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쟁] 정치-경제 보복 ‘뉴노멀’ 시대...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 우려 확산
[한일전쟁] 정치-경제 보복 ‘뉴노멀’ 시대...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 우려 확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8.14 07:51
  • 수정 2019.08.14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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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한일 정권 포퓰리즘.. 삼성전자, 화웨이등 글로벌 기업들 흔들흔들
일본의 무역보복 철회하라! 광화문 아베 규탄 집회 [최지환 기자]
일본의 무역보복 철회하라! 광화문 아베 규탄 집회 [최지환 기자]

극도의 이기주의로 무장한 국제정치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포퓰리즘에 편승한 정권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보복을 서슴치 않는 행태가 일상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가 수십년간 쌓아온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되면서, 정작 피해는 기업들과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나 화웨이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경영까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한국 사드보복, 미국의 중국 무역 보복에 이은 일본의 이번 경제 보복이 대표적이다.

각국 경제와 기업들을 위해 막후전술을 펼치는 ‘외교’는 사라지고, 각 정부마다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갈 데까지 가보자’라며 막장으로 치닫는 행태를 연출하고 있다.

이달초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에 이어 한국 정부도 한국의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키로 하는 등 양국의 전쟁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킨게임’을 거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동북아 협력을 위해 한일 간의 무역 전쟁이 시급히 해소돼야 하지만, 양국 정권의 포퓰리즘으로 대화 채널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외교는 서로의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타협책을 찾는 것이 기본인데, 기존의 정치적 명분을 서로 쥔 채 망가지는 경제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연합뉴스]

다음은 미국의 뉴스전문 폭스뉴스의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 소재인 불소화 폴리아미드, 포토리지스트, 불화수소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일본의 수출업체들은 강화된 통제 규정에 따라 이들 세 가지 화학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과정은 길게는 90일까지 걸릴 수 있다.

대부분의 전자 장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인 반도체는 오랫동안 한국의 효자 수출 품목이며, 생산 기간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이 민감한 정보를 북한에 유출했기 때문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의심이 터무니 없다고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은 또 하나의 무역 제재를 들고 나왔다.

일본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역 상대 국가의 목록인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것이다. 이 조치로 인해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의 부품 등의 대 한국 수출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한국이 일본의 이러한 조치에 강력 반발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 정부는 상응하는 ‘화이트리스트 일본 배제’를 발표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여행 뿐만 아니라 맥주나 의류(유니클로)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이미 경고했듯이 일본이 의도적으로 우리 경제를 공격한다면 일본도 심각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양국이 미국의 오랜 우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조정 노력은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한국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강은 “이 지역에서 동맹 간 연대의식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패의 한 원인은 현재 미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다른 위기들 때문이며, 또 다른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한일 분쟁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한일 무역 분쟁은 관련국 모두에게 지는 게임이다. 한국은 일본의 가장 활발한 무역 파트너 중의 하나이며, 불안정한 양국 관계는 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다른 많은 나라들처럼 한일 양국은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갈등의 요인이 뿌리 깊은 감정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의 수출 제한을 발표했을 때, 일본은 자국의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모호한 이유를 들고 나왔다.

당시 일본의 관리들은 한국의 일부 기업들이 해당 화학 물질들을 부적절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물질들이 북한에 흘러들어가 군사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그러한 혐의가 있는지를 밝히거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은 해당 물질들의 허술한 관리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결백을 UN이 입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문제는 다분히 감정적인 배경이 있으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 지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식민 지배했을 때 한국의 노동자들이 강제로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을 해야 했다.

한국의 대법원은 지난해 일본 기업들이 이 강제노동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본은 이 결정에 반발하며, 한일 양국 간에 맺어진 1965년의 협정을 들고 나왔다. 일본은 이 협정을 통해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국에 5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한일 양국의 문제는 너무나도 감정의 뿌리가 깊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벌어진 2차 세계대전을 두고 양측이 주장이 문자 그대로 너무나 다릅니다.”

데이비드 강 소장은 “강제 징용이 한일 양측에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취해진 조치인지, 아니면 일본 제국주의가 동아시아에 광범위하게 걸쳐 밀어붙인 가혹한 조치의 일환인지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지금 일본은 싸움을 크게 몰고 가는가?

일본의 아베 신조 수상의 임기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11월이 되면 그는 일본 역사상 공식적으로 최장수 수상을 역임하게 되며, 역사에 족적을 남기기를 바라고 있다.

데이비드 강 소장은 아베가 ‘일본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아베에게 과거 강제 징용 문제는 지속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원(Korea Economic Institute)의 트로이 스탠거론은 “가장 명백한 불안 요소는, 한국에 대한 부품 수출이 지체됨으로써 세계의 첨단 제품 공급망에 초래될 위협”이라고 말한다.

이는 세계인이 매일 사용하는 많은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공급의 60%를 한국의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더 그러하다. D램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애플의 아이폰에서부터 델의 노트북 컴퓨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이미 식어가고 있는 세계 경제를 잠재적으로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트로이 스탠거론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그는 각국들이 무역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국가 안보를 내세우고 있는 사실을 염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국가 안보를 내세워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일본과 EU로부터의 자동차 수입에 관세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는 또 지금은 미국의 두 우방인 한일 양국 간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적들이 미국의 우방들을 상대로 무역을 무기화한다면 이는 미국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제3국을 상대로 우방을 보호하거나 경제 전쟁을 치를 수 있을까요?”

그는 이렇게 물었다.

“아니면 동맹국들이 적들에 의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을 때 안보의 동맹국들이 침몰하는 것을 그냥 지켜볼 것인가요?”

한국이 2017년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 중국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번복하도록 한국에 경제적인 압박을 가했었다.

그때 중국은 정부 주도로 한국 상품의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고 한국의 소매 상품 수입을 가로막았었다. 하지만 당시에 중국의 부당한 경제 보복처럼 보였던 조치들이 이제는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 돼버렸다.

국제전략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매트 굿맨은 “한일 무역 분쟁은 지역 내의 더욱 긴급한 위협, 즉 중국과 북한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한미일 간의 전략적 관계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두 주 사이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서울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네 번의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매트 굿맨은 국제 문제에 정해진 룰을 지키는지 중국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서로 싸우기보다 협력해서 매의 눈으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며 “상대방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이성을 잃고 소리치는 것과 같은 지금의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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