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2차 회동… 테슬라 질주에 공동대응 'K모빌리티' 협력 논의
이재용-정의선 2차 회동… 테슬라 질주에 공동대응 'K모빌리티' 협력 논의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7.21 16:56
  • 수정 2020.07.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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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계 인사 중 처음 남양기술연구소 방문
자율주행·수소차 시승…UMA·로보틱스 등 신성장사업도 논의
구광모·최태원과의 2차 회동 여부에도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두 번째 단독 회동을 가졌다. 재계 1·2위 간 배터리 동맹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 선점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 5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것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알려졌다. 첫 회동 당시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은 이날 오전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 전기차 등을 시승한 뒤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삼성 측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동행했다.

현대차 측에선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이 이들을 맞았다. 

지난 회동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주요 화두였다면, 이번엔 미래 모빌리티 시장 등 두 그룹의 신성장 사업에 대한 폭넓은 협력 방안 모색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날 삼성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에서는 두 달여 만에 다시 성사된 양 그룹 총수의 만남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진전된 협력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서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분야로 IT(정보통신)와 전장사업을 대표하는 삼성과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은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에 삼성의 IT·전자 전반의 기술 및 제조 역량을 더해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거듭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은 전장부품·인공지능(AI)·5G·바이오 등 4개 분야를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하만이 삼성의 전장사업을 대표하고 있지만, 삼성은 전 계열사에 걸쳐 관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 등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AI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석학들과 협력하는 한편 세계 곳곳에 AI센터를 마련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등 미래차 배터리를,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반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생산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전기차를 시작으로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삼성은 관련 부품 공급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사업 파트너인 셈이다. 

특히 전기차 원년을 앞두고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은 현대차그룹에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 입장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반을 닦고 있는 사업에서 안정적인 주요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면서 줄곧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지만, 삼성은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자칫 고객사들에 미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과거 사업영역이 겹치면서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전자를 설립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고, 삼성그룹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등 경쟁 관계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선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시절에는 양사 간 심한 견제는 물론 협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 그룹 간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는 기아차와 대규모 공동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대차와 자율주행 기술 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5월 양사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에 회동한 장소의 의미도 남다르다. 이 부회장은 재계 총수 중 처음으로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인사가 됐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많이 다녀갔지만 재계 총수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남양기술연구소는 1995년 설립,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로는 최대인 347만㎡ 규모를 자랑하며 1만4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두 번째 회동을 가지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차례로 추가 회동을 가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 발표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연사로 나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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