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푸틴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푸틴의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간과한 대목
[우크라 전쟁] 푸틴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푸틴의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간과한 대목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04 07:02
  • 수정 2023.03.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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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서방이고, 이를 억제하려 한 것은 우리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행한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New START :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첫 국정연설이자 침공 1년(2월24일)을 앞둔 연설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이와 함께 미국 외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자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핵군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 CNN 인터넷판은 2일(현지 시각) 씽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국제안보 부문 수석연구원인 마리온 매스머(Marion Messmer)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서방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의회에서 연설하며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넌지시 비친 부분을 간과하는 듯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하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깜짝 발언을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대부분 서방 언론의 초점은 러시아가 신전략무기 감축협정인 ‘뉴스타트(New START)’ 참여를 중단하는 데 맞춰져 있지만, 푸틴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 시사 또한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푸틴의 발언은 러시아가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치며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그 결과 더 파괴적인 핵무기 경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와 미국은 1990년대 초 이후로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 직후 미-러는 제네바에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는 핵탄두 실험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북한을 빼고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1998년 실시한 핵실험이 전부였다.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다른 핵 무장 국가들도 이를 뒤따를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추가 핵실험에 대한 명분으로 삼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미국에서는 새로운 핵 능력 개발 경쟁에서 러시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안보 불안이 팽배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새롭게 조성되는 전략무기 경쟁 소용돌이로 빠르게 빠져들 것이다.

현 단계에서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재개할 이유나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핵실험 재개 의사를 ‘국정’ 연설에 삽입하면서, 러시아가 CTBT를 깨고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명분으로 삼기 위해 미국이 핵실험을 강구 중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있기 며칠 전인 2월 초 필요할 경우 노바야젬랴(Novaya Zemlya) 핵실험장이 재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핵실험 재개 의사를 비친 이유는?

첫째, 러시아 대내와 국제적으로 전쟁에서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현존하는 모든 핵 협정들의 틀을 짓밟으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러시아가 핵 능력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데 새로운 핵탄두 테스트 결과 없이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다.

이중 어떤 이유도 세계를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러시아의 핵실험은 수십 년간 지켜져 온 국제 협정과 핵 비확산 노력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것이다. CTBT는 협상 조인국들 사이에 핵무기를 계속 확장하기보다는 축소할 것이라는 신뢰를 만들어 NPT(비확산 조약)에 이바지하고 있다.

훈련 중인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RS-24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사진 = 연합뉴스]
훈련 중인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RS-24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핵실험이 다른 핵 무장 국가들에 던지는 의미는?

러시아가 새로운 데이터 확보를 위해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이는 비슷한 실험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다른 핵 무장 국가들의 불안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그 결과 핵무기 저장고를 현대화하려는 국가들의 연속된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핵무기 경쟁에서 러시아에 뒤처지기를 원하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이 핵실험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협정에 따른 제약이 유야무야된 상태에서 여러 핵 강국들이 합세한 새로운 핵무기 경쟁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또, 러시아를 위시한 일부 국가들이 CTBT를 포기하고 핵무력 신장(伸張)을 위해 일련의 새로운 핵실험에 나설 경우 NPT 체제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군축을 하겠다는 5대 핵 강국들의 굳은 맹세가 어떤 식으로 회복될지를 알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러시아의 핵실험은 나아가 핵무장을 꿈꾸는 다른 국가들의 잠재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한국은 이미 올해 여러 차례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핵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핵무기 경쟁으로의 복귀는 이런 나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핵실험은 또한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결의를 보여주거나 러시아와 NATO 간 갈등의 최고조 국면으로 이어지는 우크라 전쟁 확대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 전쟁은 푸틴의 수사(修辭)적 위협에서 통제 불가능한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러시아가 핵실험을 실시할 징후를 보일 경우 대처는?

러시아의 핵실험은 갑자기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방 정보 당국은 이에 대한 징후를 미리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러시아에 그들의 침공 의도를 간파했다는 신호를 보냈고, 동맹국 간의 협력을 돕기 위해 안보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해 왔다. 서방 정보 당국은 이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활용해 있을지 모를 러시아의 핵실험에 미리 주의를 환기하고, 이를 방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 국제사회는 러시아에게 핵실험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이를 방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러시아가 핵실험 가능성을 번복할 때까지 즉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하며, 유럽연합은 제재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강력·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러시아의 위협의 가져다주는 위험을 알면 지금까지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던 유럽 일부 국가들이 태도를 전환해 새로운 형태의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양가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유엔의 제재 결의에 기권하고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들은 핵 위협에 대해서만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핵 위협을 동원한 벼랑 끝 전술이 내심 못마땅하며, 러시아나 미국이 핵무기를 확장 및 개발하는 것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조짐이 보일 경우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경고할 수 있으며, 이는 푸틴의 군사적 야망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실험을 실시한 경우 대처는?

푸틴은 핵실험 강행을 통해 서방 국가들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도록 겁을 먹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전쟁 확대를 우려하는 NATO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배가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의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NATO도 강대강 전략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전쟁 경계주의보 수준의 변화는 러시아에 강력한 의미를 던질 뿐 아니라 서방도 전쟁의 확산을 거부할 수 없게 되도록 만들 것이다.

새로운 핵무기 경쟁은 분명 냉전 시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미-러 간의 경쟁만이 아니며 중국도 끼어들 것이 거의 확실하고, 다른 지역 핵 역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 실제로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북한을 제외한 모든 핵 무장 국가들은 일치해서 이를 비난하고 재발 방지에 힘을 보태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가 종말적 핵전쟁에 근접했다가 요행으로 빗겨 간 몇 차례 예가 있다. 그리고 특별히 복잡하고 긴장된 국면에서 행운에 의존하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 아니다.

푸틴의 고위 참모들은 자신들의 지도자 동지에게 ‘노(No)’라는 소리를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점점 더 고립되는 상황은 재앙의 전초전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섬뜩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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