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이 대만을 길들이는 방법...아슬아슬한 줄 타기 속 '당근과 채찍' 전략
[월드 프리즘] 중국이 대만을 길들이는 방법...아슬아슬한 줄 타기 속 '당근과 채찍' 전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12 05:53
  • 수정 2023.04.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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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이 10일 공개한 항모 함재기 이륙 장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위챗 채널 캡처]
중국군이 10일 공개한 항모 함재기 이륙 장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위챗 채널 캡처]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시한 사흘간의 군사훈련을 마쳤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동부전구는 8일부터 10일까지 대만을 둘러싸는 전투 대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에서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완성하고 실전처럼 치러진 훈련을 통해 참여 부대 전체가 일체화한 연합작전 능력을 전면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과 관련해 11일(현지 시각) BBC는 중국은 다시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했지만, 9개월 뒤 대만에서 치러질 총통 선거를 의식해 이번 훈련은 축소해서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대만의 야당 국민당(KMT)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중국으로서는 일부러 대만 사람들의 안보 의식을 자극해 다시 민진당(DPP)에서 총통이 나온다면 유리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는 대만섬 근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고, 훈련도 3일 동안에 그쳤으며, 차이잉원 총통을 만난 미국 정치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이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때 중국 정부의 반응은 훨씬 더 격렬했었다.

이번 같은 군사 훈련은 지난해 펠로시 의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부터 중국의 “일상적 훈련”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대만 국립청치대학의 첸센 옌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은 자신들의 태도를 밝힐 필요를 느끼면서도 과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타이밍이 핵심

중국 공산당은 1949년에 종료된 국공 내전에서 국민당을 무찔렀고, 그 결과 국민당은 대만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사이, 과거 역사에서 숙적이었던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은 1992년의 합의를 통해 공통점을 찾았다. 그들은 대만을 포함해 “하나의 중국(One China)”만 있다는 모호한 합의점에 도달했던 것이다.

옌 교수는 베이징이 강경 수사(修辭)를 계속 남발한다면 다가오는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DPP) 총통 당선을 위한 최고의 선거 운동원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당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분석가들은 총통 선거에서는 중국 변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채택했다고 대만 쑤저우 대학의 팡유 첸 교수는 말했다. 즉,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할 경우 중국은 경제·문화 교류를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군사력 과시도 계속하고 있다는 말이다.

“베이징 당국은 대만 국민에게 민진당에 투표하면 전쟁이 일어날 것이지만, 국민당에 투표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의사를 전하고 싶어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대만 관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특히 베이징 당국이 중국 국민 사이에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만에 대한 강경 태도를 누그러뜨려서는 안 된다는 내부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첸 교수는 평가한다.

중국의 군사 훈련이 미국과 대만 정치인들이 너무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대만이 차이잉원-매카시 회담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만나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기념도서관에서 만나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매카시는 자신이 하원의장이 된다면 미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는 소식통을 인용해, 차이잉원 정부가 대만의 안보 문제를 의식해 대신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을 만나는 것으로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도 이번 회담이 집권 이후 차이 총통의 7번째 미국 ‘경과(transit)’라는 점을 특별히 언급하면서 만남 자체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까 미국과 대만 모두 이번 만남을 ‘방문(visit)’이 아닌 ‘잠시 거쳐감(stopover)’이나 ‘경과(transit)’로 경시했다는 말이다. 

첸 교수는 “미국과 대만 모두 조용히 진행하자는 암묵적인 이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첸 교수는 이번 방문은 분명 대만의 승리라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미국이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한 1979년 이후 대만 총통이 미국 땅에서 만난 최고위 미국 관리였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가장 큰 발화점이다. 중국은 민주적 자치 섬인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이를 장악하기 위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최근 대만 지지 의사를 배가하자 중국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맹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미국은 대만이 아닌 중국과 공식적인 관계를 인정해왔다. 그리고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는 통일되어야 할, 자국에서 떨어져 나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만이 언젠가 통일될, 절대 양도할 수 없는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는 다르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그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은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무기 판매를 포함해 대만과 ‘강력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대만을 돕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입장’과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아시아 주둔 전력 재조정의 일환으로 화요일부터 필리핀과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은 또한 남중국해에 있는 4개의 필리핀 기지에 대한 추가 사용권을 확보했으며, 그 중 3개의 기지는 상대적으로 대만에 더 가깝다.

대만 사람들은 지난해 8월의 군사 작전에서처럼 이번에도 표적을 타격하고 대만을 ‘봉쇄’하는 중국의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침착함을 유지했다.

하지만 옌 교수는 대만이 잘못된 안도감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한다.

최근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이징의 전투기와 선박이 거의 70년 동안 양측이 존중해 온 대만과 중국 영토 사이의 비공식 분할선인 중간선을 통과한 적이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훈련을 계속할 텐데 대만은 어느 순간 공격을 받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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