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6년 이후 23년 만에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됐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했다.
회의 직후 열린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홍 부총리는 "쌀 등 농업의 민감 분야는 최대한 보호하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그간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향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경제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는 주요20개국(G20) 가입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 차지 국가 등이다. 한국은 이들 요건에 모두 해당되는 유일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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