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가족 DNA 대조를 통해 22년 만에 성폭행 살인이 들통난 뉴욕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WIKI 프리즘] 가족 DNA 대조를 통해 22년 만에 성폭행 살인이 들통난 뉴욕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1.06 06:23
  • 수정 2022.01.06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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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사망 당시의 미널리즈 미니 소리아노와 피의자 조셉 마르티네즈 [페이스북 캡처]
1999년 사망 당시의 미널리즈 미니 소리아노(여)와 피의자 조셉 마르티네즈 [페이스북 캡처]

아마추어 천문학자이자 청소년들의 천문학 멘토 노릇을 하던 한 남성이 22년 전에 저지른 성폭행 치사 사건이 뉴욕 경찰의 DNA 대조 수사 결과 밝혀졌다고, 5일(현지 시각) 피플지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하늘의 별들과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 미널리즈 미니 소리아노의 꿈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었다. 사망 당시 13세였던 미니는 전 과목 A를 자랑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시 쓰기를 즐겼으며,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사탕을 파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나 1999년 2월 24일 미니 소리아노는 학교에서 귀가 도중 사라졌다가 4일 뒤 목 졸려 죽은 채 대형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되었다.

<피플>지에 따르면 미니의 시신은 그녀가 살던 브롱크스 아파트 단지에서 2마일 떨어진 한 비디오 대여점 뒤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신체에는 성폭행 흔적이 역력했었다.

미니의 사망 당시 경찰은 단서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모든 남성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탐문 대상에는 27세의 조셉 마르티네즈라는 남성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은 수십 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가족 DNA 검사를 통한 수사 기법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49살이 된 마르티네즈는 지역에서는 ‘주피터 조(Jupiter Joe)’라고 알려지며, 사람들에게 천문학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거리의 천문학자였다. 마르티네즈는 미니의 살인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관들이 채취한 그의 DNA는 1999년 소리아노가 입었던 스웨터에 묻은 정액과 일치했다.

소리아노의 가족들에게 정의(正義)란 항상 백일하에 드러나기만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밝혀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니의 숙모 아멜리아 소리아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기만 했었지요. 목격자도 없었고, 모든 게 오리무중이었습니다. 범인은 미니를 살해하고, 마치 쓰레기처럼 대형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쓰레기가 아니고 한 명의 인간이었습니다.”

미널리즈 미니 소리아노는 학교가 파하면 언제나 집으로 곧장 돌아가곤 했다. 그녀는 언제나 집 안 거실에서 숙제하는 모습이 목격되던 부지런한 모범생이었다. 범죄 정보와 재판 결과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로 앤 크라임(Law and Crime)’에 따르면 미니는 롤러스케이트 타기를 즐기고, 로맨스 소설 읽기를 즐기던 소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하늘의 별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했다.

“저는 미니의 천문학 취미를 두고 놀리곤 했습니다.”

미니의 친구였던 킴벌리 오티즈는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미니에게 ‘우리는 브롱크스 출신이야. 우주비행사가 되기는 틀렸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오티즈와 미니는 중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함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1999년 비극이 벌어진 운명의 그날만은 그러지 못했다. 미니는 혼자 귀가했고, 행방불명인 상태에서 2월 28일 대형 쓰레기차 운전사가 그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거리의 천문학자 마르티네즈는 중범죄 1건과 고의 살인 1건으로 기소되었다. [페이스북 캡처]
거리의 천문학자 마르티네즈는 중범죄 1건과 고의 살인 1건으로 기소되었다. [페이스북 캡처]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오티즈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니의 장례식 때 관 앞에서 범인을 꼭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뉴욕경찰은 미니의 이웃에 살던 마르티네즈를 심문하고도 그에게서 혐의점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2021년 수사관들이 가족 DNA 수사 기법을 도입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소리아노가 입고 있었던 스웨터에 묻은 정액이 마르티네즈의 죽은 아버지의 것과 부분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것이다.

가족 DNA 검사는 드러나지 않은 가해자의 남성 친척과 관련된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다. 결국 당시 채취된 DNA가 마르티네즈 아버지 DNA와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자 마르티네즈 자신이 이 사건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더욱 짙어지게 되었다. 수사관들은 2021년 마르티네즈의 DNA를 채취해서 대조해본 뒤 자신들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2021년 11월 30일 뉴욕 경찰은 마르티네즈를 체포했다. 이는 뉴욕 경찰 당국이 가족 DNA 검사 기법을 동원에 피의자를 검거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지, 하는 식으로 멍한 표정이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뉴욕경찰청 소속의 한 수사관은 <더 뉴욕 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화를 내거나 저항하지도 않았고, 부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진범들의 전형적인 반응이었지요. 그의 DNA가 모든 것을 말해줬습니다. 그걸로 끝이었던 거지요.”

경찰은 마르티네즈를 중범죄 1건과 고의 살인 1건으로 기소했지만, 그는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건 당시까지 아무런 범죄 이력이 없었다. 그의 변호사가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마르티네즈의 나이가 49살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는 매우 특이한 사건입니다. 그는 범죄 전력이 전혀 없습니다.”

마르티네즈의 변호사 트로이 스미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49세의 남성이 이 나이에 처음으로 범죄와 관련되어 조사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더욱 주목되는 점은 마르티네즈가 뉴요커들을 상대로 유튜브에 무료 천문학 강의를 포스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포스팅들에서 자신의 강의로 인해 한 명의 어린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소리아노의 숙모에게는 조카를 잃은 상실감과 마르티네즈의 범죄는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상이다.

“미니는 무척이나 배려심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얼마나 훌륭한 인물로 성장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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