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아들 김모 씨 이직, 승진, 출장 선발과정에 특혜 없었다" 주장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6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중앙선관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발생한 확진자 등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행이 어려운 복잡한 지침과 늦장 지시, 일선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업무 추진,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하고 정신적인 고통까지 줬다"며 "결과적으로 우리 위원회에 국민적 비난과 질책이 빗발침으로써 혼신의 노력으로 희생을 감수해준 직원 여러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됐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어려운 환경과 힘든 여건에서도 최일선에서 땀과 눈물로 대통령 선거를 묵묵히 관리해 주신 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와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했다.
또, "이번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우리 위원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재도약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대비를 강조하던 김 사무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데는 전날 밤 제기된 아들의 선관위 이직·특혜 논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강화군청에서 일하던 아들 김모 씨는 김 총장이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이던 지난 2020년 1월 인천시선관위로 이직했고, 김씨는 이직 6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7급으로 승진했다. 지난 2월에는 중앙선관위가 대선 재외투표소 관리를 위해 꾸린 12명의 미국 출장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이직·승진·출장 선발 과정에 특혜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가 불거진 와중에 흘러나온 아들 논란에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5일 실시한 사전투표 과정 중 코로나 확진∙격리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선거 사무원들이 소쿠리와 박스에 수거하면서 소위 ‘소쿠리투표’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며 여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확진∙격리환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선거 사무원들이 대신 투표용지를 수거해 바구니, 박스 등에 담아 운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유권자는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운영을 지적했다.
당시 확진자 투표 인원 예측에도 실패하면서 확진자들이 투표장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문제도 발생했고,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노영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인쇄된 투표용지를 두고 간 것 같다”는 등의 난동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투표용지·투표함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노정희 선관위원장, 김 사무총장, 박찬진 선관위 사무처장, 기획조정실장과 선거정책실장 등을 직권남용, 강요, 직무유기,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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