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발 차단?…"거친 대출억제보다 금리인상이 우선"
가계부채 폭발 차단?…"거친 대출억제보다 금리인상이 우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8.24 06:11
  • 수정 2021.08.2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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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00조원대로 팽창한 가계대출 (PG) [출처=연합뉴스]
1천700조원대로 팽창한 가계대출 (PG) [출처=연합뉴스]

어마어마한 규모로 팽창한 가계부채발(發) 경제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칼을 뽑아 들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금융사의 갑작스러운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로 숨통이 막힌 금융소비자들은 '비가 쏟아지는 데 정부가 우산을 빼앗는다'라거나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한 암 덩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도려내는 일이 없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은행 등 일부 금융사의 부동산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한시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단호한 입장이 재확인됐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절벽 논란과 관련한 23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빠르게 진행된 신용팽창이 계속될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만큼, 향후 민간신용 공급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의 신용팽창기와 달리 앞으로는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 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제 주체들도 이러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금조달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천70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돈줄 죄기는 불가피하며, 이 경우 대출 조건 악화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NH농협은행·농협중앙회의 주택담보대출 등 취급 중단과 같은 조처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여유가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각각 2.9%, 2.1%, 4.2%, 2.9%, 7.3% 늘었다.

은행권의 경우 7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이 1천40조2천억원으로 작년 말(988조8천억원)보다 5.1%(51조4천억원)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의 연간 관리 마지노선(5∼6% 증가)을 이미 터치한 터여서 연말로 향할수록 대출 경색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감독 당국의 그립이 워낙 강해 대출을 세게 조여야 하는 분위기여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가계부채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대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돈을 빌린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의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이자를 올리는 것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수를 이룬 유동성의 수위 조절을 위해 먼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뒤 효과를 봐 가며 미시적 대응으로 감독 당국이 대출 규제에 나서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 경제의 거대한 암 덩이(가계부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로 주요 부위를 도려내 크기를 줄인 뒤 금융감독 당국이 대출 규제라는 '작은 칼'로 정상 세포가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암세포를 발라내는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라는 풍선이 부풀어 올라 문제가 됐다면 우선 풍선의 크기를 전체적으로 줄여 놓은 뒤 터지지 않도록 바람을 빼야 한다"면서 "창구 지도를 통한 대출 억제는 옥석을 가리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총량을 억제한 뒤 감독 당국이 미시적인 대책을 쓰는 게 순서"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자금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부담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 준비하는 것과 갑작스러운 당국의 규제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은 충격의 강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대출 총량 조정은 금리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있지만, 이달 1∼20일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0.9%, 일평균 기준으로는 31.5% 증가해, 호조세를 이어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8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국내 경제전문가 1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내년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한국은행 전망치와 같은 4%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관리 목표(2%)보다 훨씬 높은 2.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고,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 현재 1천710조3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13.6%(205조7천억원)나 불어나 집값을 폭등시키는 등 금융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예고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준금리 인상의 시급성을 강조했지만, 7월 금통위에선 변죽만 울렸을 뿐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가계부채가 예년엔 연간 4∼6% 증가했으나 작년과 올해 상반기엔 8∼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면서 "이 부분이 통화정책의 정상화 경로에 따라서 어느 정도 선제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융불안정 요인이 있어 거시건전성 관리차원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은에 대한 금리 인상 주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성태윤 교수는 "너무 크게 불어난 가계대출 위험이나 인플레이션 관리 차원에서 이제 유동성 회수에 나설 때가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하지 않으면 경제·금융시스템에 큰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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