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환영·우려 교차하는 삼성전자의 ARM 인수
[취재파일] 환영·우려 교차하는 삼성전자의 ARM 인수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9.28 10:23
  • 수정 2022.09.2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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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소프트뱅크에 ARM 인수 제안할 것"
AP 경쟁력 강화·아키텍처 확보 위해 인수 추진
반독점 심사·미중 갈등 리스크↑… 단독인수 불가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 오후 2주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김포공항에서 "다음 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께서 서울에 올텐데 아마 그때 (ARM 인수를) 제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건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을 총액 80억 달러(당시 환율로 9조3760억원)로 인수했는데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ARM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강자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지만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IP)만 만들고 라이센스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물리적인 CPU나 GPU, SoC, 마이크로컨트롤러 등은 생산하지 않는다. 라이센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 반도체 회사(IDM)나 TSMC와 같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판매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는 만큼 시장에서의 패권이 대단하다.

모바일 칩 설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만큼 인수 시도가 빈번했다. 2016년 7월 18일 소프트뱅크는 ARM을 총 320억 달러(약 38조원)를 들여 인수하였다. 소프트뱅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ARM 기업공개(IPO)를 검토했지만 이를 포기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영국 CMA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상장을 통해 투자이익을 회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를 포기한 사이 고객사 중 하나였던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로 불리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 절대 강자다. 2020년 9월 소프트뱅크에 40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인수금액을 적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그래픽 기능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200'을 출시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그래픽 기능을 대폭 강화한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200'을 출시했다. [출처=삼성전자]

하지만 시장에서 패권을 가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퀄컴 등 경쟁 기업들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기에 ARM이 영국 기업인 특성상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인수되면 반도체 미국 편중 현상도 지적됐다. 7부 능선으로 불리는 반독점 심사도 넘지 못하며 엔비디아는 지난 2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각국 규제로 중대한 제약사항이 발생해, 거래를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반독점 심사를 넘지 못해 ARM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재는 컨소시엄 형태로 인텔, 퀄컴 등 기업들이 공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AP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ARM은 M&A 대상으로 적합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6.6%로 4위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만의 AP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AP 강화와 시스템 반도체에 필요한 아키텍처 확보를 위해 M&A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각국의 반독점 심사 때문에 단독 인수가 힘들어 매력적인 M&A 대상이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미중은 반독점 당국의 심사권을 '무기' 삼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칩4 동맹·반도체산업 육성 법안 등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장비와 특허가 있는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을 수 있다. 

연매출 279조원, 영업이익 51조원, 국내 임직원 수만 11만여명. 여기에 종속회사만 228개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수장으로서 이 부회장이 어깨가 참으로 무거워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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