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판결 후폭풍] 남부 주들 중심 속속 입법화... 대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미국사회
[낙태 판결 후폭풍] 남부 주들 중심 속속 입법화... 대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미국사회
  • 유 진 기자
  • 승인 2022.07.09 06:03
  • 수정 2022.07.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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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반대하는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반대하는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지한 이후 보수 성향인 남부의 주들을 중심으로 낙태 금지가 속속 현실화하면서 미국 사회가 끝이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법원의 경우 지난달 30일 이 법이 사생활을 보장한 주 헌법에 위배된다며 효력을 일시 정지했지만, 낙태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가 항소해 지난 5일부터 다시 효력이 발생했다. 

미시시피주에서도 주의 유일한 낙태시술소가 7일부터 발효되는 낙태제한법의 효력을 일시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2007년 통과된 주 법은 임신부의 목숨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인 경우 예외를 두지만,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은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내 13개 주는 이미 낙태죄를 범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낙태에 반대하는 주들도 이전에 제안된 어떤 법보다 더 강력한 법을 고려하면서 입법적인 ‘허점’을 닫는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임신하는 순간부터 포함해 낙태 금지를 추구하는 것 외에도, 많은 새로운 법들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서 낙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산모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들은 거의 무의미하게 규정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에서, 한 공화당원은 자궁외 임신의 경우에 낙태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치료하지 않은 채로 내버려둘 경우 임신자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주 공화당원들은 낙태 환자들을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해 토론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또 주 간 여행 금지, 낙태 제공자 및 지원 네트워크 법적 제재 대상화 등을 논의하는 등 환자가 주 외 제공자로부터 낙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략을 세우고 있다.

19개 주는 이미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낙태 반대론자들은 특히 원격 의료서비스인 ‘텔레헬스(telehealth)’를 통해 약물 낙태에 대한 환자의 접근을 범죄화하고 제한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가생명권위원회는 수정헌법 1조를 사실상 겨냥해 전화나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자가관리 낙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하는 모범국가법 초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어떤 주들은 낙태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갖고 있다.

주로 동부와 서부 해안에 있는 16개 주와 콜롬비아는 낙태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낙태 시술자와 요양 중인 환자를 주 밖의 민사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뉴욕은 낙태를 ‘안전한 안식처’로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지자들은 낙태를 하기 위해 주외 여행을 범죄화하는 어떤 법률에도 이의를 제기하라고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다.

한 유대교 회당은 플로리다 주의 낙태 금지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플로리다 주를 고소했다.

미국의 한 난임클리닉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한 난임클리닉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판결 이후 혼돈 속으로 빠져든 미국 정치권과 법조계, 인권단체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낙태권을 둘러싼 투쟁은 전국적으로 폭발적으로 전개될 태세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낙태 금지와 규제의 대부분은 남부와 중서부에 있어 다른 주에서 낙태를 위해 이동하기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미국 여성과 가임기의 소녀들의 약 절반이 낙태가 불법이거나 불법이 될 주에 살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지난달 내린 낙태법 판결은,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인정한 1973년 판결인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은 여성에게 임신을 중지할 기회를 제공하고 3.3.3 원칙이 적용되는 판결이다.

먼저 임신 초기 3개월은 태아보다 여성의 권리를 더 우선시하고 임신 4~6개월 사이에는 산모의 건강에 무리를 끼치거나 위험이 있을 시 낙태가 가능하다. 그리고 임신 6개월 이후에는 태아가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태아의 생존성을 존중하여 낙태가 어렵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번복하여 낙태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헌법적 보호를 폐지한 것이다.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판결에서 법원은 ”헌법이 낙태에 대해 언급과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전 판례가 잘 못됬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인해 낙태에 대한 헌법적 보호가 사라졌으며 이제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개별 주들에게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49년 동안, 로 대 웨이드 사건은 반복된 법적 문제에서 살아남고 대법원에 의해 여러 차례 재확인되면서, 낙태 반대자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왔다.

공화당 정치인들의 정치적 논란과 양극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2021년 여론조사는 미국인의 80%가 낙태를 지지하며, 적어도 60%는 로 대 웨이드 사건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법관 공석 3개를 채울 수 있게 되자 보수층이 재판관 6대 3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로 대 웨이드 사건의 종말은 불가피해 보였고, 그 판결이 점차적으로 내장을 제거할지 아니면 단숨에 뒤집힐지가 문제가 되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초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의 다수결 초안이 유출돼 뒤집힐 조짐이다.

대법원 외곽과 보수 성향 대법관 자택 등에서 낙태권 지지자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빨리 "여성의 선택권은 기본"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그의 행정부는 그 동안 낙태 권리 옹호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의회 민주당이 결정을 뒤집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 5월 중순 낙태권을 문서화하려는 여성건강보호법이 상원에서 부결됐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필리버스터 개혁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숫자가 많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민주당 안건의 많은 부분을 방해해 왔다.

바이든은 만약 로대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면 생식권에 대한 행정 명령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것은 새로운 낙태 풍경의 가능한 결과 중 일부만을 상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편, 5월 유출 사건 이후 며칠 동안, 의회 공화당원들은 저명한 낙태 반대 지도자들과 만나 6주 후에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낙태 투쟁의 윤곽을 다시 전국 무대로 옮겨가고 2024년 대선에서 낙태가 가장 앞서고 중심임을 확실히 할 것이다.

낙태 금지법이 통과되면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낙태 진료소의 4분의 1 이상이 폐쇄될 것이다.

그러나 낙태를 금지한다고 해서 낙태시술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고 낙태 건수도 줄지도 않는다. 여성들이 임신 중단을 위해 상당한 자원이 필요할 수 있고 형사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임산부들은 계속해서 낙태를 추구할 것이다.

미국의 낙태 환자의 대다수는 취약하고 소외된 인구 출신이다. 이 결정의 결과는 주로 그것을 가장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의 어깨에 떨어질 것이다. 뜨거운 찬반 논쟁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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