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당내 문제에 발목이 잡힐지도 모르는 영국 수넥 신임 총리의 험난한 앞길
[월드 프리즘] 당내 문제에 발목이 잡힐지도 모르는 영국 수넥 신임 총리의 험난한 앞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26 05:38
  • 수정 2022.10.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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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넥 영국 신임 총리. 연합뉴스
리시 수넥 영국 신임 총리. 연합뉴스

리시 수넥 영국 총리 내정자가 25일(현지 시각) 57대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CNN은 영국 보수당의 신임 총리 취임을 앞두고 그가 휘청거리는 영국 경제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브렉시트 등 당내 문제라는 난관부터 극복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2년 반 동안 재무장관을 지내다가 사임하면서 존슨 행정부 붕괴에 한 역할을 했던 리시 수넥은 물러난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 하에서 재앙에 빠진 영국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야 하는 달갑지 않은 임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리시 수넥 신임 총리는 금년 초 내각에 있으면서 추진했던 경제 구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의 감세 정책과 차입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예산 정책을 반대하며 그런 정책을 지속하면 영국 경제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리즈 트러스 행정부가 감축 예산(mini-budget)을 실시하면서 파우드화 가치가 수십 년 이래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국채 가격이 붕괴 수준에 도달하고, 차입 비용을 치솟게 하고, 연기금 재정을 지급불능 상태로 몰아가자 리시 수넥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

또, 수넥이 예견한 대로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사태를 불러일으켰고, 채권자들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예비 주택 소유자들의 꿈을 하룻밤 새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한편, 영국에 대한 국제적 평판은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가 취임하기 전부터 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유럽연합(EU)과 합의했던 브렉시트 관련 국제 협약을 지키지 않겠다고 줄기차게 위협하는 것 외에도 계속적인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끝내는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영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이목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이 국제 무대에서 비켜 서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입장을 지지하면서 서방 지도자들의 칭송을 받고 있고, 보리스 존슨 총리는 특히나 더 서방의 환심을 샀었다.

미국의 전직 국가안전보장회(NSC)의 보좌관 존 볼튼은 <폴리티코> 기기에서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의 핵심 리더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 리즈 트러스 전임 외무장관, 벤 월레스 전임 국방장관 이라는 3두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최전선을 지켜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시 수넥의 총리 등극은 지난 몇 달간 이뤄진 영국 대혼란의 직접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를 운영하면서 대규모 정부 지출 프로그램으로 경제와 국민을 도운 것으로 널리 찬사를 받으며 비교적 무난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그의 임무는 명확하다. 그것은 영국을 안정 궤도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수넥은 지난 몇 년 동안 자해 수준의 분열 양상을 보여온 영국 보수당의 유산을 물려받고 있다. 2022년의 보수당은 분파주의와 사분오열된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혼란을 겪으며 존슨이나 트러스 전임 총리들도 당을 어찌해볼 수 없을 정도였다.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와 리시 수낙 신임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와 리시 수넥 신임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보수당의 문제는, 새 총리가 분명 브렉시트를 놓고 논란을 벌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친(親) 브렉시트 강경 우파들이 아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보수당의 고문을 지낸 살마 샤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수넥 신임 총리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의 논란거리 중 하나인, 북아일랜드 의정서(Northern Ireland Protocol)에 대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될 겁니다. 친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방향을 틀 수도 있습니다.”

수넥은 이들 강경파들을 달래거나 무시하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어느 경우에도 굴욕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그가 보리스 존슨을 배반했다고 여기는 당의 강경파들을 달래야 하는데 이럴 경우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존슨이나 트러스의 입지를 강화하는 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샤흐는 이렇게 덧붙였다.

만일 수넥이 존슨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할 경우 존슨은 뒤에 앉아 그에게 타격을 가할 수도 있다.

보수당은 가까운 장래에는 수넥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는 국가의 경제 정책과 우방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보유하게 된다.

“그는 정치권 밖에서 해외 관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이며, 총리로서 외국 정상들과 교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사교에 능통하며 경제에 관해서도 해박한 축에 속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경제와 국정을 잘 운영한다면 그가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퀸메리 대학 정치학과의 팀 베일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수넥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경제적 안정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정치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전문가라면 이것이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인지 잘 안다.

“그는 트러스의 긴축 예산 때문에 빚어진 정책들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때문에 여러 분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겁니다.”

‘영국 경제 서비스(Government Economic Service)’의 전 공동수장이었던 빅키 프라이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결국 수넥 총리는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은행 임원들의 보너스에 부과하던 상한선을 철폐하겠다는 트러스의 정책들을 철회하는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보수당 의원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정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그렇게 대면 대중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보수당 의원들과 원로들은 안도감, 분노, 우려가 뒤섞여 있고 일부는 패배의식에 젖어있기도 하다. 일부는 대중이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약간의 평화와 안정감을 느끼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보수당의 일부는 존슨을 쓰러뜨린 사람이 제 갈 길을 찾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기도 하다. 또, 일각에서는 수넥이 브렉시트에 대해 너무 유연한 입장을 취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보수당원들은 다음 선거는 이미 결판이 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차기 총선까지는 이론상 최소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는 수넥이 보수당호를 안정시키고 보수당에 대한 최악의 여론을 복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그는 보수당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난 몇 주의 혼란을 되돌아보면 새 총리는 국가의 당면 과제보다 자기 당의 내부 정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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