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북한의 핵무력 인정 '딜레마'...CNN "현실은 인정 불가피 vs 아시아 핵보유 경쟁 우려"
[월드 프리즘] 북한의 핵무력 인정 '딜레마'...CNN "현실은 인정 불가피 vs 아시아 핵보유 경쟁 우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02 05:24
  • 수정 2022.11.0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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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6일,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달 6일,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핵무력 공세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최근 도발들과 관련, 1일(현지 시각) 어쩌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인정해야 할 때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서울 특파원 발 칼럼을 보도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지난달 세계 무대를 향해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고, 앞으로도 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성명에서 북한의 핵 의지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며, 북한의 핵무기는 “국가의 존엄과 몸 자체인 절대 권력”이기 때문에 “핵무기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이를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화려한 어법은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그의 이번 맹세는 어느 정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는 선거로 권좌에서 밀려날 통치자가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가 한 말은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

또, 금년 들어 북한이 20회 이상의 기록적인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한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명백히 확인된 사항은 아니지만, 전술 핵무기들을 야전부대에 배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여기에다 북한은 7차 지하 핵실험 실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항들 때문에 이제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평양의 핵 프로그램은 불완전하며 아직도 스스로 포기하도록 설득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낙관적 희망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이 같은 희망은 기만적 낙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핵 정책 프로그램 전문 연구원 안킷 판다는 “우리는 북한을 우리 입장에서 대하지 말고,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기어 말하기

엄밀히 말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면밀히 살펴온 전문가들 중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 및 글로벌 안보 문제에 관한 비영리 단체 ‘원자력 과학자 공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최근 칼럼을 싣고, 북한은 최근 45~55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 물질 생산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의 미사일 발사 실험들을 감안하면 북한이 이 핵무기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미국 같은 나라들은 여러 가지 난제에 봉착하게 된다.

워싱턴 당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 아시아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 경쟁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은 평양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러워하며 북한처럼 되기를 희망하는 후보국들 목록에 들어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명백한 증거들을 목전에 두고도,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들 국가들을 안심시키는 데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대로 우방들이 북한의 핵을 모른 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더 그들을 신경과민으로 만들 수도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ICBM을 포함해 꽤 효과적인 발사 수단들 모두를 확보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국민대학교 교수이자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브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식 해법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는 이스라엘과 비슷한 접근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묵시적 인정(tacit acceptance)을 말한다.

몬테레이 소재 미들버리 국제 연구 연구소 제임스 마틴 핵 비확산 연구센터(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의 부교수인 제프리 루이스는 바로 이 ‘묵시적 인정’에 따른 해법을 지지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 스스로나 미국 정부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없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확실히 깨닫는 순간 결정적 진전이 이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루이스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이스라엘과 인도 모델이 북한을 다루는 해법으로 적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1960년대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스라엘은 NPT(핵확산 금지 조약) 가입을 거부한 채 일관된 핵 모호성(nuclear ambiguity)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는 1998년 핵실험을 실시할 때까지 수십 년간 핵 모호성을 지켜왔었다.

“미국은 두 나라 모두 핵폭탄을 보유한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협상에 임할 때는 ‘거론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해왔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 비핵화는 '기적 바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워싱턴 분위기는 핵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조금도 비켜서 있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북한을 구분 짓는 DMZ(비무장지대)에 서서 이러한 미국의 원칙을 재천명했다.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는 이상적인 목표이기는 해도 현실에서는 점점 도달하기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인 목표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다만 실현 불가능에 가까울 뿐이지요.”

안킷 판다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비핵화를 가로막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김정은이 정권의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은이 어느 정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핵보유국이 비 핵보유국을 침공한 경우)은 “핵무기만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국가안보의 보장 수단”이라는 그의 신념을 때맞춰 뒷받침해주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브 교수는 지적했다.

한편 북한이, 비핵화를 거론하면 미국 행정부와 접촉조차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인다.

“미국이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면 북한은 대화 자체를 거부할 것이고, 미국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미사일을 더 많이 쏘고, 성능을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누구도 내다볼 수 있는 예측입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우려가 점점 깊어지는 이웃들이 미국의 접근 방식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이는 미국이 그토록 피하고 싶어하는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창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평양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목소리 증가를 대표하는 인사 중 하나이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며 “아직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9월 29일부터 보름간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0일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9월 29일부터 보름간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0일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가 옳았을까?

하지만 북한 비핵화가 도달하기 어려운 꿈처럼 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라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김정은에게 길고 긴 줄다리기 끝에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게 되었다고 알려주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은 어디를 향해 가게 되는지'라는 보다 중대한 문제가 남게 됩니다.”

미국의 씽크탱크 ‘랜드 연구소(RAND Corporation)’의 연구원인 김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CIA에서 근무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이럴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국들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별로 없는, 한 가지 선택지를 손에 쥘 수 있다. 북한에게 제재 완화에 대한 대가로 무기 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거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방식은 김 위원장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한 해법과 유사하다.

“동결은 일을 시작하는 정말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있는 무기를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긴장을 어느 정도 덜어주고 다른 종류의 협상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줄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마틴 센터’의 루이스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의 경험이 동결 방식을 고려 대상에 넣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루이스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전략을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나는 교수입니다. 내 역할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해법을 조언해주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화 중단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 의지가 있더라도 배는 항구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2022년의 김정은은 2019년의 김정은이 아니다. 그때는 그에게 대화 의지가 충만했었다.

바로 이점이 협상 테이블 앞에 놓인 모든 옵션들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즉, 현재로서는 완전히 대화 의지가 결여된 북한과의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2021년 1월 발표한 군 현대화 5개년 계획에 집중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등의 회담 제의에는 아직까지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북한이 테이블에 기꺼이 앉아서 우리와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일련의 협력 사항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우리가 북한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조차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안킷 판다 연구원은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리고 공평하게 말해서, 침묵의 책임이 모두 평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큰 정책 변화는 대통령이 원해야 하는데, 조 바이든이 북한 문제에서 큰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판다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심지어 일부 미국과 한국 국회의원들조차 비공개로 시인하는 바를 다음과 덧붙였다.

“우리는 적어도 향후 수십 년간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함께 살아야 될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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