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언제든 나토와의 확전으로 손쉽게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폴란드 미사일 피폭
[우크라 전쟁] 언제든 나토와의 확전으로 손쉽게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폴란드 미사일 피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19 07:01
  • 수정 2022.11.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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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떨어진 폴란드 접경 마을 [사진 = 연합뉴스]
미사일이 떨어진 폴란드 접경 마을 [사진 = 연합뉴스]

민간인 2명을 숨지게 한 폴란드의 미사일 피폭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사된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잘못 낙탄된 것으로 판명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든지 러시아와 나토(NATO) 간의 확전으로 손쉽게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CNN이 18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우발적 사고가 언제나 확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오판으로 벌어진 현재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화요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 피폭 사고는 이번 전쟁에서 확전의 위협이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번 피폭이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가 자행한 소행이 아니고 러시아 미사일 맹폭을 방어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어 미사일이 잘못 낙탄한 쪽으로 결론나는 듯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번 사건은 자국 국민과 인프라를 목표로 비오듯 쏟아지고 있는 러시아 미사일을 방어하려는 우크라이나 방어 노력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름 끼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는 현재 나토협약 제4조를 소환하는 데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나토협약 4조에 따르면 폴란드는 자국 방어 문제가 보다 심도있게 토의되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피폭 사건은 러시아 침공에 맞서 피 흘리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후원자이자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나토의 방향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나토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방공(防空) 시스템에 의한 “오발로 보인다(probably an accident)”고 규정하자 즉각적인 대응 가능성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 피폭 잔해도 발사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가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제 S-300 방공 시스템에서 떨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낙탄이 사고였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사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이로써 나토는 우크라이나 미사일들이 회원국 영토에 우발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확충할 구실을 마련하게도 되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스스로가 인류 역사상 최대의 군사동맹인 나토와 전면전을 모색하지는 않는 듯하다.

나토 깃발 앞에 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사진 = 연합뉴스]
나토 깃발 앞에 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는 현재 여러 전선에서 소규모로 전개되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잘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패배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자국 영토라고 억지 주장하는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그들은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죄수들과 징집병들을 최전선으로 보내 낡고 투박한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들의 현재 입지는 궁지에 몰린 듯하다. 

그런가 하면 폴란드 피폭 사건은 거점 도시인 헤르손에서의 러시아 패배 소식에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하마터면 나토 개입으로 이어져 러시아군의 추가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1940년대 이후 유럽 최대 영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나토가 개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으며 물리 법칙은 결국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폴란드는 대공 방어망을 강화하여 이 사건에 대응할 태세이다. 독일은 이미 폴란드 영공 경계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러시아가 허세에도 불구하고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는 강력한 억지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의 격전 지역에 전투기가 더 늘어나고 방공 미사일들이 추가되면 그만큼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자들의 명백한 실수로 민간 여객기 MH17이 격추되었지만, 인명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서방의 대응을 완화시키지도 못했었다. 2014년 7월 17일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격추되어 네덜란드인 196명을 포함해 승객 283명 전원과 승무원 15명이 사망했던 것이다. 이때에도 모스크바는 언제나처럼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모스크바 당국은 전략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경솔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사고가 났을 경우 그들이 사과하거나 실수를 인정할 공적 영역이 축소될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자동차 산업에 대해 논의하면서 헤르손 철수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피하려고 애썼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러시아 내 강경파들이 그가 선택한 이 참혹한 전쟁의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는 국내 상황 때문에 NATO와의 대결을 회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러시아 내부의 레토릭(rhetoric)은 이번 전쟁을 러시아와 나토와의 전쟁으로 규정한 지 오래다. 이미 발을 담갔다고 주장하는 싸움에서 물러서는 것은 더 어렵다.

따라서 폴란드 피폭 사건은 이 전쟁이 느리게 확전 중이라는 또 다른 신호일 수도 있다. 빙하의 움직임처럼 느리지만 결국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위협과 노르드스트림 파이프라인 폭발, 폴란드 곡물 공장을 목표로 한 공습 같은 소규모 공세는 대재앙이 절대 안 일어난다는 안이함을 무색케하고, 뉴노멀을 생성할 수도 있다. 이런 우발적 사건들은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후원자들이 언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할지를 놓고 전쟁의 시계 소리를 더욱 두렵게 울리도록 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엄청난 고통과 열패감, 굴욕을 기꺼이 감내하며 재앙에 가까운 이번 전쟁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패배나 철수 가능성을 더 멀리하고, 위험한 전장에 더 많은 무력을 투입해 이번 사건과 같은 우발적 실수가 또 초래될 수 있는 시공간을 더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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