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빅테크 이어 '후불결제' 뛰어든 카드사들…'연체·부채 리스크' 괜찮나
[초점] 빅테크 이어 '후불결제' 뛰어든 카드사들…'연체·부채 리스크' 괜찮나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05.04 07:21
  • 수정 2022.05.04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국민·신한 등 후불결제 시장 진출 공략…빅테크 견제
높은 연체율 부담…“연체율보다는 연체규모에 집중해야”
신용카드. [사진=연합뉴스]
신용카드 [출처=연합뉴스]

카드사들이 미래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후불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빅테크 업체들이 편의성과 막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시장을 잠식해가면서 카드사들 또한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역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BNPL서비스의 주 대상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 파일러'(Thin Filer)인 만큼 일반 신용거래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편이라 카드사의 자산건전성 문제가 지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다투는 신한·KB국민카드는 BNPL 서비스 출시를 위해 핀테크 업체들과 속속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국민카드 사내 벤처 ‘하프하프’는 통합결제서비스 제공사인 다날과 협력관계를 맺고 이르면 3분기 중 BNPL솔루션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사인 크레파스 솔루션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이를 계기로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금융사·BNPL사에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새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미래 고객 확보라는 관점에서다. 카드업의 특성상 제공하는 서비스가 서로 비슷하다보니 판도 개척이나 성장성에 한계에 부딪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빅테크사들이 조금씩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서비스는 따지고 보면 다 고만고만한 내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인수합병(M&A)과 같은 큰 이벤트 없이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데서 증권, 보험, 간편결제 식으로 조금씩 금융, 이커머스(e-commerce)로 발을 넓히는 게 뻔히 보이지 않나”라며 “카드쪽 핵심은 정보다. 조금이라도 고객들에 맞는 상품을 내놔야 하는데 데이터 면에서 빅테크와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BNPL은 금융정보가 부족한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씬 파일러들을 타깃으로 한 후불결제 시스템이다. 선 주문 후 수일 이내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신용판매에 비해 소액결제만 가능하지만 금융취약계층도 당장 카드나 현금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후불결제 서비스는 2020년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후불결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조건부로 허용했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 등 빅테크사들은 BNPL시장에 뛰어들며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카드사들은 BNPL서비스와 자사 노하우를 결합해 향상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BNPL서비스의 주 이용고객 특성상 연체율이 높은 편이라 자산건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 연체율은 1.26%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0.24~0.98%로 집계됐다. 평균 연체액은 기간별로 1개월 미만 250억원, 1~3개월 785억원, 3~6개월 661억원, 6개월 이상 142억원 수준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PG사를 통한 결제시 카드사 결제내역에서 가맹점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출처=각 사]
전금법 개정과 금융당국의 혁신서비스 지정으로 빅테크사들이 후불결제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처=각 사]

일찍이 BNPL시스템이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BNPL이 과소비와 연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장이 커지자 국내외 대형사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향후 연체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BNPL의 특징은 신카와 달리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하면 소액이나마 누구든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에서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 듯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그에 비례한 만큼 연체가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초기에는 지표가 들쭉날쭉 하겠지만 후불결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신용카드 이용이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연체율 자체는 일반 카드사에 비해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후불제라는 BNPL 시스템 특성상 과소비를 촉진시켜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제휴가맹점이 많아지면 카드사 입장에선 긍정적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없어도 구매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과소비를 촉진시키고 추가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후불결제가 소액결제 중 소액연체인 반면, 신용카드의 경우 연체규모도 그만큼 커질 수 있어 후불결제 연체율이 소폭 높아도 실질적인 부담은 신판 쪽이 더 클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카드업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후불결제인 만큼 오랜 기간 관련 사업을 해오며 쌓인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리스크 관리에 보다 수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신용카드업도 후불결제라 볼 수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개인신용 같은 것이 반영되고 한도같은 차이가 있다”라며 “오랜 기간 비슷한 사업을 해온 만큼 카드사가 BNPL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리스크 관리는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액결제와 고객층의 특성을 감안하면 연체가 돼도 소액 연체일텐데 조금만 밀려도 연체율로 잡히게 된다”라며 “거시적으로는 연체율 간 차이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만원, 3만원씩 10건이 연체돼도 20~30만원이지만 신용으로 50만원 한 건이 연체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단순 연체율 비교보다는 규모를 따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swimming6176@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