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철수 해법 찾는 한국씨티은행..."'잿밥' 매각에 눈 멀어선 안돼"
소매금융 철수 해법 찾는 한국씨티은행..."'잿밥' 매각에 눈 멀어선 안돼"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4.28 17:27
  • 수정 2021.04.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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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27일 이사회서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논의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논의에도 확정된 것 없어
금융권 침체 계속돼 투자 매력 떨어진다는 평가도
사모펀드 매각·고용 안정 등 문제로 파장 가능성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출처=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출처=연합뉴스]

씨티그룹 본사가 아시아 지역 소매금융 사업부문 정리에 따라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여러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폐지 등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외국계 사모펀드사(PEF)에 금융사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론스타 사태라는 선례가 있었던 만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회복 이후에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고용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7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화상회의 방식으로 씨티그룹의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 발표 이후 국내 소매금융 출구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이후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라며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국내 뿐 아니라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까지 총 13개국에서 소비자 금융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만 남겨두고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추진 방식이나 목표 시한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이 철수하기로 한 소매금융 부문은 여·수신, 카드, 투자상품, WM 등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과 관련해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업무 폐지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보고있다.

이중 WM, 신용카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의 각 부문을 분리해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통째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만에 하나 매각이 어려울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방식이 거론된다. HSBC은행이 2012년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하자, 2013년에 결국 청산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업계에선 사업 폐지보단 매각 쪽으로 결정이 기울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1983년 설립된 한미은행을 인수해 생겨난 대형 외국계 시중은행인만큼 HSBC와의 사례와는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HSBC는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매각을 추진하다가 고용 안정 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스스로 포기한 사례"라며 "씨티은행도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사업 영역이 훨씬 넓고 덩치가 큰 만큼 매각 방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사에 인수·합병(M&A) 절차를 자제하라고 밝힌 만큼, 코로나19 회복이 점쳐지는 올 하반기 이후 매각 절차가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전체 혹은 각 계열사 매물이 나와도 국내 금융사가 인수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씨티은행과 같은 대형은행의 국내 M&A 사례는 지난 2010년 11월 이뤄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11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은행권은 저금리·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요인에 따른 금융업 전반의 침체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경쟁군 확대 등 요인으로 불황을 겪고 있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가 나서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사가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 매각이익 추구를 위해선 사모펀드사에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명을 가진 사모펀드사는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린다. 사모펀드사는 향후 재매각을 염두에 둔 몸값 띄우기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한미은행의 대주주 칼라일은 모두 3~4년 동안 경영을 한 뒤 투자 차익만 챙겨 한국을 떴다. 

이같은 사모펀드사에 매각 절차를 밟을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JT저축은행의 사례가 있다. 지난해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그룹이 자회사 JT저축은행을 홍콩계 사모펀드사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VI금융투자에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 측은 극렬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JT저축은행 노조 측은 "매각이 성사된다면 J트러스트는 3배 가까운 매각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형적인 먹튀"라며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 없는 매각을 반대하며 회사의 지속경영과 서민금융 생태계를 훼손하는 사모펀드나 대부업체로의 매각을 반대한다"라고 항의했다. 이후 매각이 무산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분위기도 이와 비슷하다. 노조 측은 이사회에 앞서 규탄 시위를 열고 전 직원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 유지, 분리매각·자산매각(철수) 결사 반대 등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노조는 지난 23일 금융위원장에게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고 한국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씨티은행 관련 금융위 인허가 업무 중단, 매각 등 출구전략 과정에서 노조 참여 보장, 전 직원의 고용승계·근로조건 유지, 노조와 금융위원장의 면담 등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결정은) 2005년 한미은행과의 통합 이후 배당금 및 용역비 명목으로 4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부를 빼돌리고, 이제는 투자비용이 아까워서 처분해 버리겠다는 전형적인 악질 외국자본의 횡포"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금융 철수로 고객 피해가 우려되고 자칫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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