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브라질 극우 시위사태가 룰라에게 던진 숙제...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폭풍의 핵'
[월드 프리즘] 브라질 극우 시위사태가 룰라에게 던진 숙제...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폭풍의 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1.12 05:54
  • 수정 2023.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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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궁에 난입한 시위대 [사진 = 연합뉴스]
브라질 대통령궁에 난입한 시위대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11일(현지 시각) 현재 플로리다주에 체류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자국으로 인도해달라는 요청을 브라질 정부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미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직접 접촉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은 현재 플로리다주 올랜도 외곽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추방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남미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8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에 있는 의회, 대통령궁, 연방 대법원 건물을 습격했다. 경찰은 폭력 시위를 벌이고 시설에 난입한 1500명을 체포했다.

CNN방송은 이 시위 과정에서 브라질의 건물들과 유적이 훼손됐지만, 그 상처는 눈에 보이는 흔적들보다 더 깊다면서, 룰라 대통령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브라질 국기에는 파란색 별이 박힌 지구 중앙에 ‘질서와 진보(Order and Progress)’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바로 그 국기를 앞세우고 자국의 수도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일부는 정부 건물을 공격할 때 국기를 망토처럼 걸쳤고, 다른 시위대는 저지하는 보안군이 발사한 최루탄을 닦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질서와 진보’라는 이상(理想)은 일요일 무질서와 혼란으로 대체되었다. 브라질리아에서 펼쳐진 사건들은 공포와 함께 충격을 주었지만 그리 놀라운 사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우파 지지자들은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지난해 10월 30일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도용되었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이긴 것이 아니라는 그릇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군대의 개입을 촉구하면서 20년 넘게 이 나라를 지배해온 독재적 통치 방식을 그리워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자신도 결코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으며, 지난 1월 1일 룰라 다 시우바의 취임을 앞두고 축하 대신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 과정과 전자투표기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바가 있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이를 부추겼습니다. 선거 관련 장비들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부정선거 가능성을 배제하는 독립적인 감시 기구에 의한 감사도 있습니다.” 

런던 소재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의 라틴 아메리카 부문 선임 연구원 크리스토퍼 사바티니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일요일의 폭동을 비난하기는 했다. 그러나 사바티니 연구원은 전직 대통령이 여전히 이번 폭력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잘라 말해, 지지자들에게 휘발유와 성냥을 주고 집을 가리키며 불을 질러도 당신들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폭동으로 60여 년 전에 모더니스트 유토피아(modernist utopia)로 유명한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가 설계한 의회, 대법원, 플라날토 대통령궁이 피해를 입었다. 이 건물들 안에는 브라질 예술가 에밀리아노 디 카발카티(Emiliano Di Cavalcanti)의 벽화 ‘As Mulatas’와 프랑스가 포르투갈 왕 주앙 6세에게 선물한 17세기의 진자시계인 ‘Balthazar Martinot’를 포함해 귀중한 예술 작품들이 파괴되었다.

브라질 민주주의 회복 촉구 행진 :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 거리에서 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전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입법·사법·행정 3부 청사에 난입한 데 대한 맞불 시위 성격이다.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등 3부 수장은 성명에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에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며 “조국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브라질 민주주의 회복 촉구 행진 :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 거리에서 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등 3부 수장은 성명에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에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며 “조국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플라날토 대통령궁의 큐레이터인 로제리오 카르발류는 파괴된 예술품의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이는 정치적인 면에서도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브라질이 입은 피해는 파괴된 건물들과 유물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요일 정부 청사를 목표로 한 습격은 브라질의 자랑스러운 정체성인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브라질 의회, 상원, 대법원의 지도자들은 이번 시위를 “테러리즘과 문명 파괴 행위”라고 비난하고 그들의 행동은 “쿠데타와 같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가는 정상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에 대한 존중은 중요하며, 진보와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성명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사회가 평온히 유지되기를 촉구한다.”

한편, 이번 시위 사태는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브라질 군대의 일부 분파와 거리를 좁히는 데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브라질에서 오랫동안 자취를 감춘 군사 독재정권을 찬양하기까지 하면서 군부의 충성심을 유도해왔었다.

룰라 측근들 중 상당수는 브라질 군부가 이번 우익 시위 사태와 연루되어 있다고 비난하고, 대통령에게 호세 무시우 몬테이로 신임 국방장관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군은 이러한 비난에 응하지 않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회와 대법원이 물리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일상 회복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상파울루에 있는 ‘Getulio Vargas Foundation’의 국제 관계 교수인 올리버 스투엔켈은 CNN에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룰라가 군부와의 신뢰 관계를 얼마나 재구축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보안 계통 군 관계자들과는 완벽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플라비오 디노 법무장관에 따르면 일요일 폭동에 대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를 조사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는데, 그 말이 증오와 폭력으로 변했습니다. …… 우리가 어제 국가의 3부 핵심 시설들에서 목도한 혐오 발언과 파괴 행위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큽니다. 마치 쿠데타를 노린 듯했습니다.”

디노 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과 브라질의 일부는 이미 전직 대통령의 브라질 송환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전직 대통령이 일요일의 폭력 사태가 남긴 무질서와 혼란에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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