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마스] 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 12일동안 지쳐 쓰러질 때까지 즐기다
[X-마스] 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풍경... 12일동안 지쳐 쓰러질 때까지 즐기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12.25 07:23
  • 수정 2021.12.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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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연회 장면 [사진=ATI]
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연회 장면 [사진=ATI]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캐롤, 방울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중세 유럽 사람들은 12일 동안 쉬지 않고 떠들썩하게 축하연을 즐겼다. 이 축하연은 주현절 전야(Twelfth Night)가 되면 축하연 사회자(King of Misrule)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는 시끌벅적한 행사와 함께 절정에 달했다. 주현절 전야는 예수의 현현(顯現)을 기념하는 1월 5일을 말한다.

중세의 크리스마스는 한 달간 지속된 강림절(Advent) 금식 기간의 종료와 함께 찾아왔다. 기독교도들은 강림절 기간 동안에는 기름진 음식과 방탕한 생활을 멀리 했다.

그러다가 12월 25일 되면 모든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영국 레딩 대학에서 중세 영어를 전공한 역사학자 로렌스 마서스는 말한다. 유럽의 중세는 대략 서기 5세기부터 1500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크리스마스 날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12일 동안 쉬지 않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이웃을 돌며 먹고, 마시고, 변장(變裝)한 채 즐겁게 뛰어놀고, 놀이를 즐기며, 춤을 추었다.”

마서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축하연

중세의 크리스마스 휴일은 당일 아침 크리스마스 특별 미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미사에서는 강림절의 종료와 함께 축하연 기간의 시작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었다. 이 축하연은 12월 25일부터 다음 해 1월 5일까지 지속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탐락(耽樂) 정도는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랐지만, 로렌스 마서스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미리 돼지를 잡고, 염장, 훈제를 해서 크리스마스 베이컨과 햄을 즐겼다고 말한다.

시골에서는 장원(莊園)의 부유한 영주들이 농노들에게 최소 12일간의 휴가와 함께 연회에 쓸 음식들을 제공했다. 연회에 오른 음식들의 메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393년에 작성된 문서인 ‘파리 사람들(The Goodman of Paris)’에는 ‘특별한 연회’의 음식 목록들이 명기되어있다.

연회 음식들은 우선 고기 파이와 소시지, 그리고 블랙 푸딩(순대 같은 요리)으로 시작해서, 생선과 가금, 구운 고기로 구성된 4종류의 코스 요리가 나왔고, 마지막으로 커스터드, 타르트, 견과류, 설탕 절임으로 구성된 코스 요리가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중세 왕족들이 즐긴 크리스마스 연회는 차원이 달랐다. 1226년 레딩사원(Reading Abbey)에서 베풀어진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헨리3세는 40마리의 연어와 산더미 같은 사슴고기, 멧돼지 고기와 함께 가능한 많은 장어가 상에 오르도록 주문했다. 또, 1400년대 초반을 통치했던 헨리5세는 가재, 뱀장어, 돌고래와 같은 더욱 이국적인 음식을 찾기도 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만큼이나 술 등의 마시는 음료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마서스 교수는 맥주와 향신료가 첨가된 사이다가 평민들이 즐겨 찾는 음료인 반면에 왕족이나 귀족들은 와인을 문자 그대로 톤으로 마셨다고 말한다. 헨리3세는 레딩사원에서 베풀어진 한 번의 연회를 위해 60톤의 와인을 주문하기도 했다. 1톤은 와인 1,272병에 해당한다.

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축하연 기간에 벌어졌던 '바보제(Feast of Fools)'의 한 장면 [사진=ATI]
중세 유럽의 크리스마스 축하연 기간에 벌어졌던 '바보제(Feast of Fools)'의 한 장면 [사진=ATI]

가가호호 방문하기와 바보제

떠들썩한 술자리의 결과로 짐작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변장(變裝)한 후 역할을 바꿔 놀기를 즐겼다. 이런 놀이는 초기 이교도들의 동지(冬至) 풍습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예를 들면 중세 영국 시골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방문자들은 동물 가면을 쓰거나 여성으로 변장한 후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민요를 부르거나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어떤 방문자들은 그냥 재미로 이런 놀이를 즐겼지만 다른 방문자들은 약간의 돈이나 선물을 기대하고 찾아다니기도 했다.

동물 가면 놀이는 왕족들이 즐겼던 크리스마스 놀이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왕족들이 크리스마스 연회 때 동물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특별한 노래를 부르곤 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용된 동물로는 멧돼지 머리가 가장 널리 씌었는데, 이 풍습은 이후 나무로 만든 돼지머리 가면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마서스 교수는 말한다.

한편, 12일 동안 벌어지는 축제의 한 가운데에 바보제(Feast of Fools)가 자리 잡고 있었다. 1월 1일에 개최되는 바보제에서 사제와 부사제 및 교회 관계자들은 약간의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역할 바꾸기가 가장 성행했고, 이때 설교는 부사제의 보조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웃지 못할 상황들이 연출되곤 했다. 다음은 이 놀이를 풍자한 15세기 프랑스의 기록이다.

“가면을 쓴 괴물 같은 모습으로 일하는 사제와 목회자들을 볼 수 있다. …… 그들은 여성이나 포주 또는 음유시인 같은 복장을 하고 합창단 속에서 숨을 춘다. 그들은 상스러운 노래도 부른다. 그들은 집전자가 미사를 주재(主宰)하는 동안 블랙 푸딩을 먹는다. 그들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교회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콩 케이크

주현절 전야(Twelfth Night), 그러니까 1월 5일은 중세 최대의 휴일로, 환락과 장난스러운 놀이로 이어진 12일 동안의 절정을 이루는 날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여장을 하거나 짓궂은 장난으로 넘쳐나는 이날의 풍경을 저 유명한 『12야(Twelfth Night)』라는 희곡을 통해 묘사해 그날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하기도 했다.

주현절 전야 연회 음식의 중앙은 콩 케이크가 차지했다. 맛있는 과일이 풍부하게 들어간 콩 케이크는 속에는 말린 완두콩이 숨겨져 있었다.

“이때 완두콩이 숨겨진 부분을 차지한 참석자는 그 밤의 왕이 되어 사람들에게 벌칙을 부과하고, 사람들은 이에 복종해야 했다.”

로렌스 마서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때의 선발된 왕을 ‘축하연 사회자(King of Misrule)’라고 불렀고, ‘축하연 사회자’에게는 사회 계급 구조를 뒤엎을 권한이 주어졌다. 그는 부모나 학교 교장이나 영주와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굴욕적인 명령을 내리곤 했다.

주현절 전야는 거의 2주일 동안이나 이어진 축하연의 절정을 이루며, 중세 크리스마스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미래 점치기

별나게 눈에 띄는 점은 12일간 이어진 크리스마스 연회 동안 중세의 사이비 과학이라 할 수 있는 예언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라고 마서스 교수는 말한다.

사제들은 예언서(prognostics)라고 불리는 책들을 낭독했다. 이 예언서들은 폭풍우, 거센 바람, 무지개를 포함한 자연의 징조를 성경을 중심으로 해석해서 내년의 날씨를 예측하고 중요한 사건을 점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런 풍습의 배경에는 “하나님이 이런 예언서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능력을 베푸셨고, 크리스마스 축제의 12일이 특별한 시간”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마서스 교수는 말한다.

예를 들어 중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날이 화창한 날씨이면 온화한 봄이 찾아와 농사와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에 크리스마스 날의 악천후는 권세가들의 미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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