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발열 환자 급증에도 코로나 추적 앱 기능을 폐기한 중국
[월드 프리즘] 발열 환자 급증에도 코로나 추적 앱 기능을 폐기한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2.15 06:03
  • 수정 2022.12.15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열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중국의 병원 [왕이신문 캡처]
발열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 중국의 병원 [왕이신문 캡처]

베이징 등지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의심케 하는 발열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강압적 제로코로나 정책의 상당 부분을 폐기하면서 폭발적 재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14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주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 수도 베이징에 감돌고 있는 재확산 징후에 대해 보도했다.

중국 코로나 대책의 변화는 지난 12일 당국이 ‘모바일 여행 카드’ 내 보건 추적 기능을 삭제한다고 발표하면서 감지됐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의무 사항인 건강 코드 스캐닝 시스템과는 별개로 마련되었던, 이 대책은 사람들의 휴대폰 데이터를 사용해 14일 동안 당국이 고위험 지역으로 규정한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력을 추적·식별하기 위해서 마련되었었다.

‘모바일 여행 카드’를 활용해 보건 이력을 추적하겠다는 이 방책은 데이터 수집과 고위험 지역 여행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었다.

하지만 제로코로나 정책의 부분적 폐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혹시 있을 수 있는 대량 확산에 국가 의료 체계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내내 베이징의 일부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증세가 있거나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시내 거리가 한산하다시피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약국과 코로나19 검사소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10일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한 병원에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대기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전하면서,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병원을 방문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보건 종사자들은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수많은 시민들까지 가세하여 응급 전화가 급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경미한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중증 환자들을 위해 911과 같은 응급 서비스 핫라인에 전화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관영 언론들이 베이징 응급센터 주치의 천즈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루 응급 전화 건수가 평소의 5,000건에서 최근에는 3만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중국 코로나19 최고 전문가 중난산 박사는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에서 전염성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과 통제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전염 고리(transmission chain)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신화통신은 2020년 팬데믹 초기부터 대중의 핵심 목소리를 대변했던 중난산 박사의 이같은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코로나 대책 변화와 우려

전국적으로 검사가 급속히 축소되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항원 검사를 활용하면서 코로나19 공식 데이터가 무의미해지고 코로나 확산 정도를 측정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당국은 12일 중국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626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날의 1만597명과 지난달 말 일일 최고치인 4만명 이상에서 감소한 수치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발 CNN 보도는 베이징의 확진자 건수가 기록된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주택가 건물에서 목격된 다음과 같은 안내판은 더 심각한 상황을 암시하는 듯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직원들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그 때문에 아파트의 정상적인 운영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가혹했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화한 지 이제 겨우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중국인들은 이를 엄청난 변화로 받아들이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삼삼오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고위 보건 당국자들은 바이러스 확산 통제를 위해 그동안 의존했던 대량 검사, 중앙집중식 검역, 보건 코드 추적 규정을 전면 철회했다. 그러나 지정된 장소에서의 보건 코드 제시, 중증 사례의 집중 관리, 확진자 자택 격리와 같은 코로나 조치의 일부 내용은 그대로 유지된다.

한편, 재야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전국적 시위 사태에 따른 갑작스런 정책 철회 이후 예상되는 확진자 급증과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미크론은 이전의 코로나 변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세를 낳고는 있지만, 14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에서는 중증 질환자가 소수로 발생하더라도 인구 대비 의료 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난산 박사는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노령층과 가장 취약한 계층들을 위한 부스터샷 접종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달 설 연휴를 앞두고 도시 인구들이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고향 시골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당국은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12일 보건 당국은 농촌 지역 기관들에 이달 말까지 의료 능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 ‘국가위생 건강위원회(National Health Commission)’는 성명을 통해 집중치료실(ICU) 병동과 병상 및 담당 의사 수를 늘리고, 발열 진료소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기 치료제 구입 위해 장사진 이룬 중국인들 [사진=텐센트신문 캡처, 연합뉴스]
감기 치료제 구입 위해 장사진 이룬 중국인들 [사진=텐센트신문 캡처, 연합뉴스]

당국의 ‘과도한 경고’에 의한 건강 염려증

중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험 부족과 관영 매체 등에서 수년간 이어진 과도한 경고로 인해 위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의료기관 등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0일 양성 판정을 받은 베이징 대학원생 밥 리는 자신은 바이러스가 두렵지 않지만, 시골에 사는 그의 어머니는 아들 걱정에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너무 무서워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은 지난 2년 동안 국가로부터 들은 과잉 경고로 인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일부 오해를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코로나를 과도하게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정부의 세심한 코로나 대책을 여전히 지지하고는 있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 의약품 충동 구매와 같은 연쇄 반응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뚜렷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감시하는 기관은 금요일 일부 “구매가 몰리는” 약품에 “일시적 부족 현상”이 발견되었다며 바가지요금을 단속하겠다고 밝혔고, 주요 온라인 소매업체 ‘제이디닷컴’은 특정 약품의 판매가 10월 같은 기간에 비해 18배나 급증하자 지난주 이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말 동안 비교적 통제가 잘 이루어지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웨이보(Weibo)에서는 베이징의 한 의사가 관영 언론과 갖은 인터뷰에 대한 해시태그가 널리 퍼졌다.

“무증상 감염자는 약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푹 쉬고 안정적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베이징 유한병원(Beijing You An Hospital)의 감염병 전문의 리 통젠은 10일 이후 3억7000만 명이 넘게 공유한 해시태그 링크가 걸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