상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지만, 많은 이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사와 통신사의 포인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사용기한을 두고 있다. 카드 포인트 역시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소멸되는 등 고객들의 자산 손실이 어마어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카드 포인트는 제도가 수차례 개선돼 올해부터 현금화가 가능해지며 논란이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항공 마일리지 사태는 사실상 10년 동안의 안일함이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사용할 수 있는 좌석이 많지 않다고 해도, 10년 동안 계획적인 소비를 했다면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기간이다.

물론 마일리지 소모가 항공권 구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항공권 구매는 일반인들 대부분에 있어 쉽사리 실행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어쩌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이뤄지는 것으로 다양한 경비가 소요되게 된다. 다른 포인트 제도가 사용 그 자체만으로 충족이 이뤄지는 반면, 항공 마일리지는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항공사 마일리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카드 포인트나 통신사 포인트와 달리 금액이 크다는 점도 작용한다. 항공권은 싸게는 수만원부터 비싸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쉽사리 쌓이고 사라지는 여타 포인트들과 달리 10년간 누적된 마일리지의 소멸은 그만큼 아깝고, 재산이라는 인식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항공사들도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좀 더 다양한 소비처 마련과 홍보를 통해 적극적인 소진을 유도했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사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포인트를 10년 동안 쌓아두기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이로울 수도 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은 곧 기업의 부채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담하게 된 부채는 이연수익(선수수익)이라고 하는데, 소멸 시에는 반대로 부채가 사라지며 수익으로 전환된다.

고객들이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기업의 부채 규모가 줄고 부채에 따라 마련해야 하는 충당금 부담도 줄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최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누적 마일리지는 부담이 적지 않다. 마일리지가 한없이 쌓이면 부채 부담과 함께 충당금 마련이라는 이중고가 생기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결국 카드사나 통신사와 다를 바 없이 누적된 마일리지는 한정된 기간 내 어떻게든 소화할 필요가 있다. 무려 10년의 기간 쌓인 마일리지를 20년으로 기한을 늘려준다면 과연 사라질까? 아마 대부분의 마일리지가 소모되기보다는 항공사들의 부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적극적인 기단확대와 더불어 신규 노선취항에 나서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누적은 배가 될 것이고, 종국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마일리지 기한 제한을 없애 고객들의 재산을 지킬 필요도 있지만,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적극적으로 소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지 않을 경우 지금의 소비 행태로는 사실상 기업의 부담만 커질 확률이 높다.

분명한 것은 고객들이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 안하는 것이 무조건 항공사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대로 유효기간 안에 마일리지를 전부 쓴다고 항공사 입장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항공사가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그만큼 자주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자는 뜻이고 이를 묵혀 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소리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무작정 쌓이는 마일리지는 오히려 항공사엔 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항공사 역시 10년의 기간 내에 고객들이 모든 마일리지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안일한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카드사나 통신사의 사례에서 봤듯이 포인트 소멸은 매번 논란이 돼 왔던 문제다. 특히 마일리지의 경우 카드나 통신 포인트와 달리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고객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을 수도 있다.

항공사에 있어 마일리지 유효기한 제한은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좀 더 다양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msh14@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