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현금 대체할 디지털화폐 모의발행 착수..."주요국에 비해 속도 늦어"
한은, 현금 대체할 디지털화폐 모의발행 착수..."주요국에 비해 속도 늦어"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5.25 17:10
  • 수정 2021.05.25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CBDC 모의발행... 달러패권 도전 행보
유럽중앙은행(ECB), 디지털 유로 발행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한은, 개념연구에서 모의실험 수준으로 진화...시범 발행까지 계획
한국은행 [사진=연합]
한국은행. [출처=연합뉴스]

저금리·풍부한 유동성 영향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기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0월 베이징·선전 등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발행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지난해 CBDC 연구 전담팀을 꾸린 데 이어 올해 본격적인 모의실험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한은이 CBDC 전담팀을 마련해 기술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진전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준비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화폐라기엔 범용성이 떨어져 교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투기수단으로 평가되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이해' 보고서에서 "가상통화는 높은 가격 변동성과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나온 공신력 결여가 범용성을 가진 화폐로 기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CBDC가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화폐라고 언급했다. CBDC는 디지털 형태를 띄고 있고 법정화폐 단위를 사용하며, 중앙은행 채무 기반으로 발행돼 다양한 경제주체가 이용할 수 있는 법정화폐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는 한정된 채굴량과 발행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점 때문에 투기에 취약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법정통화와 1대1 대응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전자적 결제수단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신뢰성이 높고 효율적인 지급시스템을 구축하고자 CBDC를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BDC 발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가로는 중국이 있다. 중국 인민인행은 위안화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디지털위안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고, 패권을 잡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채굴까지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CBDC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올해는 영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200만 유로(약 26억원)의 통화기금을 결제하는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CBDC 실험을 통해 유럽지역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지원하겠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스웨덴은 지난 2016년부터 'e-Kron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금 이용 비율이 하락함에 따라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CBDC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시범 사업을 통해 발행 형태 등을 논의하고 지급결제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한다.

CBDC 발행을 검토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도 만들어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발행을 위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ECB는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동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일본은행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CBDC에 관해 "연구는 하고 있으나 가까운 장래에 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CBDC 발행을 본격 추진하든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한은도 최근 CBDC 전담팀을 꾸려 기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며 “가상공간에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CBDC 모의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CBDC 활용성 및 정상 동작 여부를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술연구 수준에서 올해는 모의실험까지 나아가 시범 발행까지 계획하고 있다. 

한은의 이러한 결정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기조의 변화와 페이스북 가상자산 '디엠(리브라)'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측은 보고서에서 "리브라가 저렴하고 신속한 국가간 자금이체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대중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CBDC의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CBDC를 연구했는데 한국이 이제서야 전담팀을 꾸려 모의실험을 추진하는 것은 다소 늦은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페이스북의 가상자산 '디엠' 발행 이슈가 촉발된 지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지난해 전담조직을 마련한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 같다"면서 "달러패권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CBDC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흐름에 잘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sus@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