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시진핑과 푸틴을 멀어지게 하라...키티스 "법치주의를 '강자의 지배' 법칙으로 혼돈하는 리더들"
[월드 프리즘] 시진핑과 푸틴을 멀어지게 하라...키티스 "법치주의를 '강자의 지배' 법칙으로 혼돈하는 리더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20 05:39
  • 수정 2023.0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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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베이징을 찾았다. 두 정상의 대면은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정상회의 회동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베이징을 찾았다. 두 정상의 대면은 2019년 11월 브라질에서 열린 정상회의 회동 이후 2년3개월 만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멀어지게 하라."

CNN방송은 1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밀월관계가 강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은 세계 평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국제 문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프리다 키티스(Frida Ghitis)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지난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는 듯이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 이목을 끈 바가 있다.

지난해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직후 촬영되었으며, 당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었다.

핵 강국 정상 사이의 화합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양국의 '무한한(no limits)' 관계 증진을 다짐했다. 적어도 그 순간만은 세계 패권의 축이 이동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잽싸게 승리해 러시아를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올려놓으려 했던 푸틴의 야망은 재앙의 길로 빠져들고 있으며, 시진핑에게 중-러의 밀착은 가치가 훨씬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긴밀한 끈을 놓치 않고 있으며, 두 독재 국가는 서방에 맞서면서 민주주의 구현이 바람직한 정부 시스템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두 지도자 모두 권위적 행보를 보여왔다. 러시아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무기가 계속 필요하고, 중국은 새로운 동맹을 형성해 서방에 맞서는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러 양국의 이러한 야망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모색 중인 것만은 사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재편하려는 세력에 탄력을 더했고, 미국의 외교 정책이 나아갈 길에 서광을 비춰주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NATO를 포함한 동맹 강화 노력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만족하지 말고 반민주적 정권들이 통합된 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와 베이징 사이를 떼어놓고(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정책을 연상케 함), 이란과 유대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응하는 것이 포함된다.

서방에 반대하는 독재정권끼리의 공격적 결합은 정확히 지난해 2월 시진핑과 푸틴이 만난 그날 출범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법치주의를 '강자의 지배(the rule of the strongest)'로 대체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강자의 지배’ 법칙은 승리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바로 러시아의 야망이 그렇게 무너지고 있으며, 중국은 러시아와의 합치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의 “무한한(no limits)” 우의(友誼)는 푸틴이 바라는 방식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침략이라 규정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이웃 나라를 침공한 행위를 비난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의 핵무기 가능성에 대해 은근히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혹과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전략적 유대 관계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12월 화상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 변화에 ​​대해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 관영언론은 시 주석이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시진핑은 푸틴을 지지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이에 대해 시진핑은 양수겸장의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원하는 듯이 보인다. 그는 부당하게 이웃 국가를 침략한 러시아와 관계 증진을 원하면서도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 자신을 내세우려고 한다. 즉, 서방 민주주의 대안을 모색하며 다른 나라들이 자신을 따라주기를 바란다.

전략적 동맹에서 사실상의 지도자로 부상함과 동시에 좋은 정치가로서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시진핑의 욕망은 대(對) 중국 정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성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과 전쟁을 피하면서도 격렬히 경쟁하는 상태를 서방에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지향점은 이달 초 미국 영공을 유린한 중국 풍선에 대해 바이든이 반복적으로 사용한 표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빠르게 결론지어졌다면 권위주의적 정권끼리의 동맹은 큰 진전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에서 모스크바가 허우적거리면서 중-러 양국 관계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이 지적했듯이 러시아는 베이징에게 계륵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사진 = 연합뉴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사진 = 연합뉴스]

결국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지 못하자 푸틴은 다른 정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또 하나의 악명 높은 독재 국가인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구입했다. 북한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의 상식을 벗어난 윤리 의식은 세계가 다 아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무기 공급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의 드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살상하고 기반시설을 파괴할 때 활용된 무기들 중 하나였다. 이란은 애초에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무기 공급 사실을 부인한 바가 있다.

이러한 강경한 부인 태도는 이후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무기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바뀌었다. 최근 새롭게 기밀 해제된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된 드론은 이란이 중동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하다.

권위적이고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하기를 즐기면서 세계의 왕따 국가로 전락한 이란은 이제 모스크바와 베이징 양쪽에서 구애를 받고 있다.

이번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란 대통령이 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순방은 표면적으로는 2021년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회의에서 두 사람이 합의한 25년 전략적 협력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 모두 베이징-테헤란 관계 증진이, 이란이 핵과 재래식 무기 프로그램, 테러 지원 및 인권 유린과 관련된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국제 및 지역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간에”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모습에서 시진핑이 푸틴과 나눈 “무한한” 이라는 수사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 시진핑의 약속은 생각보다 더 공허할 수 있다.

베이징과 테헤란의 관계는 복잡하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주석이 이란의 적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 관리들과 만난 후 나온 공동성명은 “역내를 불안하게 하는 이란의 활동”과 “테러 및 이슬람 종파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며 이란을 격분시킨 바도 있다.

분명 시진핑의 양가적(兩價的) 목표에는 내부 모순이 있다. 그가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면 규칙을 어기는 독재자를 비롯한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 동맹을 추구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무망하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겠다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던 베이징의 지난해 2월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세력이 호전적인 반민주적 정권들에 맞서고 그들이 힘을 합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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