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조종사가 응급 상황일 때 문외한도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을까?
[월드 프리즘] 조종사가 응급 상황일 때 문외한도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을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03 06:25
  • 수정 2022.07.03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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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조종사의 응급 상황으로 승객이 대신 조종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세스나 경비행기 주변에 긴급대응요원들이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조종사의 응급 상황으로 승객이 대신 조종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세스나 경비행기 주변에 긴급대응요원들이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비행기 조종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행기를 조종해본 적 없는 비전문가도 관제사 등의 도움을 받아 해당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을까?

CNN방송은 1일(현지 시각)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신이 탄 비행기의 조종사가 정상적으로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떨어져 당신이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상황만큼 악몽은 없을 것이다.

다렌 해리슨은 이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조종석에 대신 앉아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지난 5월 초 바하마에서 플로리다의 포트피어스로 날아가던 비행기의 조종사가 정상적으로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세스나 208(Cessna 208) 단발 엔진 경비행기에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공인 항공 교관이자 관제사인 로버트 모건의 도움으로 해리슨은 해당 비행기를 팜비치 국제공항에 거의 완벽하게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일어난 사건은 전문가의 무선 지시로 착륙(talk-down landing)하는 데 성공한 비슷한 사례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talk-down landing’은 비행 조종의 문외한인 승객이 지상의 전문가나 다른 비행기의 도움으로 해당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키는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2019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처녀 비행 훈련 중이던 맥스 실베스터라는 비행학교 학생이 조종사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해당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또, 2013년 공군 복무 경력은 있지만 비행기 조종 경험은 없던 연금 생활자 존 윌디는 어둠 속에서 몇 번의 실패를 거친 뒤 영국 북동부 지상에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2012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80세 여성 헬렌 콜린즈가 조종 중 갑자기 쓰러진 남편 대신 조종간을 잡고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기도 했었다. 콜린즈는 어느 정도 조종 경험을 갖추고 있긴 했다.

그런데 위 사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해당 비행기들이 모두 세스나 기종의 경비행기(Cessna aircraft)라는 사실이다.

세스나 기종의 경비행기들은 비행 학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종이다. 이 기종은 견고하고 비교적 감각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 애호가들은 세스나 경비행기를 가장 좋아한다.

결정적으로, 세스나 기종은 한 명의 조종사밖에 탑승할 수 없게 설계된 반면 대형 항공기에는 두 명(승무원 교체를 필요로 하는 장거리 상업 비행의 경우 그 이상)의 조종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조종사 중 한 명이 조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다른 조종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 2009년 보잉 777은 조종사 1명이 대서양 횡단 비행 중 사망한 뒤에도 나머지 2명이 조종을 대신해 무사히 착륙한 바가 있다.

오싹한 사례

미국연방항공청(FAA) 공인 비행 교관이자 전직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조종사였던 더글러스 모스에 따르면 무경험자가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일은 매우 힘들지만 위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조건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한다.

우선, 자신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음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된 사람을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비행 전문가가 무선으로 모든 단계를 철저하게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당자가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데 타고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해당자가 방향타 및 스로틀 컨트롤(throttle controls)과 같은 비행기의 제어 장치와 공기 역학적 반응 간의 관계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들 수 있습니다.”

더글러스 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조건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잉 767 조종사이자 인기 도서 및 블로그인 ‘조종사에게 묻기(Ask the Pilot)’의 저자인 패트릭 스미스에 따르면, 여객기와 같은 대형 항공기의 경우라면 위와 같은 최상의 시나리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조종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고도에서 상업용 여객기의 조종을 맡는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조종사가 아닌 사람은 제트기를 조종하고 착륙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무선통신을 작동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대행 여객기를 착륙시킨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시도를 해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가장 가까운 실제 사례는 몇 년 전 그리스에서 조종술 학습 중에 있던 한 승무원이 나머지 승무원과 승객이 기압 때문에 무기력해진 뒤 737의 조종간을 잡았을 때 발생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져 추락했습니다.”

스미스는 2005년 헬리오스 항공 522편의 추락 사고로 탑승자 121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승무원 안드레아스 프로드로무는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해 의식을 잃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엔진이 꺼지기 불과 몇 분 전에야 조종석에 앉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생존 가능성이 약간 더 높은 시나리오는 비행기가 이미 착륙을 위해 세팅이 되어 있고, 순항 고도가 아니고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맞춰진 상태를 가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미스는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지만 결과는 누가 조종간을 잡느냐에 따라 다르고 비행기마다 다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고도, 거리 및 속도 측면에 비추어 해당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정확히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리고 조종석에 앉은 사람은 해당 항공기의 상태에 대해 감각적 해석이 얼마나 가능한가? 이러한 요소들조차 대부분 행운에 맡겨야 할 겁니다.”

비행기 조종석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행기 조종석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신감은 도움이 될까?

마이크로소프트 비행 시뮬레이터(Microsoft Flight Simulator)와 같은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어떨까? 이러한 시뮬레이터들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충분히 숙련된 비행기 조종 취미 생활자라면 행운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진보된 취미용 시뮬레이션도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종석에 앉으면 시뮬레이션에서는 보지 못한 스위치, 시퀀스(sequences) 및 시스템 쿼크(systems quirks)들이 앞에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거론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죽느냐 사느냐 둘 중의 하나가 결판날 수는 있을 겁니다.”

한편, 준비성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은 ‘비상시 비행기 착륙 방법(How to Land an Airplane in an Emergency)’을 포함해 인기 지도서 ‘위키하우(wikiHow)’에서부터 세세한 동용상 학습 프로그램까지 자료들로 넘쳐난다. 이들이 실제로 안전 착륙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뉴질랜드 와이카토 대학(University of Waikato)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두 명의 조종사가 산악 지역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4분 길이의 유튜브 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감이 충만해진다고 한다.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데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무사히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 비율이 28.6%나 더 높았습니다.”

이 연구진 중 한 명인 케일러 조르단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초보자가 복잡한 작업에 대해 조금만 학습하면 자신감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인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때문이라고 조르단 연구원은 말한다.

이러한 자신감 왜곡은 여성들보다 남성들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남성이 여성보다 비행기 착륙 시도에 대해 약 12% 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라고 조르단 연구원은 말했다. 

“이 발견은 달리기나 다이빙 시합과 같은 고도로 경쟁적인 환경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지식과 능력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기존 연구와 일치합니다.”

패트릭 스미스는 이런 왜곡된 확신을 테스트하고 초보자가 실제로 여객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항공사가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것과 같은 전문 비행 시뮬레이터를 사용해보는 것이다.

그는 “진짜 풀 모션 항공 시뮬레이터에 사람을 집어넣고 아무 도움 없이 35,000피트 상공에 이르게 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세요.”라고 말했다. 

“봐줄 수 있는 모습은 결코 나오지 않을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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