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 보상하는 지수형 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손해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었던 리스크를 보장할 수 있어 ‘전염병’뿐만 아니라 보험의 경계를 확장 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지수형 보험의 활용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 보상하는 ‘지수형 보험’이 해외에선 이미 활발하게 개발되어 다양한 노출리스크를 보장하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실제 손실을 보상하지 않고 손실과 연관된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서 보상이 결정되는 보험이다. 보험사고 발생 시 사전에 정한 지표가 특정 조건을 충족할 때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구조로 기존 보험상품의 보장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농작물 보험의 자연재해, 기후위험 등과 같이 손해사정을 통해서 손실 금액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거나 과다청구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어 왔다.
보고서 작성자인 문혜정 연구원은 “기존 보험상품은 손실의 복잡성에 따라 보상이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지수형 보험 상품의 경우 보통 1주일에서 한 달 이내에 빠르게 보상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수집·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리스크의 측정과 관련 지표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수형 보험의 적용 가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수형 보험은 ‘전염병 보험’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해외 보험회사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지수형 보험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마쉬(Marsh)와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리(Munich Re)는 2018년 유행성 전염병 리스크 모델링 기업인 메타바이오타(Metabiota)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기업의 재무적 손실을 보상하는 전염병 보험 상품을 개발했다. 보상은 대중의 공포심과 행동변화를 추정하는 바이러스 심리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지수형 보험은 향후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에 손해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었던 리스크를 보장함으로써 보장갭(Protection Gap)을 줄이고 보험의 경계를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처(FEMA)의 국가자문위원회(NAC)는 미국인의 보장갭을 줄이고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수형 보험 제공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문혜정 연구원은 “향후 전염병 리스크, 사이버 리스크, 테러 리스크 등 기존에 리스크 측정이 힘들었던 분야에서도 맞춤형 지수보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금번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발생 시에도 사적 영역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전염병 전문 보험’은 없다. 다만, 전염병이 유행하면 이를 보장하는 정책성 보험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실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 동양생명의 사스의 위험을 보장하는 ‘무배당수호천사미스터레이디의료보험’을 시작으로 2009년 현대해상이 ‘외래 관광객 신종플루 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현대해상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메르스 안심보험’을 선보였다. 올해 코로나19에는 캐롯손보가 나섰다. 코로나19 등 질병 위험을 보장하는 ‘캐롯 단기 질병안심보험’을 출시했다.
문 연구원은 “지수형 보험이 하나의 대안책이 될 수 있는만큼 개발가능성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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