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대규모 소독 방제 작업은 약인가, 독인가?
[월드 프리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대규모 소독 방제 작업은 약인가, 독인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08 06:14
  • 수정 2022.05.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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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방역 요원들이 쓰레기봉투 더미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방역 요원들이 쓰레기봉투 더미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의 대규모 소독 방제 작업은 약이 될까, 아니면 독으로 작용하게 될까?

방역복을 입은 방제 요원들이 도로, 건물 입구, 공원 벤치, 짐 꾸러미까지, 도시 이곳저곳에 소독약을 살포하는 모습은 코로나 시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큰 규모로 번지고 있는 상하이의 경우, 관영 언론들은 수천 명의 방역 요원들이 팀을 이뤄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철통 방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중국의 방제 활동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눈에 띄는 거의 모든 것을 소독한다고 할 정도로 집착 수준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외부 공간이 소독제 살포 기계를 손에 든 방역 요원들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7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혹독한 방제 작업은 바이러스 차단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공중보건에 해가 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서는 방제 임무를 위해 소방대원들이 차출되고, 지역 청년동맹이 방역반에 나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원거리에서 달려온 응급구조요원들이 국가의 코로나 방제 드라이브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 방역 요원들은 무거운 방제복으로 몸을 에워싸고, 방역복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임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하이 인근 일부 지역에는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특별 시설들이 설치되었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거리에 소독제를 살포하기 위해 화학약품 탱크와 대포같이 생긴 발사기를 장착한 차량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관영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 소독 전문 로봇들이 철도역들에 배치되고, 일부 격리소에서는 순찰 임무를 맡기도 한다.

하지만 방역 요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해야 한다거나 바이러스 예방법을 녹음해 확성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을 포함한 이 같은 드라이브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의 낭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오염된 표면을 통한 바이러스의 전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공원이나 가로(街路) 같은 외부 공간의 소독은 대체로 무의미하고, 심지어 공중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로봇 투입이나 가로의 소독약 스프레이 살포는 정부 정책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부양하기 위해 실시되는 겁니다.”

홍콩 시티유니버시티의 니콜라스 토마스 교수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환경오염 문제에 집착해왔다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팬데믹 대처의 과학적 영역을 비집고 들어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감염 예방과 생물학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 이상으로 정치적 논리를 뒷받침해야 할 일이 발생할 때 벌어지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바이러스 유입?

대규모 소독 작업은 중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코로나19 대처 방법 중 하나로,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이 같은 소독, 방제 작업의 효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은 대규모 소독 작업이 손씻기보다 효과가 뛰어나지 않으며,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식품을 취급하는 장소,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의료시설 등 특정 지역의 노출된 공간을 소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작년 발표된 과학 브리핑에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코로나19에 오염된 외부 표면의 접촉에 의한 감염 비율은 1만 건에 1건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살균·소독에 과도하게 치우친 바이러스 대처법은 진정한 효과를 낳는 방지책에 반하는 ‘위생 연극(hygiene theatre)’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있다. ‘위생 연극’이란 실제로 감염 위험은 줄지 않고 마치 그러한 것처럼 보이는 보건위생 정책을 풍자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뉴저지 럿거스 대학 미생물학과 엠마누엘 골드만 교수는, 서방에서는 ‘공중보건 담당자들이 과학을 신봉하기 때문에’ 대규모 살균·소독 정책은 바이러스 방지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4월 2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내 봉쇄 지역에서 한 시민이 차단문 너머로 배달된 물품을 전달받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내 봉쇄 지역에서 한 시민이 차단문 너머로 배달된 물품을 전달받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노출된 표면에 접촉했다고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몸 밖으로 나오면 빠르게 사멸합니다… 그리고 손을 통해서도 쉽게 전파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누로 손을 씻고,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닦으면 감염을 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완벽한 차단을 목표로 하는 조치가 실시 중인 중국에서 오염된 외부 표면에 대한 우려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초기의 몇 달 동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중국 관리들이 베이징의 한 시장에서 발발한 이번 유행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수입 냉동 연어를 취급한 근로자들에게 기인한 것 같다고 발표한 이후 노출된 외부 표면에 대한 우려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이 식품이나 식품 포장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highly unlikely)’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감염 경로로 항공기나 국제우편을 통한 냉장유통 수입품 및 다른 오염 가능성 있는 노출 물품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수입 물품들의 표면을 검사하고, 수입 냉동식품을 대규모로 소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도시들에서는, 국가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금년 초 그러한 비냉동 저장 물품들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항공우편물이나 소포를 소독하는 다양한 강제 조치들을 실시 중이다.

그리고 베이징 당국이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하여 프레임을 재설정하려 노력을 기울임에 따라 담당 관리들은 이 바이러스가 애초에 냉동식품 상태로 수입되었을 수 있다는, 외국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설을 진실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냉동 포장 상태에서도 바이러스가 감염 가능할 정도로 살아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가 이러한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홍콩 보건대학의 레오 푼 교수는 말했다.

“제로코로나 같은 박멸 전략을 채택한 국가에게는 위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게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통 물건의 표면에 접촉하는 행위는 코로나19 전파와는 무관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내에 약간의 소독 절차를 구비하는 것은 추천할 만한다고 덧붙였다.

잠재적 위험

수주일간 계속된 봉쇄조치에 자원이 바닥나고 있는 상하이 같은 도시들에서 방제를 목적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방역 요원들을 배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싱가포르 용루린 의과대학의 달레 피셔 교수는 “가로, 건물 외벽 등 외부에 노출된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살균·소독은 정말 효과가 없습니다. 점막 표면(예: 눈, 코, 입)을 통해 오염되거나 전염될 가능성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럿거스 대학 미생물학과 엠마누엘 골드만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방제 작업은 가혹한 소독제에 노출될 위험성이라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WHO가 사람이 많이 들락거리는 장소의 문 손잡이는 닦아서 소독할 필요가 있다고 필요성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WHO의 가이드라인은 “외부 공간일지라도 소독제를 살포하는 행위는 사람의 건강에 해가 되며, 눈이나 호흡기 또는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일단의 중국 과학자들은 ‘미국 과학진흥회(journal Science)’에 서한을 보내 염소 소독제의 과다 사용이 수질 오염과 호수나 강 주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대규모 소독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하이 당국자들에게서도 비슷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지난달 상하이 관리들은 소독과 관련해 드론이나 소독약 살포차를 사용할 경우 “사람들에게 직접 대고 살포하지 말라”는 등의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상하이의 한 관리는 이렇게 우려했다.

“지금 시행되는 방식은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사람의 건강과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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