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인사이드] 역대 동계올림픽은 눈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했나
[올림픽 인사이드] 역대 동계올림픽은 눈부족 사태를 어떻게 해결했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2.09 06:14
  • 수정 2022.0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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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댄서와 헬리콥터를 동원하기도 했던 동계올핌픽의 눈부족 사태 해결 역사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면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면 [사진=연합뉴스]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눈과 얼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심술궂은 겨울영감(Old Man Winter)은 변덕을 부리기가 일쑤여서 역대 동계올림픽들은 따듯한 기온과 눈 부족으로 좌초될 위기를 여러 번 맞이했다. 특히 인공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기장과 인공눈이 도입되기 전에는 더욱 위기를 불러왔다.

동계올림픽이 날씨와 싸운 과정은 화려한 겨울 스포츠 그 자체와 궤를 같이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1928년 모리츠 동계올핌픽

1928년 발렌타인데이 때 스위스의 모리츠 산에 불어닥친, 여름 같은 기괴한 열풍은 눈은 말할 것도 없고 초콜릿을 녹일 정도로 따듯해서 사상 2번째로 개최된 올림픽에 재앙을 안겨주었다.

오전 8시에 시작된 50km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지만 1시간 만에 알프스에서 푄(Föhn)이라는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강력한 남풍으로 인해 기온은 뜨거운 태양 아래 섭씨 22도까지 치솟았다.

푄 현상이 닥쳐도 그때까지 초겨울에 그 정도로 온도가 상승한 적이 없었던지라 예기치 못한 날씨 때문에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진창 속의 느림보 경주로 변해서 스키 역사상 가장 느린 경기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악천후 탓으로 1/4 이상의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할 정도였다. 이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웨덴의 페르 에리크 헤들런드는 1924년 대회의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 1시간 이상 늦은 기록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1만 미터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이 경기장 얼음을 파고들 정도로 기온이 높았다. 급기야 얼음판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자 주최측은 미국의 어빙 재피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던 경기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1932년 레이크 플레시드 동계올림픽

미국의 어빙 재피 선수는 뉴욕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치러진 1932년 동계올림픽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2개나 획득하면서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올림픽도 날씨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레이크 플레시드 지역 주민들은 직전 해인 1931년 11월 초에 내린 대설을 동계올림픽에 대한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었지만, 날씨가 부린 장난으로 판명났다. 애디론댁(Adirondack) 산맥의 12월과 1월 겨울에 전례없이 눈이 적게 내렸으며, 어떤 날은 기온이 섭씨 10도를 상회하기도 했다. 뉴욕주 기상청은 137년 역사상 최초로 허드슨 강이 완전히 결빙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겨울의 이상 온난화 현상은 일부 올림픽 훈련 과정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개막식이 열리기 전 한 쌍의 눈폭풍이 몰아쳐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따듯한 날씨 탓으로 일부 일정을 변경하기는 했지만 어떤 경기도 취소되지는 않았다.

따듯한 날씨로 인해 4건의 하키 경기가 야외 링크에서 레이크 플레시드의 실내 링크로 옮겨 치러지도록 일정을 변경했다. 섭씨 8.3도에서 경기를 치른 스키 점프 선수들은 척박한 시골 경기장에서 하늘을 날 수밖에 없었고, 다른 경기 선수들도 고위도 지역에서 실어온 눈으로 메워진 질퍽거리는 웅덩이에서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주최측은 온난화로 눈이 드문드문 쌓였일 뿐인 50Km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애디론댁 산맥에 눈폭풍은 결국 불어주기는 했지만 폐막식 저녁에 겨우 찾아주었고, 폐막식에 참석한 관중들은 어슴푸레한 저녁에 눈을 뒤집어쓴 하얀 유령 꼴을 면하지 못했다고, 제3차 동계올림픽 공식 리포트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인공눈을 뿌리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인공눈을 뿌리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1960년 스쿼밸리(Squaw Valley) 동계올림픽

1960년의 동계올림픽은, 캘리포니아 스쿼밸리의 주최측이 시에라네바다 외지에는 해마다 10미터 이상의 눈이 쌓인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를 감언이설로 속인 뒤 또 다시 미국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을 겨우 몇 주 남겨놓고 겨울은 캘리포니아에 눈이 아니라 태양을 선물했다.

1960년 동계올림픽의 미인대회 의장과 개막식 행사 연출을 책임 맡았던 월트 디즈니는 주최측의 일원으로 스쿼밸리가 백설공주가 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그 지역 원주민은 파이우트 족을 기용해 개막식에서 눈이 내리기를 기원하는 스노우 댄스를 추게 했지만 구름이 나타났다가 비만 내렸다.

그러자 디즈니는 이버에는 기상학자인 어빙 크리크를 찾았다. 어빙 크리크는 연합군 총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1944년 6월 5일로 잡혔던 총공격 디데이를 늦추라는 조언을 해주었던 기상예보 팀에 합류하기 전 영화촬영소들을 위해 촬영 날짜의 날씨를 예보하는 일을 했던 기상학자였다.

크리크는 날씨를 예보할 뿐만 아니라 은 요오드를 구름 위에 뿌려 날씨를 바꿀 수도 있다고 장담했다. 올림픽 경기 개막을 채 6주를 남겨놓지 않고 그는 20개의 구름 씨뿌리기 발전기를 가동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모르지만 며칠 후 스쿼밸리에는 1미터의 눈이 내렸고, 산악지대에는 2미터 이상 눈이 쌓였다.

개막식 당일 아침에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찾아들었다. 이번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문제였다. 광포한 시에라네바다의 눈폭풍에 잠을 깬 스쿼밸리에는 교통 체증이 몰아닥쳐 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이 개막식에 늦을 수밖에 없었다. 시계 제로의 날씨는 디즈니가 연출한 개막식 장면을 생방송으로 시청 불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즈니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올 법한 장면이 벌어지는 순간, 참가 선수들의 행렬을 이끌고 그리스 국기를 든 선수가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입장할 때 눈이 그치고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눈은 다시 시작되었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스쿼밸리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1964년 인스브룩크 동계올림픽

눈은 4년 뒤 오스트리아 인스브룩크에서 다시 한 번 귀하신 몸이 되었다. 겨울 휴양지인 인스브룩크가 1964년 겨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기록적인 겨울 가뭄을 겪자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

2,500명의 병사들이 봅슬레이와 루지 코스에 인근 계곡에서 거두어들인 2만 개의 얼음 덩어리를 깔았다. 또한 손과 발을 이용해 알파인 스키 코스로 8,800만 파운드의 눈을 운반하는 병사들과 자원봉사들이 슬로프에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올림픽 동안 날씨는 따듯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자들이 올림픽 성화로 인해 겨울 가뭄 상황에서 불이 날 수도 있다고 조롱하고,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좁은 눈길의 노란 리본 위에서 연습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어들에게 손을 흔드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모든 경기가 끝까지 치러졌다.

눈이 오지 않는 날씨가 7주간이나 지속되다가 마침내 폐막식 이후 눈이 4시간이나 쏟아져 이번에는 도시를 떠나려는 항공기들이 발이 묶이기도 했다.

밴쿠버, 소치, 그리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2010년 동계올림픽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 그들은 대자연이 개막식을 두 달 앞두고 수선화 꽃을 피우고, 폭우가 내리고, 눈 없는 봄과 같은 날씨로 화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980년 동계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였던 인공눈 제조업자들은 밴쿠버의 기록적인 1월과 2월 날씨에 속수무책이었다. 조직위원회는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경기를 치르기 위해 15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눈을 수송하느라 덤프트럭들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했다.

현대식 눈 제조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2014년 개최된 러시아 소치 같은 아열대지역이나 202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 같은 겨울 기온이 건조한 지역에서 올림픽이 치러진다면 미래의 동계올림픽들도 날씨 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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